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월 1만3000원 더 내는 게 세금폭탄인가”<세제개편안 원안에 대해>

박근혜 경제팀 초대 首長 현오석 부총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3-08-21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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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내비게이션형’ 리더…다만 속도감 더 내겠다
    • 경제민주화는 규제 아닌 규율…경제활성화와 동시 실현
    • 하반기 서비스산업 중심 투자활성화 주력
    • 박 대통령은 눈을 보며 보고하게 만드는 분
    “월 1만3000원 더 내는 게 세금폭탄인가”
    박근혜 정부 경제팀이 연일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고용률 70% 달성,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동시 실현 등 목표가 한두 가지가 아닌 까닭에 향후 5년간 경제 운용의 밑그림이 될 각종 정책 마련에 심혈을 쏟고 있다. 역대 정부 경제팀 중 한가로운 시절을 보낸 팀이 있을까마는, 현 경제팀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나 엔화 불안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간단치 않은 여건 속에서 최근 리더십 논란까지 겪은 경제팀의 수장 현오석(63)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집무실에서 ‘신동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각종 경제 정책에 관한 소견과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외부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 어제(8월 8일) 발표한 2013 세제개편안에 대해 먼저 묻겠습니다. 정부는 ‘조세정의 실현’ ‘세제 정상화’라고 하지만 사실상 증세 아닌가요.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재무장관들과 나눈 얘기인데요, 현재 각 나라는 재정 건전화 방안 마련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등 증세는 어려운 형편이에요. 워낙 글로벌화해 있다보니 (증세하면) 다른 나라로 가버리니까요. 그래서 다들 비과세 축소나 지하경제, 특히 역외탈세 방지 등 세원의 베이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런 추세에 맞춰 박근혜 정부도 처음부터 비과세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번에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기존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종교인과 연소득 10억 원 이상의 농업인을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 등이 이런 방향의 결과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세 부담이 중산층 이하에서 6300억 원 줄고, 고소득층에서 2조5000억 원 정도 늘어납니다. 근로자 세 부담을 늘리려고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증세하면 달아난다”



    ▼ 민주당 등 야당 반대가 거셉니다. ‘서민 살상용 세금폭탄’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뀜으로써 전체 근로소득자 중 상위 28%의 세 부담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 세 부담을 따져보면 총 급여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에 있는 분들은 연 16만 원 정도 늘어나요. 그럼 매달 1만3000원가량인데, 이 정도를 가지고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중산층 월급쟁이 세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신동아’ 인터뷰 사흘 후인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기재부는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는 세 부담이 늘지 않고, 55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는 세 부담이 2만~3만원 증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산층 세 부담액이 기존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현 부총리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안타깝다”며 “(수정안으로 줄어든 세수는) 전자계산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더욱 확대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을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찬성할까요.

    “이미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사안이고, 세액공제로 고소득층 부담을 더하는 것이 맞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당은 정부와 같은 견해고요, 야당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면서 법인세는 그대로 뒀다는 점에서도 불만이 큽니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누진세율을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향후 법인세는 낮아지는 건가요.

    “아직 정한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 법인세 수준(현행 최고세율은 22%)이 높은지 낮은지는 좀 더 분석해봐야 합니다. 다만 대다수 국가가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하는 만큼, 우리도 단일세율로 간다고 방향을 설정했다고 봐주세요.”

    비과세 축소와 함께 세수(稅收) 확보의 또 다른 축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현 부총리는 “상반기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 및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급 확대, 금융거래정보의 과세자료 활용 범위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제도 개선의 효과로 늘어나는 세수가 얼마나 되나요.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수 확보를 위해 마른 수건을 더 짠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이 역시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차원에서 조세 형평성을 위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특히 대기업·대자산가, 고소득 전문직, 역외탈세 등에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에요.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7조2000억 원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방정부, 歲出 구조조정 해야”

    “월 1만3000원 더 내는 게 세금폭탄인가”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 지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현오석 부총리가 착찹한 얼굴로 자리에 앉고 있다.

