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북한 체제 미몽에 빠진 분이 나를 변호하다니…” (北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여간첩 L씨)

민변(民辯) 변호사들의 간첩 옹호 행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3-08-22 10:1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간첩에게 보안법 철폐 주장 및 허위 진술 요구
    • “김일성 만났다” 증언 듣고는 “묵비해달라”
    • 공무원 Y씨 사건에선 일부 공소 내용 뒤집는 성과
    • 변호사 A씨 “내가 맡은 사건은 다 조작이다”
    “북한 체제 미몽에 빠진 분이 나를 변호하다니…” (北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여간첩 L씨)

    여간첩 L씨가 쓴 편지

    L씨(여)는 1968년 8월 15일 황해도 개성시에서 태어났다. 북한에서 엘리트였다. 김책공대, 김일성종합대를 잇따라 졸업했다. 국가안전보위부 해외반탐(反探·대간첩) 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전향서에서 이렇게 썼다.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면서 해외반탐정국 대위로 시작해 소좌, 중좌로 진급했으며 군인으로서의 사명감, 국가관, 충성심을 발휘하며 북한 체제를 위해 일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을 위하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람으로 살려고 합니다. 북한 체제에서 배우고 익힌 주체사상, 김일성·김정일 수령관에 대해 다 잊고 작은 보탬으로나마 한국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사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돼 살고 싶습니다.”

    L씨는 2007년 10월 보위부를 이탈해 중국 톈진에 거주하다 2011년 11월 라오스, 태국을 거쳐 그해 12월 한국에 입국했다.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에서 간첩 혐의가 드러났다. L씨는 2000년대 초 보위부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은 후 중국으로 파견돼 위조한 달러화를 위안화로 교환하는 공작을 펼쳤다. 북한 출신으로 월남한 재미동포 P씨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관련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P씨를 중국으로 유인한 혐의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8월 2일 L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인정돼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 ○○○의 범행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 위험성도 높다. 2007년 이후 공작행위를 중단하고 이탈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L씨 측은 수사기관의 강압에 못 이겨 간첩 혐의를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탈북자로 입국한 여간첩이 검거된 것은 2008년 W씨, 2010년 K씨에 이어 L씨가 세 번째다.



    “변호사가 거짓 진술 유도”

    공안당국 관계자는 “L씨를 비롯한 간첩 사건과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를 방해하거나 북한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의견을 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28일 L씨가 서울구치소에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 나를 변호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국정원장 앞으로 보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내용은 이랬다.

    “7월 17일 오전 11시 변호사 ○○○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북한 주민에게 진실과 외부 소식을 알리고 북한 주민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을 지원해야 하며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지 통일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아셔야 할 변호사님께서 국가보안법 폐지요, 철폐요 하시는 말씀을 듣는 순간, 북한의 세습 체제를 미화하는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 나를 변호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7월 27일 한 번 더 변호사님을 만나서 확고한 저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지난날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2007년부터 북한을 배신한 죄가 있다. 그러니 그 후부터 나의 변호를 잘 해주실 수 있으면 해주십사 했습니다. 변호사님은 위조화폐 문제가 세계 통화법에 걸리니 5년형 정도를 검사님이 내릴 수 있으니 보위부 문제 모두가 거짓이라고 해야 한다는 둥…. 지금 매우 혼돈스럽고 변호사님 보고 저의 변호를 해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는 변호사님을 만나고 너무 이해가 안 되어 고민하다가 구치소 계장님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민변 소속 A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철폐를 언급하고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 편지는 L씨의 판결문에 수록돼 있다. 거짓 진술을 유도한 게 L씨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비난받아야 할 사안이다. A 변호사는 그간 다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변호해왔다.

    2011년 8월, 검찰은 K씨(48) 등 5명이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225국과 연계된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벌였다면서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주범 K씨는 1993년 8월 김일성을 직접 면담해 “남조선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접견교시’를 받고 활동을 벌였다.

    “다른 피의자처럼 묵비해달라”

    7월 26일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왕재산’ 사건 주범 K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서울지역책 L씨와 인천지역책 I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연락책 L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 선전책 Y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도 확정했다. 재판부는 K씨 등이 2001년 3월~2006년 2월 4차례에 걸쳐 전국연합·한총련·범민련 남측본부의 동향과 당시 노무현 정부 주도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 변호사는 왕재산 사건 때도 등장한다. A 변호사는 조직을 이탈한 참고인 ‘관모봉’(암호명)을 접촉했다. 관모봉으로부터 “1993년 8월 밀입북해 김일성 접견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도 “다른 피의자들이 잘 묵비하고 있으니 묵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관모봉은 2011년 12월 23일 1심 2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왕재산 태동 경위, 밀입북, 김일성 접견교시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또한 A 변호사가 자신을 찾아와 국정원 수사에 협조하면 변절자로 낙인찍힌다면서 묵비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변호인들은 “증인이 주관적 망상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신문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장이 재출석 의향을 묻자 관모봉은 “무조건 조작이라고 우기는 변호인들 질문에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면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관모봉은 모 대학 교수로 1993년 밀입북해 충성맹세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에 출석해 “북한 체제에 대한 환상은 오래전에 깨졌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가 무너졌을 때도 북한이 건재해 인민을 위한 나라, 사회주의의 희망이란 얘기를 듣고 북한에 들어갔으나 모든 게 환상이란 걸 알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관모봉은 법정진술을 앞두고 왕재산 그룹의 지인에게서 “법정에서(왕재산에 도움이 안 되는) 진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검찰은 이 메시지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왕재산 사건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긴급 대응모임’ ‘왕재산 조작사건 대책위’는 국회 기자회견, 칼럼기고, 규탄대회 등을 통해 이 사건이 조작됐다고 선전한 바 있다.

