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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캠프’ 인사들의 朴 정부 6개월 평가

“부처 이견 조정 못하고 정책 혼선만 일으켜”

경제 분야 - ‘親朴’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부처 이견 조정 못하고 정책 혼선만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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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라고 하면 기술자나 엔지니어를 떠올리는데, 창조경제 역시 경제다. 획기적인 기술로 사업을 하려다 실패한 과학자나 기술자를 만나 왜 실패했는지 그 얘기를 먼저 듣는 게 순서다. 어디서 사업이 막혔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막힌 것을 뚫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그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어도 한국에선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며 밥솥 사업자의 비유를 들었다.

“미국 NASA(항공우주국)에서 열을 고르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한국에 와서 바닥과 좌우측면에 열이 고르게 전달돼 밥이 잘되는 전기밥솥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은 기술만 개발했기 때문에 돈이 없었다. 사업을 하려고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 전년도 사업실적도, 담보물건도 없는 사람에게 우리 금융은 대출을 안 해준다. 결국 NASA에서 채택한 우주 기술도 우리 현실에서는 금융에 가로막혀 사업화가 어렵다.

그런 제도를 고치는 게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회사를 설립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민간이 보유한 신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로막는, 꽉 막힌 부분을 찾아 뚫어줘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미래전략) 수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창조경제를 공부하거나 신기술 개발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패한 사업가들로부터 창업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듣고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입법 마무리해야”



▼ 창조경제를 하려면 창의적 사업을 막는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 기술 가진 사람이 사업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뭔가. 금융이다. 기술 개발만 해온 사람에게 무슨 돈이 있겠나. 그런데 우리 현실에선 기술만 가지고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새 정부 들어 바뀐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다. 관료 출신은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장점도 있겠지만, 속성상 ‘서류’를 구비해오지 않으면 그냥 돌려보내지 않겠나. 금융지주사 회장에 그런 분들이 왔는데, 실무자들은 오죽하겠나.

창조금융이 되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어렵다. 창조경제가 되려면 필요한 곳에 제때 돈이 지원되는 창조금융부터 이뤄져야 한다. 우리 금융 시스템은 기술과 사업성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돈 떼이지 않으려고 쉽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담보물건과 연대보증인부터 요구하지 않나.”

▼ 창조금융이 가능한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금융권에서 과거 대출 관행이 아니라 기술과 사업성 평가를 기반으로 대출해줄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사람을 쓰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10년, 20년 지나 창조경제가 꽃필 수 있다. 이 정부에서 씨를 뿌려야 다음 정부에서 과실을 딸 수 있다. ‘창조’라는 말이 강조되면서,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잘못된 인식이 생겨난 면이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창조’ 그 자체가 아니라 창조적 사업이 가능한 조건과 구조,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 새 정부 들어 추진해온 경제민주화도 대선 공약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중요한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국민에게 한 약속이고, 경제활성화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재벌 중심으로 고착화한 현재의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하기 어렵다. 경제민주화 없이는 경제의 총량적 성장도, 균형 잡힌 성장도 힘들다. 진정한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

▼ 경제민주화 이슈는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고 했는데, 어떤 입법이 남아 있나.

“신규순환출자 금지가 핵심 법안인데,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집단소송제와 금산분리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두 축이다. 은행 지분의 경우 재벌의 소유 상한액을 9%에서 4%로 축소했지만, 의결권 제한건(件)은 통과되지 않았다. 굵직굵직한 입법이 아직 여럿 남아 있다.”

나쁜 규제, 좋은 규제

“부처 이견 조정 못하고 정책 혼선만 일으켜”

4월 1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종합대책 당정협의.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오른쪽)이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각론이 빠져 있는 것 같다.

“부총리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마땅한 묘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경제팀을 이끄는 부총리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환율 효과로 대외 수출 여건은 좋아졌다. 오랫동안 경제가 어려워 내수가 침체돼 있다. 부총리가 내수를 살리는 대책을 많이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던 혜택을 줄여 저소득층 혜택을 늘리겠다고 한다. 가령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줄 때 전통시장과 저소득층이 윈-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온누리상품권 같은 바우처를 저소득층에게 줘 저소득층은 전통시장에서 요긴한 생필품을 구매하고 전통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주면 어떨까.”

▼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로 인해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아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재벌과 대기업도 법을 지켜가며 기업활동을 해달라. 권한을 뛰어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규제라고 무조건 나쁘거나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힘없는 사람을 착취하는 부당한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좋은 규제다.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는 것은 나쁜 규제다. 나쁜 규제는 없애야겠지만, 좋은 규제는 만들어가야 한다. 재벌들이 ‘규제는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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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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