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을 연재한 다음(www.daum.net)의 집계에 따르면 145회에 걸친 이 웹툰의 평균 추천 수는 5441건, 평균 댓글 수는 779건으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호응을 가장 많이 얻었던 에피소드는 영업3팀이 비리사건으로 중단된 요르단 중고차 수출사업 재진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시킨 에피소드(87·88·89수)로, 마지막 회인 145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추천(88수·1만1843건)과 댓글(87·2114건)을 기록했다.
추천 및 댓글 추이에서 확인되는 미생만의 특징은, 반응이 특히 좋았던 에피소드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명대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미생이 ‘직장생활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마음에 새겨놓을 만한 명대사를 중심으로 ‘미생 다시 보기’를 꾸며본다.
39수 “기획서는 자신이 먼저 설득되어야”
(추천 5218건, 댓글 771건)
전쟁 같았던 인턴PT 시험을 통과하고 생존하게 된 장그래와 입사 동기들은 첫 업무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미완의 사업기획서들을 훑어보게 된다. 문장이나 데이터는 완벽해 보이지만, 그래서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진의가 도통 헷갈리는 기획서들…. 기획서란 과연 무엇이고 어때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장그래와 안영이는 선 차장과의 저녁자리에서 기획서의 정수(精髓)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선 차장은 말한다. “누군가는 이 기획서를 믿고 망망대해를 지난다. 기획서 안에는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담겨야 한다”고.
67수 “그래도 내게 전부인 바둑”
(추천 5753건, 댓글 1109건)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힌 박 과장의 개인 비리가 밝혀지고 결재 라인에 있는 임원들이 줄줄이 조사받은 날. 늦은 밤 퇴근길에 김 대리와 장그래는 직장생활의 서늘함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이 일이 지금의 나”라는 김 대리의 말에 장그래는 조치훈 9단이 한 말을 떠올린다.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윤태호 작가는 미생의 명대사를 하나 꼽아달라는 ‘신동아’의 요청에 이 장면을 꼽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에 탄 채 대국했던 조치훈은 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바둑기사. 윤 작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별것 아닌 것이라도 자신에게는 전부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생에서 하고 싶었다”며 “조치훈 선생의 이 말은 미생의 테마”라고 말했다.
68수 “허겁지겁 퇴근하지 말고…”
(추천 6339건, 댓글 1407건)
장그래의 활약으로 밝혀진 박 과장의 비리가 전사적으로 공유되고, 대대적인 감사가 벌어진 흉흉한 분위기의 회사. 직속 상사까지 사표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업3팀은 묵묵히 업무에 전념할 도리밖에 없다. 그런 영업3팀을 찾아온 사장. 오 과장(이 일을 계기로 차장으로 승진함)을 격려한 뒤 이번 일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장그래에게 지나가는 듯한 말로 ‘늘 기본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82수 “취해 있어선 아무것도 못해요”
(추천 7621 건, 댓글 963건)
회사로 오 차장을 불쑥 찾아온 옛 동료 김 선배. 그는 퇴직금으로 차린 피잣집이 근처에 마트가 들어서고 망하자 술을 자주 입에 대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라고 한 그는 오 차장에게 다시 사업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목돈을 쥐여주고 간다. 그 돈을 돌려주러 김 선배 집 앞으로 찾아간 오 차장. “일이 잘될 때도 취해 있는 게 위험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취해 있는 건 위험하다”며 차분하게 맡은 바 일에 전념하는 장그래를 떠올린다.
88수 “우린 상사맨이다”
(추천 1만1843건, 댓글 2042건)
‘비리만 걷어내면 좋은 사업’이라는 장그래의 아이디어에 영업3팀은 심혈을 기울여 요르단 중고자동차 수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드디어 사장단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날. 사장의 질문에 계약직 팀 막내에 불과한 장그래는 “우리는 상사맨”이라고 말한다. 사장은 이 프로젝트의 실행을 승인하고, 상사맨으로 국내외를 뛰어다니며 수출입에 젊음을 바친 사장 이하 임원들은 오랜만에 감회에 젖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회의에 잠겼다가 장그래를 보고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91수 “첫 번째 메리 크리스마스”
(추천 8728건, 댓글 1363건)
비리 적발, 신사업 추진 등 아무리 활약상이 뛰어나다 해도 장그래는 대학도 졸업 못한 2년짜리 계약직이다. 문득문득 그런 처지를 깨달을 때마다 기운 빠지는 장그래. 오 차장도 정규직 전환 여부는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식구’라는 점을 말하고픈 오 차장은 장그래에게 연하장을 건네며 ‘첫 번째’라는 말을 강조한다. “오 차장 같은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댓글이 많았던 에피소드.
100수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가 시작”
(추천 8298건, 댓글 1080건)
후배에게 뒤치다꺼리나 하게 하고 자신은 상사에게 아부하는 것에만 골몰하는 얄미운 선임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 ‘다혈질’ 한석율에게 그런 선임은 도무지 참기 힘든 존재다. 회사 옥상에서 꽥꽥 소리 지르며 문제의 선임과 한판 붙겠다고 벼르는 한석율에게 장그래는 옛 바둑 스승의 조언을 들려준다. “상대가 강할 때는 기다리는 것부터가 싸움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장그래의 조언을 무시하고 ‘작업’에 들어간 한석율. 그 결과는? 101수와 102수에 나온다.
121수 “위로가 먼저 아니냐구!”
(추천 7515건, 댓글 1451건)
맞벌이 선 차장은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선 차장이 일하는 건 육아나 살림을 피하기 위해서도, 집 장만 때문에 빌린 은행 돈 때문도 아니다. ‘내 일이 좋아서’다.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해 동료들이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터뜨린 이 말에 많은 여성이 공감을 표했다.
선 차장은 계속 회사에 다니기로 결심한다. ‘아이 엄마 이전에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아이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그래도 나는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잖아”라는 남편의 말에 “도와주지 말고 마땅히 하란 말야”라고 응수하는 선 차장의 일갈에도 여성 독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윤 작가는 “맞벌이는 맞살림과 동의어”라고 말한다.
130수 “근거 없는 선의는 두려워하는 것이 먼저야”
(추천 6992건, 댓글 914 건)
사내 정치엔 관심 없고 늘 현장과 업무 중심으로만 살아온 오 차장. 그래서 입사 동기들에 비해 승진도 뒤처졌다. 그런 오 차장에게 간만에 ‘줄’이 내려왔다. 전무님이 시킨 일을 군소리 없이 해낸다면 오 팀장도 영업3팀도 ‘전용차선’을 타게 된단다. 하지만 오 차장은 그 줄의 진의(眞意)와 결과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는다. 팀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그에 대해 많은 독자가 “어쩌면 사내 정치를 가장 잘하는 게 오 차장”이라고 평가했다.
142수 “사연이나 들어봅시다”
(추천 6657건, 댓글 1133건)
같이 사업하자는 김 선배의 제안에 고민에 빠진 오 차장. 제안서를 읽고 좋은 사업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제 회사에 네 편 없다”는 김 선배의 말도 마음에 와 닿는다. 아내와의 산책길. “회사 그만둬도 될까”라는 남편의 말에 “안 되지” 했다가 얼마 뒤 “그만두는 건지, 쫓겨나는 건지 사연이나 들어봅시다”라고 말하는 아내. 그러고는 보너스 나오는 달까지는 근무할 것과 직원가(價)로 몇 가지 가전제품을 바꾸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오 차장 부부에 대해 독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현실적으로 대책을 의논하는 멋진 부부’라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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