    北 주장과 유사한 의견 내놔

    공안당국 관계자는 일부 변호사의 수사 방해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A, B, C, D, E 변호사 등은 왕재산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을 출입할 때 보안검색 조치가 변론권을 침해한다면서 보안검색대 통과를 거부한 후 국정원이 마치 변호인의 조력을 막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2011년 7~8월 국정원의 출입조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법원에 13건이나 제기했다. 다수의 변호사가 피의자, 참고인을 설득해 동반 귀가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월 3일 국정원의 보안검색 절차는 보안 목적을 위한 청사관리권 행사이므로 변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한 뒤에도 한 변호사는 보안검색대 통과를 거부하고 피의자와 함께 귀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피의자에게 묵비를 종용하고, 피의자 옆에서 졸거나 소설책을 읽기도 했다. 어떤 변호사는 졸고 있는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강압적 수사이므로 출석하지 않겠다’며 출석 불응의 책임은 국정원에 있다, 출석요구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신문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수사관의 말투 하나하나를 꼬투리잡거나 자극하는 언동도 한다. 신문조서 간인(間印)을 요구하면 못하게 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는 변호사도 있다. 신문 도중 조사실 밖에서의 식사와 휴식을 요구하거나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신문의 맥을 끊고, 휴대전화 메시지로 출석 기일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변호인 휴가 등의 이유로 출석날짜를 바꾸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한다.”

    언론 지면에 크게 오르내리는 간첩 사건의 변론을 맡는 변호사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통합진보당(대표 이정희)과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측면이 많다.

    B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적(利敵)단체로 판단한 실천연대를 결성해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소장으로 있던 한국민권연구소 기관지 ‘정세동향’을 통해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 문건을 작성해 전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2년 10월 대법원은 B 변호사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B 변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 때도 변호를 맡았다.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에서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 등이 ‘당의 종북주의 청산’을 요구하며 일심회 사건 관련자의 제명을 시도하자 “국가보안법은 법전에서 찢어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법이다. 쓰레기 법, 쓰레기 판결문을 근거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현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일심회 조직원들은 북한을 ‘조국’, 노동당을 ‘우리 당’, 한국을 ‘적후(敵後)’로 불렀다. 일심회 총책 J씨는 북한에 보낸 보고문에서 B 변호사를 포섭 대상자로 거론했다.

    왕재산, 일심회 등 공안사건을 도맡다시피 변론해온 C 변호사의 주장은 북한의 그것과 유사할 때가 많다.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 그렇게 딱 정리를 합니다. 이건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북한 공작원,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우리는 단정을 짓습니다”(2003년 5월 7일 MBC의 한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북한 체제 미몽에 빠진 분이 나를 변호하다니…” (北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여간첩 L씨)

    민주노동당 일부 당직자 등이 2006년 10월 31일 국정원 앞에서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탄압 중단 및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민노당은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종북주의’ 논란이 벌어지면서 분당됐다.

    “한총련의 인식은 이 나라가 미국에 의해 자주권을 잃고 예속될 위기에 처했다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비판 의식이다.”(2003년 5월 7일 민변 주최 ‘한총련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간담회’에서)

    “국가보안법은 허구요, 기만이요, 소름 끼치는 음모의 굴레다. 있지도 않은 허깨비를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속박하고 수구 냉전 세력의 음모와 기만극에 농락당하던 지난날을 이제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이제 56년간이나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잔인하게도 짓밟아온 굴레를 박차고 마음껏 자유와 행복을 창조할 자주와 평화와 통일의 마당에서 춤추어야 한다.”(2004년 12월 발표한 논문 ‘국가보안법의 전제인 북한에 의한 무력남침, 적화통일론의 허구성’에서)

    ‘노동신문’이 발언 인용하기도

    물론 믿음과 소신에 따라 이 같은 발언을 한 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따금 C 변호사의 코멘트를 소개했다.

