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전쟁의 심리학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3-08-21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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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전쟁의 심리학 | 이윤구 지음, 살림, 98쪽, 4800원

    전쟁의 심리학 外
    인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전쟁은 끊임없이 지속돼왔다. 인간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의 주체는 인간이다. 전쟁의 목적이 상대의 정책의지를 굴복시키는 것이며, 전쟁 원인도 인간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심리와 전쟁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했다. 또한 불가피한 게 전쟁이라면, 최소의 전투로 전쟁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은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로서 인명중시사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전쟁 수행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 한 방안으로 심리학이 전쟁에 응용된 사례를 분석했다. 부전승(不戰勝)과 최소피해 전승전략의 핵심 영역이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지만 통일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북 관계는 통일이든 전쟁이든 간에 부전승과 최소피해 전승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염원이고, 만약 전쟁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계속되는 심리전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안보·통일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와 지혜의 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전투 현장에 있는 지휘관은 전장의 특성과 인간 심리를 간파해 부하의 전의를 고취하고 상대의 전장 심리를 공략해 무력화함으로써 치열한 전투 없이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전투 현장에 있는 지휘관(자)과 전투원은 물론, 작전을 지휘하고 전쟁을 지도하는 군 고위간부와 국가지도자에게 전투와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할 때 사고의 전환과 전략적 패러다임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의 댓글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정치공작’ ‘국정원의 고유 임무인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심리전은 전시보다 평시에 더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심리전은 전쟁을 하지 않고 자국이 추구하는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전략이기 때문이다. 2004년 6·15공동선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남북한 심리전은 중지됐다. 그러나 북한은 ‘구국전선’ ‘우리민족끼리’ 등의 사이트를 활용해 사이버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이버 심리전은 남남갈등 증폭, 반미·반정부 투쟁 선동, 통일전선 형성, 김정은 우상화, 왕재산 간첩사건에서와 같은 지령 하달, 첩보 및 정보 수집 수단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 심리전의 실체를 간파해 이를 차단하고 오염을 방지하는 데 이 책은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독일은 20여 년간 동방정책이라는 전략적 심리전으로 싸우지 않고 평화통일을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은 절대적인 양적 우세와 최첨단 무기를 갖췄음에도 공산당 혁명요원들의 심리전에 의해 패했음을 상기하며 우리의 안보 및 통일정책에서 심리전의 중요성과 위상을 강조했다.

    이윤구 | 국방대 합동참모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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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가의 격 | 홍순도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명문가는 그저 돈 많고 권력 센 족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여러 대를 이어 뛰어난 인물을 배출하고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세인의 존경을 받으며 사회의 역할모델을 하는 가문을 일컫는다. 저자가 3년간 발로 취재한 중국의 대표적인 명문가 11가문을 담았다. 중국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의 아들딸이 권력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며 소박한 생활을 한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또한 중국 근대사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송애령, 경령, 미령 자매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섰는지, 이를 위해 아버지 송가수가 어떤 인생역정을 거쳤는지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외에도 중국 역사가들이 최고의 가문으로 꼽은 하동 배씨 가문, 유려한 글 솜씨와 달리 삶이 유배와 좌천으로 이어진 三蘇(소순, 소식, 소철)의 부침, 유교 사상의 전범을 보여주는 안진경 가문 일화도 눈길을 끈다. 유유출판사, 294쪽, 1만5000원

    소설 개마고원 | 고승철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2006년 제1회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한 언론인 출신 작가 고승철의 장편소설. 남북 정상이 비공식적으로 밀회를 즐기고, 북한 지도자가 강경 군부와의 갈등 속에서 비핵화를 고민하고, 남북 정상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을 극비 추진한다? 정전 60년이 되는 지금,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제목 ‘개마고원’엔 평화에 대한 저자의 바람이 녹아 있다.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로 엄청난 사상자를 냈던 개마고원을 소설 제목으로 가져와 역설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는 게 저자의 설명.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등 한반도에 좌시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급박한 현실과 미래에 현존할 위험을 생각해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고 말한다. 나남, 408쪽, 1만2800원

