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공동기획> 동서양의 접점 |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우리는 이미지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비잔틴 제국의 성상파괴운동

  • 박배형|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미학 baipark2000@hanmail.net

우리는 이미지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5
우리는 이미지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축복하는 예수 그리스도’, 6세기, 나무판에 납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 산(왼쪽) ‘성 테오도루스와 성 게오르기우스를 옆에 두고 옥좌에 앉은 성모’, 6세기, 나무판에 납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 산(오른쪽)

4세기에 본격화한 성상 제작

비잔틴 제국(AD 330~1453)은 로마 제국이 동·서로 갈리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거의 1000년간 존속한 동로마 제국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비잔틴 미술은 말 그대로 비잔틴 제국의 미술이다. 근본적으로 기독교적 예술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미술의 내용과 표현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기독교라는 종교와 교회라는 문화적 틀 내에서 산출된 것임을 뜻한다. 비잔틴 미술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독교의 사상과 교리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표현하는지에 있었다.

비잔틴 미술을 대표하는 것이 성상(Icon)이다. 성상은 성스러운 형상 또는 성스러운 이미지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성상은 주로 그리스도와 성모 또는 기독교의 여러 성인과 순교자들의 모습을 재현한 회화나 조각이다. 비잔틴 미술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 즉 회화가 대표적인 성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잔틴 제국의 성상은 종교적 성격을 갖는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어떤 미술이 감상의 대상을 넘어 숭배의 대상에까지 이르렀다면, 그 이상의 지위에 도달한 미술적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잔틴 사람들은 성상을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매개물로 생각했고, 실제로 신비한 힘을 지녔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4세기 이후 많은 성상이 제작돼 지금도 볼 수 있는 종교적 형상물과 예술품이 됐다.



4세기는 기독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가 공인된 해가 313년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종교로 인정받기까지 기독교는 많은 사도, 교부, 신자의 노력으로 기반을 다져갔지만,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것이기에 온갖 박해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기독교를 공인하는 칙령을 발표한 황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재위 306~337)다. 그는 그리스의 오래된 도시 비잔티온(비잔티움)을 로마 제국의 새 수도로 선포했다. 그는 이 도시를 새로운 로마로 건설한 주인공이자, 이후 1000년 넘게 지속된 비잔틴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기독교 공인과 비잔티움 천도는 비잔틴 제국의 미술이 비잔티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

성상들은 물론 종교적 목적으로 제작됐다. 성스러운 형상 앞에 향을 사르고 불을 밝히며 소원을 빌거나 신비한 체험을 기대하는 것은 고대부터의 관습이었다. 성상 앞에 기도하며 신적인 위력을 소망하는 것은 희랍이나 로마, 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다신교 전통에서부터 성행한 것이었다. 일반 가정에도 수호신을 모시는 전통이 있었다. 가정에서 성상을 모시고 경배하는 것은 기독교와 무관한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기독교의 전파와 공인, 그리고 기독교의 국교화와 더불어 일반 가정에서는 이교도 신의 형상들을 대신해 그리스도와 성모 또는 성인의 상(像)들이 가정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게 됐다. 기독교적 성상을 제작하고 이를 경배하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해온 전통과 기독교가 결합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이란 성상이 신비한 힘을 지녔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성상은 피상적 이미지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신적인 존재의 본질적 측면을 표현하고 있었다. 성상을 통해 바로 신적 존재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성상은 사람들과 그것이 표현하는 대상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매개자였다.

황제를 닮은 성상

그렇기에 비잔틴 제국에서 제작된 성상에는 이러한 본질적 모습을 포착하려는 노력이 투영됐다. 우리가 신적인 존재에게 기대하는 것, 즉 권능 빛 위엄 고귀 등의 성질이 성상에 구현됐다. 성상에 빛을 상기시키는 금박과 다양한 귀금속을 많이 사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의 성상은 전지전능하며 만물의 지배자인 신에게 귀속될 수 있는 성질이 잘 드러나도록 표현됐다.

비잔틴 미술의 성상들은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가톨릭 교회의 종교미술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준다.

2/5
박배형|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미학 baipark2000@hanmail.net
목록 닫기

우리는 이미지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