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원전 브로커’ 오희택, 여권 실세 끌어들여 KT&G와 컨설팅 계약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3-08-22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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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공장 신설 등 미얀마 담배 사업 명목
    • ‘민영진 KT&G 사장 연임 도운 대가’ 소문
    • 여권 실세 이영수 KMDC 회장과 사업 추진키로
    • 오 씨 측근 “박영준, 한국정수공업에서 80억 받기로”
    • KT&G “오 씨와 계약한 건 사실, 민 사장과는 무관”
    ‘원전 브로커’ 오희택, 여권 실세 끌어들여 KT&G와 컨설팅 계약

    ‘원전 브로커’ 오희택 전 한국정수공업 부회장(왼쪽), 오 씨와 함께 KT&G 미얀마 담배사업에 뛰어든 KMDC 이영수 회장.

    ‘원전(原電) 브로커’ 오희택(55, 구속) 씨가 올해 초 KT&G(사장 민영진)에서도 억대의 컨설팅비를 받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KT&G 주변에서는 오 씨가 민영진 사장의 연임에 힘을 써주고 받은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 사장은 올해 2월 KT&G 사장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오 씨는 원전 설비업체인 한국정수공업(회장 이규철)으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씨는 미얀마에 KT&G 담배공장을 설립하는 등 미얀마에서의 담배 관련 사업 일체를 컨설팅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2월경 KT&G와 수억 원대의 컨설팅 계약을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5월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1억 원을 계약금으로 받아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업에 여권 실세인 이영수 KMDC 회장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 오 씨는 KT&G로부터 받은 미얀마 사업권을 KMDC에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영수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 2~3월경 오희택 씨가 KT&G에서 생산한 담배를 미얀마에 수출하고, KT&G의 유휴 설비를 이용해 미얀마에 담배공장을 설립하는 등의 사업을 제안해 온 사실이 있다. 그러나 본 계약이 진행되기 전에 원전 비리 의혹이 터졌다. 아직 돈이 오간 것은 없다. 오 씨가 KT&G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아간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이 회장은 1992년부터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청년위원장과 대선후보 경호실장을 맡는 등 하부조직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여권의 숨은 실세.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지난해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전국에 수십만 명의 회원을 가진 조직 ‘뉴한국의 힘’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여권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래된 조직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캠프에 일조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는 동서 간이다.

    지난해 말 첫 접촉



    오 씨가 KT&G와 처음 접촉한 시점은 지난해 11월경이다. 오 씨와 친분이 있는 KT&G의 한 고위 임원이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당시 KT&G는 민 사장의 연임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었다.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민 사장의 비리 의혹 관련 투서가 접수된 것도 그 즈음이다. 민 사장이 연임을 위해 정치권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다는 말도 나왔다. 경찰, 검찰, 국세청은 이 투서 내용을 근거로 올해 초부터 KT&G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신동아 2013년 6월호 ‘KT&G 로비·비자금 의혹 전말’ 참조). 지난 6월 초, 경찰은 민영진 사장 등 KT&G 임원 6명을 부동산 관련 비리 의혹 등으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오 씨는 1990년대 초반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여권과 관계를 맺었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한 때 큰돈을 벌었고,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건설분과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까지 재경포항중고동창회장을 지내 ‘영포(영일-포항) 라인’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정부 때 포항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지냈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돈세탁 창구로 알려져 있는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과도 가깝다고 한다. 오 씨와 가까운 한 포항지역 인사는 “오 씨가 이동조 씨를 통해 박 전 차관과도 잘 알고 지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씨는 KT&G와 컨설팅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명목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J시스템을 내세웠다. J시스템은 오 씨가 KT&G와의 사업을 위해 인수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오 씨의 딸은 지난해 11월 5일 J시스템 설립과 함께 대표에 취임했다. 오 씨는 부동산 매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J테크를 인수해 J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꾼 뒤 사업 목적에 ‘해외 신규사업투자 타당성 검토지원업무 및 기타 관련된 부대사업 일체’를 추가했다. 올해 5월 7일의 일이다. 그리고 보름 후인 5월 20일 KT&G와 정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계약금조로 1억 원을 받아갔다. 오 씨가 계약금 1억 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내세워 컨설팅비를 받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한국정수공업에서 돈을 받았을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 씨는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N사를 통해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13억 원을 받아 그중 일부를 로비 활동에 썼다.

    원전 비리와 똑같은 방식

    오 씨는 KT&G 측과 컨설팅 계약 논의를 할 때부터 이영수 KMDC 회장을 이 사업에 끌어들였다. KT&G도 오 씨보다는 이 회장의 미얀마 내 영향력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컨설팅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방식은 오 씨가 KT&G로부터 미얀마 담배 관련 사업권을 받은 뒤 이를 이 회장 측에 하도급을 주는 형태였다.

    ‘원전 브로커’ 오희택, 여권 실세 끌어들여 KT&G와 컨설팅 계약

    KT&G 민영진 사장.