    북학의 | 박제가 지음, 안대회 옮김

    전쟁의 심리학 外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제가가 청나라 풍속을 시찰한 견문을 담은 책이다. 선진적인 중국 문물을 배워서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계몽 의식과 조선 사회 현실에 대한 통렬한 분석과 자기부정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려 한 지식인의 뼈아픈 자각과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런데 정식 출판된 것이 아니라 필사본으로만 전해져 지금까지 정본이라 할 만한 표준 텍스트가 없었다. 필사본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이본(異本) 20여 종을 비교해 차이 나는 내용을 바로잡고 원문을 확정하는 교감(校勘)을 거쳐 한문 원본과 한글 풀이, 방대한 주석까지 달았다. 안 교수는 “정본이라 자부할 만큼 학술적으로 엄밀히 작업했다”며 “새 이본들이 또 발견되면 10년 뒤 다시 교감과 역주를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돌베개, 544쪽. 2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국민여러분과 함께 대한의 내일을 묻다 | 이명수·심상협 지음, 오름에디션, 300쪽, 1만5000원

    전쟁의 심리학 外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가 국정 비전으로 약속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제대로 열 것인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은 없는가.

    나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취할 행동은 무엇일까. 광장에 모일 것인가, 촛불을 들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선거를 기약하며 가만히 있을 것인가. 광장에 모이는 것은 폐쇄된 사회, 촛불시위는 어둠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행동이다. 막연히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포기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보며 비판하고 반대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동하고 실천하며 함께 이뤄내야 할 사명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不變者不得天下)?” 중국 변법자강운동(變法自彊運動)의 화두였던 이 말은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개혁에 대한 논의를 모아보면, 개혁은 네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요약된다. 첫째,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의제(議題). 둘째, 국민이 원하는 특히 국민에게 실용적인 권익을 주는 민생정책과의 필연성. 셋째, 추진 주체부터 끊임없이 변하고 스스로를 개혁해나가는 시스템과 제도로서의 개혁, 끝으로 오늘날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관철하는 스마트 시티즌 시대에 부응하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이다.

    단기간의 전시적이거나 과시적인 개혁의 성과에 집착하거나 매몰된다면 이 또한 성공할 수 없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의 개혁은 임기 내에 효과를 보려하기보다 차기 정부에 발전적으로 계승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10년, 20년 후 미래의 성과를 구상하고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이념이나 정실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시각과 판단 또한 중요하다. 우리의 개혁이 성공하고 선진적인 시스템과 법제도의 개혁이 국민 실생활까지 파고들 수 있으려면 공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 영역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국민 누구나 이미 깨닫고 있는 전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크게 다가온 화두는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국민과 함께 묻고 답을 찾아가면서 함께 전진하는 데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알면 행해야 하고 더불어 행하면서 이루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대탕평(大蕩平)’의 키워드는 미래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젖힐 열쇠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 나서서 행하고 이루어야 할 과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심상협 문학평론가와 함께 각계각층의 전문가에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묻고 들으면서 정리한 것이다.

    이명수 | 새누리당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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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가 말하는 법 | 부경복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누구나 말을 하고 살고 있지만 잘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 현직 변호사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말 잘하는 사람의 방식을 따라 함으로써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 말 잘하는 사람의 대명사이자 영향력 1위의 언론인 손석희의 말하기 방식을 분석했다. 그는 어떤 대화나 인터뷰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왜곡 없이 자신의 말을 정확히 전달할뿐더러 상대방의 속마음도 능숙하게 이끌어낸다. 이 책은 저자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손석희의 말하기 방식과 사고의 틀을 12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특히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과 찬찬히 비교하면서 그가 구사하는 화법의 특징들이 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줘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모멘텀, 216쪽, 1만2000원

