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라 검역본부 발표는 큰 파장을 불렀다. 해당 제품 매출도 급감했다. 당시 이 사건을 처리한 검역본부의 수장은 서울대 교수 출신인 박용호 본부장이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 아시아수의과대학장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그는 2011년 8월 개방직 고위공무원 직위인 검역본부장에 취임했다.
‘세균 아이스크림’ 사건
시선을 끄는 대목은 박 본부장이 ‘세균 아이스크림’ 사건의 당사자인 롯데삼강의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점. 박 본부장은 2010년 3월부터 검역본부장이 되기 직전까지 롯데삼강 사외이사를 맡았고, 그 기간 중 롯데삼강으로부터 69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박 본부장으로선 불과 1년 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에 칼을 들이댄 셈이다.
올해 4월 롯데푸드로 이름을 바꾼 롯데삼강은 식품 관련 수출입업, 가공·제조업을 하는 회사다. 롯데그룹의 주력회사들과 사주 일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9.79%), 호텔롯데(9.3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87%),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1.87%) 등이 그들.
지난해 검역본부 발표에 따르면 기준치를 초과한 세균이 발견된 아이스크림은 총 8종이었고, 그중 6종이 롯데삼강 등 롯데그룹에서 생산, 판매한 것이었다. 롯데제과 제품 중엔 기준치의 11배가 넘는 세균이 검출된 것도 있다. 그러나 당시 검역본부는 “이번에 검출된 세균은 식중독균이 아닌 일반 세균이므로 인체 유해 정도는 식중독균보다 약하다”(2012년 7월 4일자 조선일보)고 밝혔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후 사건은 잊혔다.
이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검역본부장이 롯데삼강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졌다면 여론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와 관련해 검역본부 측은 “지난해 ‘세균 아이스크림’을 적발한 뒤 관할 자치단체에 즉각 이 사실을 통보했고, 자치단체는 기준에 따라 행정처분을 한 것으로 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이 처리됐다. 본부장의 개인 경력이 사건처리에 영향을 준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개청준비단 정책기획부장(2005년 8월)과 방사청 계약관리본부장(2006년 3월), 방사청장(2006년 8월~2008년 3월)을 지낸 이선희 전 청장의 사례도 눈에 띈다.
공군 준장 출신인 이 전 청장은 방사청 고위공무원이 되기 직전까지 군수업체이자 상장사인 휴니드테크놀로지스(이하 휴니드)의 부사장(2002년 5월~2005년 8월)을 지냈다. 통신 관련 업체인 휴니드는 항공우주 관련 연구개발, 부품 제조 및 판매 사업뿐 아니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관련 사업에까지 진출해 방산업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이 전 청장의 거취에 따라 매출액이 요동쳤다. 2002년 673억 원, 2005년 482억 원에 불과하던 휴니드의 매출은 그가 방사청장에 오른 2006년엔 750억 원, 2007년엔 826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 청장이 퇴임(2008년 3월)한 뒤에는 매출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2008년 매출은 432억 원으로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고, 이듬해인 2009년 매출도 611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액은 410억 원이었다. 이 전 청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증거는 없지만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휴니드는 이 전 청장이 청장에 취임하고 보름 남짓 지난 뒤엔 미국의 보잉사로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2006년 8월 26일). 이로써 보잉사는 휴니드의 2대 주주(지분 17.44%)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