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유니버설스튜디오 프로젝트 삽 한 번 못 뜨고 무산 위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3-08-22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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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초 2012년 개장 목표…토지 확보도 안 돼
    • 콘도, 골프장 등 분양 포기로 사업성 곤두박질
    • 사업주체 롯데, 세무조사로 홀딩 상태
    • 경제효과 연 10조 원…朴 정부 ‘관광 활성화’ 덕 볼까?
    #1 2007년 10월, 미국 순방길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 Hollywood)를 찾아 슈렉4D 상영관, 워터월드 쇼 등을 체험했다. 그는 피터 왕 유니버설파크앤리조트(UPR) 부사장을 만나 “경기도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 달 뒤,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 양해각서(MOU) 서명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유니버설스튜디오 한국 독점사업권을 가진 USK프로퍼티홀딩스(주)와 포스코건설, 신한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이 사업자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경기도와 수자원공사가 파트너로 나섰다. 김 지사 등은 “2012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약 470만㎡(약 140만 평)에 테마파크, 쇼핑타운, 워터파크, 호텔 등을 조성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총 사업비는 3조 원 규모로 컨소시엄 구성원들의 출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3년 7월, 김 지사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가 무산되기 일보 직전’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중앙 일간지에 기고했다. 칼럼에는 미국 밖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개장한 싱가포르에 대한 부러움이 뚝뚝 묻어났다.



    경기도는 화성 시화호 매립지에 5조 원 이상이 들어가는 글로벌 테마파크이자, 고용 효과가 총 15만 명에 이르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유치하려 했으나 무산되기 일보 직전이다. 반면 우리와 같이 유치를 시작했던 싱가포르는 이미 2년 전에 완공, 관광객을 연간 350만 명 끌어 모으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국유지인 시화호 매립지 땅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싱가포르는 센토사 섬 내 대지를 60년간 무상 제공했다. 상하이는 디즈니랜드에 100년간 땅을 무상 임대해주고 현금 1조 원을 지원했다. 결국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화성이 아닌 베이징으로 목적지를 바꾸려 하고 있다. (…)



    -7월 26일자 조선일보 기고 ‘일자리 만들게 제발 방해는 말아주십시오’

    세계 2위 글로벌 테마파크

    경기도는 김 지사의 칼럼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에서 쓴 것이지,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토지가격이나 정부 지원이 미약하다보니 지금 어려운 상황인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방공약가계부 167개 공약사업 중 하나인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난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월트디즈니사의 디즈니랜드에 이은 세계 2위의 테마파크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 NBC Universal이 보유한 여러 사업부문 중 하나가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로, 이 부문 매출은 케이블 네트워크, TV방송, 영화 부문의 뒤를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2012년 NBC Universal 총 매출액 240억 달러 중 약 9%에 해당하는 21억 달러(약 2조3000억 원)가 테마파크 사업부문에서 나왔다. NBC Univeral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와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며, 해외사업은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2001년 일본, 2011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브랜드 및 지적재산권 사용권한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국내 컨소시엄은 2008년 12월 (주)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개발(이하 USKR)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 이 프로젝트에 롯데그룹이 뛰어든다. 롯데그룹은 에버랜드에 이어 국내 2위 테마파크인 롯데월드를 운영하는 (주)호텔롯데와 그룹 내 쇼핑몰, 리조트 등의 개발·운영을 맡고 있는 (주)롯데자산개발을 통해 USKR에 지분을 출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USKR의 자본금은 388억 원이고 지분 구조는 △호텔롯데 45.1% △롯데자산개발 19.7% △포스코건설 11.2% △쌍용건설 5.6% △USK프로퍼티홀딩스 5.2% △한국투자증권 3.9% 등이다. 1대 주주는 호텔롯데이지만 롯데자산개발이 주무를 맡고 있다. MOU 서명 당시 참여했던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현재 빠져 있다.

    토지價 갈등, 임대로 못 풀까

    이 프로젝트가 그간 난항을 겪어온 것은 프로젝트를 띄운 이후 빠르게 진행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느 부동산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젝트 역시 PF와 부동산 분양으로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시장 여건상 둘 다 어렵게 됐다.