    역사가 말하게 하라 | 복거일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역사 속 인물의 ‘가상대담’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계백과 김유신, 정도전과 이방원,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홍장과 이토 히로부미 등 22쌍의 맞수가 각자 자신의 상황과 관련한 역사적 당위를 설명한다. 객관적으로 과거를 성찰한 예도 있다.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는 “얼마 전 ‘중요한 것은 언어이지 특정 언어가 아니다’라는 글을 읽고 아프게 성찰했다”고 말한다. 항몽의 상징으로 알려진 삼별초도 실은 ‘중앙의 권신을 호위하는 사적 조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민족주의적 역사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저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낙랑의 역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단일민족의 환상에서 벗어난 유연한 사고, 무엇보다 민족적 자긍심을 위해 훼손되고 왜곡돼온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사헌, 424쪽, 1만8000원

    자동차와 거짓말 | 오종훈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자동차 전문 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저자가 대한민국 운전자라면 대부분 속아왔을 자동차 업계의 거짓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한 노하우를 담았다. 그동안 소비자가 의심도 없이 믿고 있던 거짓말을 크게 7분야로 나눴다. 신차 영업사원과 중고차 딜러가 차를 팔기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보험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횡포를 부리는지, 어떻게 해야 과잉 정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등을 속 시원하게 들려준다. 또한 자동차회사와 자동차산업에 관한 거짓말과 자동차 운전에 관한 잘못된 속설을 찾아 왜 그것이 거짓말인지 들려준다. 자동차에 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운전자들의 잘못된 상식을 깨고, 예비 운전자와 자동차에 관해 잘 모르는 운전자 모두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책의 미덕. 퍼블리싱 컴퍼니 클, 256쪽, 1만4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람을 위한 경제학 | 실비아 나사르 지음, 반비, 816쪽, 3만 원

    전쟁의 심리학 外
    애덤 스미스를 필두로 마르크스와 케인스 등 걸출한 경제학자가 잔뜩 등장하는 이 책의 머리말은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유명한 말로 시작된다. “한 나라가 복리를 누리는 기간은 극히 짧다. 역사를 통틀어 거의 모든 나라들이 매우 가난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극히 짧은 기간이 어떻게 시작돼 어떻게 지탱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고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산업혁명 이후의 경제사상사를 한눈에 조망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중요한 저서가 하나하나 묵직하게 다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 책의 성격을 전혀 알 수 없다.

    산업혁명만 해도 그렇다. 수많은 경제사학자가 산업혁명의 의의를 논했다. 위에 인용한 갤브레이스의 말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 말에는 중요한 역사적 통찰이 담겨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단정적인 일반론은 경제사의 그 혁명적 단절의 순간을 독자의 뇌리에 각인하지 못할 수 있다. 에드먼드 버크의 “인류의 9할은 고된 노동 속에 살아간다”라는 말이 두 번째 인용구로 선택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에드먼드 버크는 18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가 겸 문필가다. 당대 영국 국회에서는 너무 진보적인 정책을 주장한 탓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요컨대 “인류의 9할은 고된 노동 속에 살아간다”라는 이 말은 산업혁명의 기적을 상상할 수 없었던 한 시대 전체가 (학식과 교양 면에서 어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던 버크 같은 인물조차) 어떠한 인식적 한계에 갇혀 있었나를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8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나는 아직 서문의 에피그라프 넉 줄에 대해서밖에는 말하지 못했다. 그만큼 번역자에게는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놀랍게도 술술 읽히는 책이다. 물론 잘 쓴 역사책은 대개 술술 읽히지만 이 책은 마치 좋은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되 술술 읽힌다니, 대체 그런 이상적인 책이 있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 있다.

    물론 모든 독자가 이 책에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경제 질서를 바로잡기보다 아예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믿는 독자는 이 책의 행간에서 들려오는 아이러니한 낙관의 어조가 거슬릴 것이다. 세상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세상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실제로 세상은 언젠가 망한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올 때까지 세상이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세상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의지와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경제학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이 ‘폭풍우가 지나가면 바다가 잔잔해진다’는 것뿐이라면 경제학자들의 일은 너무 쉽고 너무 쓸데없다”는 케인스의 말이 그런 생각을 해보게 했다.