    ▼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은 있습니까.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아요. 부동산 거래, 주식시장 대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세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9조7000억 원 감소하긴 했지만, 상반기에 이미 추경을 편성했고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정책 등으로 하반기에 경제회복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뜨거운 현안 중 하나가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 여부다. 기재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취득세 감면을 영구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그 시기와 폭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재정 파탄”난다며 크게 반발한다. 취득세는 지방세로 전체 지방세 52조3000억 원 중 26.5%(13조8000억 원)에 해당, 단일세목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합니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인다는 것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입니다. 취득세 영구 인하도 그 일환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지자체도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겁니다.”

    ▼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 문제는 어떻게 풀 계획입니까.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 배분이 다시 조정돼야 합니다. 최근 수요가 많아진 복지 기능을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나눌 것인지, 또는 지방으로 이전한 기능 중 다시 중앙으로 가져올 게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원으로 보전할 것인지는 그다음에 풀 문제이지요. 현재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국고 보전 등 여러 콤비네이션(combination·조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는데, 8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겁니다. 다만 중앙도 공약과 관련해 세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습니까. 지방도 세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현오석 어부바’

    ▼ 취득세율 인하가 과연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도 있습니다.

    “적어도 작년이나 1·4분기에 비해 주택거래량이 늘고 주택가격도 올랐습니다. 이는 4·1부동산 대책의 효과예요. 기존 취득세 한시 감면이 6월에 종료되면서 7월에 주택거래량이 떨어졌지만, 4·1 부동산 대책에 따른 양도세 감면이라든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대한 취득세 감면 등이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전셋값 폭등세가 심상찮은데….

    “전셋값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가량 올랐습니다. 예년에 비하면 그다지 오른 게 아니에요. 하지만 2년에 한 번 전세계약을 하다보니 2년 전과 비교해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올랐다고 느끼는 거지요. 또 다른 이유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입니다. 따라서 주택거래 활성화가 당연한 기본 대책이 되는 겁니다. 주택가격이 회복되면 주택 수요가 전세에서 매매로 스위치(switch)할 겁니다.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긴 어려울 거예요.”

    ▼ “지금 시점에선 경제활성화가 경제민주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종료된 겁니까.

    “경제민주화는 규제가 아니라 규칙입니다. 따라서 종료란 있을 수 없죠. 다만 상반기에 지난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적인 컨센서스(consensus)를 이룬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결론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 등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 대해서는 계속 추진해나갈 거고요.”

    최근 현 부총리의 행보는 경제활성화 쪽에 맞춰져 있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에 들어간 7월 31일과 그 이튿날 1박2일 일정으로 새만금, 전주대 창업사관학교, 경남테크노파크, 울산온산산업단지 등 ‘삼천리’ 길을 돌며 경제 현장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현 부총리는 이번 현장 방문에서 열병합발전소에 투자한 기업인을 몸소 업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이후 포털에는 ‘현오석 어부바’가 연관검색어로 떴다). 그는 “정책의 시작과 끝은 현장이라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책 수혜자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제·민생활성화 대책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매주 하는데, 격주로는 이 회의에 앞서서 경제·민생활성화 대책회의를 하려고 합니다. 민간에서 오시는 분들은 회의 주제에 따라 바뀌고, 필요하다면 지방이나 현장에 가서도 하려고 해요. 토의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정부가 이러저러한 정책을 생각하는데 보완할 게 없는지 묻고, 역으로 그분들의 제안도 듣고요.”

    의료·관광 활성화 주력

    ▼ 현장에서 만난 경제인들은 현재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던가요.

    “잘 아시다시피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나타냈습니다. 아직까지는 조심스럽지만, 8분기 연속된 0%대 성장률을 끊은 만큼 턴어라운드(회복) 기미가 있으니 이 모멘트를 잘 살려야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선 경제 회복 기미를 피부로 느끼진 못하더라고요. 피부에 와 닿게끔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더욱 노력해야지요.”

    경제팀은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규제 완화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10월에는 산업단지 및 환경 규제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특히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 부총리는 “일자리 창출, 성장 잠재력 향상 등의 측면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서비스산업을 성장 잠재력을 주도하는 주체로 만들기 위해 기재부 내에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 서비스산업이라고 하면 광범위한데, 특히 어떤 분야에 주력합니까.

