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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 전환으로 ‘감시망’ 벗어나다

루이비통코리아, 잡코리아, 대구텍의 공통점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유한회사 전환으로 ‘감시망’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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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 전환으로 ‘감시망’ 벗어나다
실제로 이른바 ‘외국계 회사’가 유한회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등록된 외국인투자기업 중 법인은 1만655개인데, 이중 유한회사는 978개로 약 9.2%가 유한회사인 셈이다(지식경제부 홈페이지 ‘외국인투자기업정보’ 참조). 사업 분야를 보자면 기계/장비/엔지니어링, 전기전자/자동차, 부동산 개발·임대, 금융, 제약, IT 등 산업 전반에 퍼져 있다.

제약회사 중에는 한국MSD, 한국릴리, 한국BMS제약 등이, IT회사 중에는 휴렛패커드, 스태츠칩팩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애플코리아, 구글코리아, 한국오라클 등이 유한회사다. 명품업계에선 루이비통코리아와 샤넬코리아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사례이고, 에르메스코리아와 코우치(Coach)코리아리미티드는 애초부터 법인을 유한회사로 설립했다. 그밖에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회사 중에도 유한회사가 여럿인데 한국피자헛, 도미노피자코리아, 한국맥도날드, 나이키코리아, 한국코카콜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기업이었다가 외국 자본에 인수되면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구텍과 잡코리아다. 1952년 설립된 대한중석광업(주)에서 시작된 대구텍은 1998년 이스라엘 IMC그룹에 인수됐고, 2006년 워런 버핏이 IMC그룹을 인수하면서 버핏이 대구텍의 최대주주가 된 후 2009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2005년 미국 몬스터월드에 인수된 취업포털 잡코리아도 지난해 5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이밖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롯데그룹의 유원실업과 유기개발도 각각 2009년과 2011년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이 두 회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딸인 신유미 씨의 모친 서미경 씨가 최대주주로,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 내에서 식당 및 매점을 운영한다(최근 롯데시네마는 매점을 직영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外監 회피가 숨은 목적?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유한회사로 설립 혹은 전환하는 것은 기업이 알아서 선택할 일이지만, 유한회사가 외부감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회계포럼에서 “최근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의 폐쇄기업 특징이 없어져 주식회사와의 실질적 차이가 없으나, 외부감사 의무에서 제외돼 주식회사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85개 회사가 유한회사 전환을 이유로 외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외국계 기업이고 나머지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자산규모별로 보면 △100억 원 미만 12개 △100억 ~500억 원 미만 44개 △500억~1000억 원 미만 11개 △1000억 원 이상이 18개 사다.

유한회사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과거보다 빨리 변하고 있어 이에 좀 더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011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MSD는 2011년 매출이 4727억 원으로 한국노바티스(4788억 원)에 이어 국내 제약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머크(Merck Sharp · Dohme Corp.)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다. 한국MSD 관계자는 “국내에 상장할 계획이 없어 주식회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 결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유한회사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재우 변호사는 “주주가 1명일 경우 주요 의사결정을 서면 결의 형식으로 하기 때문에 유한회사로 전환한다 해도 의사결정 효율성 측면에서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감사보고서 공개로 괜히 구설에 오르거나, 경영정보가 경쟁사나 협력사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회사들이 유한회사 전환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는 자산규모가 커져 외감 대상으로 진입될 무렵에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한회사 전환으로 ‘감시망’ 벗어나다
자산규모나 매출액 등 외형은 커졌지만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외감 대상 기업이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 오태겸 상근연구위원·공인회계사는 “더는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이점을 챙기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은행 처지에선 매출 규모가 큰 기업에 나가 일일이 재무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에 대한 각종 제한이 폐지되면서 이 같은 추세는 향후 확산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외감 회피’ 수단으로 유한회사 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한 것은 ‘불특정 다수’인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개정 상법에 의해 유한회사의 사원 수나 지분 양도 제한 규정이 폐지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개별 회사마다 정관상 투자나 지분 양도에 제한을 둬 주식회사에 비해 폐쇄적인 게 사실이다.

오태겸 위원은 “기업이란 사회에서 영업을 허용한 존재로, 주주의 투자금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자원을 끌어가서 경영한다”며 “따라서 과세당국, 대출 금융기관, 채권자, 거래처, 직원 등 이해관계자 보호 차원에서 회계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외감 대상을 주식회사에만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유한회사 등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법으로든, 거래상의 관행에 의해서든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재무적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명제는 분명하다”며 “다만 유한회사 제도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주식회사와 똑같은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의원은 “유한회사 취지를 살리면서도 외감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묘안을 짜낼 때”라며 “앞으로 외감기업의 유한회사 전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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