    김정아│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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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학생민주화운동 | 정진위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정진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1980년대 학생처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체험했던 정부와 학교와 학생운동단체 간 갈등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았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지만 저자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지는 대목에선 마음이 촉촉해진다. 학생처장 발령을 받고 첫 출근길에 “학생처장 물러가라”고 외치는 데모 학생들을 만나 “물러나더라도 좀 해먹고 물러나겠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일이나,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하거나, “20대에 인생을 다 살려고 하지 마라. 사회에 나가서 변심하지 말고 지금 결심한 바를 실현시켜보라”고 조언한 일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연세대 교정에 자리한 이한열 열사 기념비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이정표이며 386세대의 민주화 투쟁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198쪽, 1만3000원

    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 이성원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30년 차 통일부 공무원으로 북한을 수십 차례 오가며 국내외 주요 대북 사업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던 저자의 체험을 담았다. 컵라면을 좋아하는 수줍은 북한 태권도 시범단원, 일터에서는 딱딱하고 근엄하지만 퇴근 후에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자상한 아버지로 변신하는 북한 보장성원의 모습 등에서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에서 끝내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노부부의 이야기, 금강산 관광안내원을 하다 눈이 맞은 남남북녀 이야기, 거듭된 만남과 부딪힘 속에서 북한 당직자와 속 깊은 우정을 쌓아나가게 된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는다. 북한 사람들 삶의 속살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매우 현실감 있는 텍스트, 일종의 다큐멘터리라 할 만하다. 꿈결, 360쪽, 1만4800원

    미국 외교 50년 | 조지 F 케넌 지음, 유강은 옮김

    전쟁의 심리학 外
    미국 외교관 출신 역사학자 조지 F 케넌은 20세기 전반 미국 외교사와 냉전사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다. 냉전시대 초창기에 핵심적인 정책 입안자로 활동해 ‘봉쇄 정책의 아버지’ ‘냉전의 설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책은 그의 논문, 기고문과 강연을 묶은 것으로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불린다. 미국·소련의 대립과 냉전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20세기 전반기 국제 정세에 대한 냉정하고 예리한 분석과 전망이 담겨 있다. 케넌의 분석은 갈수록 현실적이고 복잡다단해지는 21세기 외교 현장에서도 ‘미래를 바라보는 과거’라는 거울 구실을 해줄 것이다. ‘공세적 현실주의’ 주창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의 서문도 인상적이다. 분단 문제가 여전한 우리 현실에서 이 책의 내용은 우리나라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가람기획, 376쪽, 2만 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 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 177쪽, 1만3000원