    경기 침체 여파로 현재 국내 콘도 및 골프장 분양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콘도의 경우 2008년 11월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객실당 2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해야 분양 허가가 나던 것이 5명 이상으로 강화됐다. 부부가 각자 회원권을 구입해 객실 1개를 사실상 개별 소유하던 것도 금지됐다. 이처럼 콘도 분양 규제가 강화된 것은 당시 콘도로 허가받아 아파트로 분양하는 편법 행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 침체와 규제 강화로 USKR 측은 지난 3월에 분양을 아예 포기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30만 평(약 99만㎡) 규모의 골프장은 퍼블릭골프장으로 짓고, 콘도 대신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오토캠핑장과 청소년 수련시설, 그리고 영화촬영소를 넣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여건에서는 콘도를 분양해봤자 건축비도 못 뽑는다”며 “분양할 아이템이 제로가 되면서 5조 원의 사업비 마련이 더욱 요원해졌다”고 전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수자원공사가 시화호를 매립하면서 생긴 송산그린시티 내에 들어설 예정이다. 송산그린시티는 총 55.9㎢(약 1690만 평) 규모의 자원순환형 생태도시로 개발될 예정인데, 수자원공사는 그 일부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한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USKR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니버설스튜디오 프로젝트 삽 한 번  못 뜨고 무산 위기
    수자원공사와 USKR 측은 2011년 토지대금 5040억 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USKR 측이 1500억 원가량의 일부 토지대금 납부시한인 2012년 9월까지 돈을 지급하지 않아 합의가 무산됐다. 땅값을 3000억 원대로 낮춰달라는 롯데 측 요구를 수자원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롯데 측이 공식적으로 땅값 인하 요구를 한 적 없어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땅값 인하는 자칫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토지 매각 선결조건으로 △NBC Universal과의 라이선스 본계약 완료 △외자 유치 등이 있는데, 롯데 측이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자산개발 측은 “답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경기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세무조사 등으로 잠시 사업을 홀딩(보류)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나간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2011년 토지 가치를 평가할 때는 콘도나 상업용지 용도의 부지가 상당 부분 들어가 있었지만, 현재 토지이용계획에는 모두 빠졌으므로 감정평가를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토지 문제를 매매가 아닌 임대 등의 방법으로 풀 수는 없을까.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 섬 내 유니버설스튜디오 부지를 60년간 저리 임대했고, 홍콩 정부는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면서 월트디즈니와 지분율 57대 43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서 토지를 50년간 임대했다(50년 추가 연장 가능). 국내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중 토지 문제를 임대 방식으로 해결한 대표적 예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다. 서울시는 AIG그룹에 3만3000여㎡(약 1만 평)의 부지를 매년 공시지가의 1%를 임대료로 받기로 하고 99년 동안 빌려줬다.

    유니버설 프로젝트 관계자는 “토지비를 만회해주는 시설이 분양 가능한 콘도나 골프장 등인데, 지금 상황에선 이게 전혀 없어 매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임대 얘기는 수자원공사와의 협상 초기에 잠깐 나왔다가 없던 일이 됐다. 지금이라도 임대해주거나 수자원공사가 토지로 현물 출자한다면 사업자 처지에선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어트랙션 하나에 5000억

    USKR에 들어가는 ‘목돈’은 전체 사업비 5조 원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테마파크 사업은 항상 ‘끊임없는 즐길거리’를 요구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재투자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의 오락문화비 지수가 계속 상승 추세인데도 국내 테마파크 입장객 수는 2002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감소하는 이유도 더 이상 새로운 즐길거리가 드물다는 데 있다.

    2010년 미국 플로리다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올랜도는 방문객이 전년 대비 68%나 증가했다. 새로 개장한 해리포터 어트랙션(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효과였다. 그런데 이 어트랙션 하나를 세우는 데 필요한 금액이 5억 달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레저백서는 ‘테마파크는 개장 3년 후부터 입장객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평가한다. 심영섭 한국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테마파크 이용객은 두 번은 가도 세 번은 안 간다”며 “따라서 대규모 재투자를 꾸준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를 공약사업으로 채택하고 경기도가 별도 전담팀까지 두고 매달리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 활성화 등 지역경제로 파급될 효과 때문이다. 경기도 측은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 안산·시흥 등 인근 지역이 우선 혜택을 보지만, 전국적으로도 연간 10조 원 이상의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직접 고용만 1만1000여 명으로 예상된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테마파크 자체는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파급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테마파크도 피해를 본다기보다는, 경쟁이 촉발돼 테마파크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15년 상하이 디즈니랜드까지 개장하고 나면, 홍콩·상하이·도쿄에 디즈니랜드가, 오사카·싱가포르에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게 돼 인근 지역에서의 글로벌 테마파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경기도는 화성에 유니버설스튜디오가 개장하면 연간 해외관광객이 100만 명 순증하고 한국 체류기간도 하루 이틀 길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경기도 여주와 파주에 아웃렛이 생기고 나서 내국인의 홍콩 쇼핑여행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심 실장은 “유니버설 건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콘텐츠 사업이 아닌 부동산 사업으로 접근했다는 점에도 있다”며 “테마파크의 핵심은 콘텐츠와 고도의 서비스 경영기법으로, 부동산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곤 강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관광공사에 기고한 글 ‘홍콩 디즈니 유치 사례’에서 “과거 제조업 육성전략을 벤치마킹해, 선진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이전 및 경제적 파급효과, 브랜드 효과를 동시에 해결해가며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테마파크보다 파급효과

    김 지사가 ‘무산되기 일보 직전’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썼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어느 누구도 무산을 바라지는 않고 있다. 롯데 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조차 롯데를 대체할 사업자를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눈치다. 목표를 2018년 개장으로 수정한 유니버설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한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저리 융자, 파격적인 토지 공급 등 정부의 통 큰 지원이 없다면 이 프로젝트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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