    “○○○(C 변호사의 이름)은 얼마 전 인공지구위성 발사는 국제법적으로 문제시할 대상이 아니며 어느 나라나 우주공간의 평화적 리용에 대한 독자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였다.”(2009년 4월 14일자)

    “보안법 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집회에서 범민련 의장 리규재, 민가협 권오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 발언하였다.”(2009년 5월 23일자)

    “한총련 ○○○ 공판에서 ○○○은 검찰이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의 주장과 류사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한총련을 탄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2002년 10월 26일자)

    “변호사 ○○○은 5·18 당시 미국이 직접 공모하고 공동의 행위를 벌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면서 미국은 내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잡단살해죄 등의 범죄와 내정간섭의 위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하여 피고인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2002년 5월 20일자)

    C 변호사는 왕재산 간첩 사건 대북보고문에도 두 차례 이름이 등장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도움으로 (특히 ○○○, ○○○ 변호사) 범민련 이적 규정 철회를 위한 법률소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

    “○○○과 ○○○을 통해 신의주 카지노 호텔 사업을 할 주체를 남한 기업인 중 찾아달라고 부탁하여 여러 기업인과 접촉하였다.”

    왕재산 사건 때 변호인단에 참여한 D변호사는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으로, 불공정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개정에 관심이 많다.

    보위부 출신 여간첩 L씨를 변호한 A 변호사 등은 4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2011년 6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북한 출신 화교 Y씨가 국내 탈북인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2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협박 폭행으로 허위 자백”

    A 변호사 등은 “Y씨 여동생이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회유, 협박, 폭행을 당한 끝에 허위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Y씨의 여동생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 오빠 형량을 낮춰주고, 나중에 오빠와 한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 때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며 폭행했으며 폐쇄회로 TV가 있는 독방에서 지냈다. 문을 항상 잠가 감금 상태였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A 변호사 등이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민변이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반박했다. 또 “Y씨의 주거지, 사무실 압수수색 시, 동향 탈북자 5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 때도 국가보안법 위반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여동생의 참고인 조사 과정은 모두 녹화돼 있다. 폭행, 자살 시도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감금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 3명은 5월 10일 A 변호사 등 Y씨 변호인 3명에게 각 2억 원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Y씨 여동생은 지난해 10월 탈북자라고 주장하면서 입국했으나 당국 조사에서 화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머물면서 공안당국이 수사 중이던 Y씨의 혐의와 관련해 진술했다. 검찰 참고인 조사 때와 2월 4일 법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 증인신문 때도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변호인들을 만난 후 증언을 뒤집은 것.

    5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심리로 열린 Y씨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에서 이범균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치 못했다”면서 “정식으로 자제하길 당부한다. 이런 시도가 계속되면 재판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검사와 A 변호사의 승강이도 있었다. A 변호사는 “국정원이 Y씨 여동생의 법정 증언을 막고자 협박하고 있다”며 “페어플레이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해명했다. 검사는 “변호인들은 왕재산, ○○○(여간첩 L씨 사건) 때도 피고인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고 회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여긴 법정이다. 감정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승강이는 멈췄다. 휴정이 되자 A 변호사는 검사에게 “왕재산, ○○○ 사건을 언급하면 이 검사 사건을 다른 법정마다 들고 다니면서 말하겠다”고 쏘아붙였다. 검사는 “법정에서 변론하라”고 대응했다.

    Y씨 사건은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상대 측이 Y씨 여동생을 회유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변호인들의 노력으로 검찰의 공소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밝혀졌다. 공안당국이 부실하게 수사한 곳을 파고들어 성과를 낸 것이다. 핵심 참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8월 말로 예정된 선고에서 Y씨가 일부 무죄를 선고받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신병자를 간첩으로 조작”

    ‘신동아’는 A 변호사 측에 취재 내용과 관련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A 변호사는 거절했다. A 변호사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탈북자 간첩사건을 맡아왔는데 100% 다 조작됐다고 보나?) 난 그렇게 믿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맡은 사건은 다 그랬다. 특히 탈북 여간첩 사건은 다 조작이 맞다. 이번에 4호 여간첩 사건이 알려졌는데 각본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다. 현 국가보안법하에서는 진상 규명이 힘들고, 직접 증거는 본인 자백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간첩 조작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번에 Y씨 동생이 자백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친동생이 오빠를 폭로하겠나. (그간 탈북자 간첩사건은 몇 건이나 담당했나?) ○○○ 씨와 공범이 된 군인 장교, 2호 여성 탈북자 간첩의 내연남, 3호 여간첩 ○○○ 사건 등이다. 특히 3호 여간첩 사건은 정신병 환자를 간첩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게 법원에서 간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기가 막히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인데, 법원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민변은 독재정권 시절 사회의 소금 구실을 했다. 법, 제도는 체제 친화적이게 마련이므로 개혁 성향 변호사 단체는 법, 제도가 피해자, 모순을 만드는 것을 막아내는 데 기여했다. 민변의 뿌리 격인 조영래, 홍성우 변호사는 공익 변론을 통해 그런 일을 했다.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들이 간첩 사건을 맡아 변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건에서 변호사들이 보이는 행태는 실체적 진실보다는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정치적 지향에 쏠린 느낌이 든다. A변호사의 주장대로 간첩 사건 상당수가 조작된 것일까. 왕재산 사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제출된 여러 증거에는 조작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사정이 없는데도, 근거 없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법원을 오도하고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해 형을 가중하는 요소다.”

    물론 개중엔 법, 제도의 한계가 빚어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신동아’가 수년을 두고 추적해 밝혀낸 ‘수지킴 사건’처럼 말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