    전쟁의 심리학 外
    1998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변화를 꿈꾸는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자기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던 구본형. 그가 지난 4월 13일 지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는 데 자신을 모두 쓰고자 했던 그의 바람을 고스란히 담은 유고집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은 내일로 미루고, 새로운 삶을 위해 감수해야 할 탈피의 과정이 두려워 망설인다. 구본형이 보낸 편지 열네 통의 수신인은 바로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 모두다. 저자는 때로는 따끔한 일침을, 때로는 가슴 뜨거운 격려와 강직한 충고를 통해 조직을 위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빛내며 더 나은 나, 더 큰 나로 변화하는 삶인 ‘자기혁명’의 길로 안내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저자의 글로 저자 없이 책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문장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없을 때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머리말이나 후기를 써달라 할 수도 없다. 책 만드는 내내 17년간 그와 우애를 나눈 휴머니스트 대표와 고인의 가족, 그리고 그를 따르던 연구원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그의 자취를 따랐다. 머리말은 고인의 두 딸인 해린, 해언 씨가 써줬다. 아버지와 나눈 수많은 편지를 하나하나 펼쳐보며 그가 이 책을 펴내면서 들려줬을 법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원래 머리말로 요청했던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의 글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 수정해 에필로그로 옮겼다. 아무리 덜어내어도 감사의 편지에 남아 있는 아쉬움과 슬픔이 편집자와 저자를 넘어 깊은 교감을 나누었던 그들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의 인간적 면모를 조금이나마 전하기 위해 그가 생전에 즐겨 쓰던 만년필, 모자, 술병, 노트북과 엽서, 명함 등을 사진으로 찍어 수록했다. 그가 평소에 앉아 명상을 즐겼다던 방석 한가운데엔 여전히 누군가 앉아 있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문득 이 책을 만드는 건 바로 그의 부재를 담담히 기록해나가는 일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도를 위해서는 그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 3일간의 장례식을 통해 눈물을 비워내고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을 태우는 일만으로는 부재로 인한 슬픔을 다스리기에 너무나도 부족하다. 아마 이 책을 만드는 데 함께했던 사람들 모두 마치 의식을 치르듯 그 슬픔과 아쉬움을 이겨내며 고인의 부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다시금 되새겨보았을 것이다. 그의 편지에 ‘마지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를 만나 새로운 삶을 꿈꿨던 모든 사람에게 그를 가슴 깊이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드리고 싶었다. 동시에 아름다운 오늘을 살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투자라 말했던 그의 목소리를 선연히 떠올릴 수 있길 바랐다.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이 긴 편지를 쓰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정다이 | 휴머니스트 인문팀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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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본능 | 마이크 미칼로위츠 지음, 송재섭 옮김

    전쟁의 심리학 外
    창업을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 벤처를 막 시작한 사람,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된 기업가 등 사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 책. 신규 사업을 업계의 선두로 성장하도록 벤처사업가를 돕는 회사를 세워 수십억 원짜리 회사로 키워낸 저자는 성공 방법을 ‘모두가 따르는 유일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을 해본 적이 없고, 돈이 거의 없고, 경험도 없고, 사업이 잘 나가고 있는지 판단할 기준도 없을 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것을 버리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게 혁신본능인 셈이다. 저자는 또한 ‘마음과 주요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희소한 자원을 이용해 어떻게 불가능을 현실화하는지도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지적한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때 성공이 보장된다는 것. 처음북스, 264쪽, 1만5000원

    인생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 | 김환영 지음

    전쟁의 심리학 外
    아포리즘(aphorism)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로 격언, 금언, 잠언, 경구 등을 일컫는다. ‘아포리즘 행복수업’이라는 부제처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스티브 잡스, 미국의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까지 시대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멘토 400여 명이 말한 명언과 경구 500여 문장을 담았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답을 구했을 인생에 대한 화두 39가지를 성공, 존경, 가치, 공감, 신념, 고독, 통찰, 소통, 탐닉 9가지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자신만의 성공 노하우와 행복에 대한 조언은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우리 앞에 놓인 인생의 갈림길에서 기꺼이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EK북, 304쪽, 1만3000원

    하트북 | 수전 스타인바움 지음, 신승미 옮김

    전쟁의 심리학 外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심장 사용설명서. 심장병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일 정도로 그 위험이 심각하다. 세계적 심장전문의인 저자는 심장병 치료의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예방과 관리라고 강조하며, 그 방법으로 ‘심장일기(Heart Diary) 쓰기’를 제안한다. ‘심장일기 쓰기’는 식습관, 운동습관, 수면습관 등 일상의 세세한 일들과 감정 상태, 스트레스 등을 일기에 자유롭게 적어나가는 것인데, 그러는 동안 자가 진단과 자가 치유가 이루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부에서는 심장의 위험 인자(심장을 위협하는 주범)를 포함해 심장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다뤘으며, 2부에서는 심장 일기 작성 요령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방법을, 3부에서는 뇌 중심이 아닌 심장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424쪽,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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