    “1차적으로는 의료와 관광입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법인 투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보려고 해요.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는데도 지금 작동이 안 되고 있어요. 해외업체 유치가 안 되는 게 문제인지, 아니면 투자 재원 조달에 애로가 있는지 분석해서 꼬인 곳을 풀어주려고 합니다. 관광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관광객 호텔숙박료 부가가치세 환급 등 전향적인 조치를 했고요, 복합리조트 발전방안 등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간 매년 취업자 수가 48만 명 가까이 증가해야 합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고용 자체가 국민행복, 중산층 확대와 연결되는 것이라 반드시 달성해야죠. 기본적으로 고용이 늘려면 경제 성장세가 회복돼야 하고, 그 다음으로 고용 형태가 다양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유심히 보는 것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서비스산업과 창조경제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죠.”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개인의 자발적 수요에 부합하고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없고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가리킨다. 정부는 9급 공무원 중 일부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는 등 공공부문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적극 도입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민간으로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현 부총리는 “교사, 기자 등 전문성이 필요한 일자리가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에 적합하지 않으냐”며 “얼마나 인식을 바꾸고 창의적으로 개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부하게 만드는 대통령

    “월 1만3000원 더 내는 게 세금폭탄인가”

    7월 31일 현오석 부총리가 전북 군산시 새만금 열병합발전소 용지를 찾아 발전소 건설사업자 OCISE의 김재신 사장을 등에 업었다.

    현 부총리는 최근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겪었다. 박 대통령의 질책 발언과 재신임 발언이 며칠 간격을 두고 나왔고, 정치권에서도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그는 공개석상에서 “안경을 닦아드려야 하는지, 내가 보이는 앵글에 없는 건지…” 하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인사청문회 때도 리더십 얘기가 거론됐고…. 서운하지 않나요.

    “정책 당국자는 늘 밖에서 하는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한 사람에 대응하는 것보다, 지적한 사항을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과거와 달리 ‘나는 머리이고 나머지는 손발이니 내 결정에 따르라’고 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리스크가 큰 시대예요. 저마다 전문성이 있고, 다른 정보를 갖고 있어요. 따라서 경청하고 협업을 이끌며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 리더십이 주효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책은 시차가 있어 바로 효과가 나오지 않지요. 국민 입장에서는 피부로 못 느끼니까, 그런 점에서 속도감을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운한 것보다는 더 노력해야지요.”

    현 부총리는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에 나오는 ‘몸이 곧으면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形枉則影曲 形直則影正)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의 비판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서”다.

    ▼ 평소 강조하는 수평적 리더십은 요즘 전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리더십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부총리께는 소신이나 과감함이 계속 요구되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경제는 심리니까 뭔가 의욕을 북돋울 수 있게끔 큰 제스처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경제의 정치화’가 쉽진 않지만, 필요하면 보여줘야지요. 이번에 기업인을 업은 것도 그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데, 그게 정부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마음일 테니까요.”

    ▼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알려진 게 별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은 없습니다. 작년 대선기간 때 SBS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그리고 지난 2월 대통령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콘퍼런스 참석 차 내한한 앙헬 구리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을 모시고 만난 적이 있습니다. 두 번 다 오래 얘기할 기회는 없었고요. 또 그 이후에 KDI 원장으로서 경제 전반에 대해 브리핑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부총리 임명을) 의식하진 않았어요.”

    ▼ 박 대통령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시는 분이세요. 정례보고는 보고자료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보고하는 게 보통인데, 박 대통령은 사전에 거의 다 읽고 소화해 오시니까 눈을 보면서 보고하게 됩니다. 현안을 포함시키느라 시간이 촉박해서 보내드려도 다 소화하고 오세요. 한마디로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해당 이슈에 대한 저와의 토의랄까요. 그래서 철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요. 대통령 본인이 준비를 굉장히 철저하게 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필요하면 새벽에도 전화하는 스타일로 유명했는데요.

    “(박 대통령은) 그렇게까지는 아니세요(웃음). 자주 연락하진 않으세요.”

    남덕우 전 총리 가장 존경

    기획재정부는 세종시에 입주해 있지만, 현 부총리는 세종시보다는 서울에 머무는 때가 훨씬 많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국무회의 등 주요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일요일 오후에 세종시에 내려가 월요일에는 세종청사에 머물고, 되도록 목요일 오후에도 세종시에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 아무래도 불편하죠.

    “주어진 여건이니 불평할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지금까지 경제장관회의도 몇 번 화상으로 했고요, 직원들 보고도 화상으로 받곤 해요. 제가 실물보다 화면발이 낫고, 화상으로는 짜증낼 수도 없으니 좋은 점도 있다고 농담하곤 하죠(웃음). (서울과 세종 간) 거리로 인한 비효율을 테크놀로지로 해소해야지요.”

    현 부총리는 세종시에서의 일요일 저녁식사, 직원 동호회 참석 등으로 부족한 스킨십을 채워가고 있다. 농구가 취미인 그는 지난 5월 기재부 농구 동호회 시합에 참여해 자기 팀 득점 12점 중 6점을 혼자 몰아 넣었다.

    ▼ 젊은 직원들보다 농구 실력이 뛰어난 건가요.

    “아니요. 아무도 저를 마크 안 하니까요, 허허허.”

    ▼ 부총리께서 직접 여성가족부에 미혼직원들을 위한 맞선 이벤트를 제안했다던데요.

    “여성부 장관께서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바쁘신지 아직 연락이 없네요(웃음). 세종시에서 일요일 저녁에 여자 사무관들과 밥을 먹으며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보니 그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입니다만, 남자는 술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여자 사무관들은 아무래도 서울 있을 때보다 어려운 점이 더 있지 않겠나 싶어요.”

    현 부총리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을 거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과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경제관료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재무부 장관,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고(故) 남덕우 전 총리를 꼽았다.

    남 전 총리가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낼 때 현 부총리는 사무관이었고, 현 부총리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을 지낼 때 남 전 총리는 무역협회 고문으로 자주 만났다고 한다.

    “농담 같은 건 전혀 안 하시고 늘 경제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분이세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랩톱을 사용하고 파워포인트도 혼자 만들려고 할 정도로 테크놀로지에 익숙하려고 노력하셨어요. 경제하는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균형감각이 있었어요. 늘 성장과 분배, 수출과 내수 등 균형을 갖춘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 부총리께선 평생 경제에 몰두한 관료이자 학자입니다. 경제란 무엇인가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이 경제이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경제의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전력투구했다’ 자평할 수 있기를

    ▼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그 목적이 달성 가능하다고 느낍니까.

    “국민이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행복의 극치를 의도하는 건 아니고 경제가 좀 나아졌구나, 느끼게끔 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개선됐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느끼게끔 하나씩 노력해나가야죠. 일단 0%대 성장에서 벗어났으니 이를 저성장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 성장의 모멘텀이 지속되게끔 해야죠. 하반기에 3% 성장하면 연간 2.7% 성장하게 됩니다. 내년에는 4%를 목표로 뛸 거고요. 고용률도 올해가 65%인데, 5년에 걸쳐 70%로 만들어야 하니까 1년에 1% 이상씩 개선해야 하고요.”

    ▼ 세계경제 흐름에 대해 조언한다면….

    “우선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은 공통된 견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Three Speed Economy’라고 해서 지역별 회복 속도가 다릅니다. 미국은 좀 빠르고, 유럽연합은 아직 부실하고, 중국은 예전 같진 않지만 그런대로 좀 나은 편입니다. 이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만 보더라도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에 반제품이나 부품 수출에 주력할 게 아니라, 내수를 바로 공략해야 해요. 좋은 예가 분유 같은 식품이지요. 이제 중국을 우리의 큰 내수시장으로 봐야 해요.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늘 예의주시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대외 위기관리를 중요 정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부총리 취임 1주년이 된 날 스스로가, 또 기재부 및 경제팀이 어떤 성과를 냈다고 평가내릴 수 있길 바라나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 저성장의 흐름을 끊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야말로 전력투구해서 열심히 일했다고 자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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