    오 씨는 KT&G와 본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총 3번에 걸쳐 3억 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받기로 했다. 계약금 1억 원, 미얀마와 MOU(양해각서)를 작성할 때 1억 원, 본계약 체결 때 1억 원이다. 그리고 미얀마에 담배가 수출되고 담배공장이 들어서면 전체 사업비의 3%를 KT&G가 오 씨에게 성공보수 명목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조건이 별도로 붙어 있었다. 성공보수는 최소 2억5000만 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사업 규모가 축소되어 성공보수(총사업비의 3%)가 2억5000만 원 이하가 되더라도 최소 금액은 보장해주는 식이다. 오 씨 측에 유리한 조항이었다. 하지만 담배공장이나 담배 관련 사업의 규모나 형태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컨설팅비의 전체 규모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성공보수가 최저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오 씨 측이 받게 되는 컨설팅 금액은 5억5000만 원이 된다.

    총 사업비에서 일정 비율을 컨설팅비 형태로 받아가는 방식도 한국정수공업의 경우와 같다. 검찰에 따르면, 오 씨는 한국정수공업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에 수처리 관련 설비를 납품하게 될 경우 전체 사업비의 8%, 78억 원가량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 씨와 KT&G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영수 KMDC 회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초 오 씨로부터 KT&G 미얀마 사업을 소개받고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민 사장의 연임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한 적은 없다. 한국정수공업과는 달리 이 계약은 아주 정상적인 사업이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KT&G 미얀마 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올해 2~3월경 오 씨가 사업을 제안했다. 미얀마에 KT&G 담배를 수출하고 담배공장도 짓는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KT&G와 계약을 체결해 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2년 전에도 이미 다른 사람 소개로 KT&G의 미얀마 담배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로 잘 안 됐다.”

    ▼ 오 씨가 KT&G와 접촉한 시점은 지난해다. 그때는 이 사업을 몰랐나.

    “올해 2~3월경에 오 씨에게 처음 얘기를 들은 걸로 기억한다.”

    “오 씨가 하도급 주기로…”

    ▼ 계약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오 씨가 KT&G에서 사업권을 받아서 우리 회사(KMDC)에 하도급을 주는 식이었다. KT&G의 유휴 기계를 가져다가 합작법인으로 공장을 짓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 컨설팅비 등은 얼마나 받기로 했나.

    “전체 사업비의 2~3% 정도다. 하지만 금액으로는 얼마나 될지 아직 모른다. 담배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는 대당 몇 십억 원이 넘는데, 5대가 들어갈지 10대가 들어갈지 결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오씨가 KT&G에서 컨설팅비를 받으면 그중 20~30%는 소개비 몫으로 오 씨가 받고 나머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 오 씨는 지난 5월 KT&G와 계약을 맺고 1억 원의 계약금을 받아갔다. 혹시 그 돈을 나눠 가졌나.

    “계약을 한 건 알았지만, 오 씨가 KT&G에서 계약금을 이미 받은 건 몰랐다. 한번은 오 씨에게 KT&G와 맺은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못 봤다. 나도 돈을 받아야 일을 시작할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 오 씨는 어떻게 KT&G 사업에 뛰어들었나.

    “자기가 KT&G 간부 한 사람을 안다고 했다. 그렇게만 알고 있다. 오 씨가 나와 KMDC를 팔아서 계약을 한 건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KT&G에 아는 사람이 없다.”

    ‘원전 브로커’ 오희택, 여권 실세 끌어들여 KT&G와 컨설팅 계약

    반핵부산시민대책위가 8월 8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원전부품 납품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 씨가 민영진 사장 연임을 위해 뛰었다는 말도 있던데.

    “아닐 것이다. 오 씨는 내게 ‘민 사장을 모른다’고 했다.”

    ▼ 오 씨가 민 사장 연임과 관련해 부탁을 한 적은 있나.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 받았다고 해도 내겐 그런 일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능력이 없다.”

    ▼ 오 씨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20년 전부터 알던 사람이다. 대통령 선거를 4번이나 같이 치렀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의리도 있고 정도 있는 사람이다. 2006년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나도 그 과정에서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 사업이 어려워진 뒤 궁여지책으로 한국정수공업에 들어가 일한 것으로 안다.”

    ▼ KT&G 미얀마 사업은 오 씨의 구속으로 무산된 상태인가.

    “아니다. 아직 진행 중이다.”

    한편 KT&G는 오 씨와 맺은 컨설팅 계약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오희택 씨 측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다. 회사 간부 중 한 사람이 오 씨를 소개했다. 그러나 민영진 사장은 최근까지 오 씨 측과 KT&G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 씨가 민 사장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계약서상 비밀유지 의무로 인해 계약 내용은 밝히기 곤란하다.”

    “박 전 차관이 청탁 들어줘”

    오 씨 주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원전 비리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도 접할 수 있었다. 원전 설비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차관과 관련된 것이다. 그중 일부는 검찰의 수사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의 로비에는 오 씨와 함께 이윤영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참여했다. 오 씨는 한국정수공업에서 받은 13억 원 중 3억 원을 이 씨에게 건네며 “한국정수공업이 원전설비를 납품하는 데 힘써준 박 전 차관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오 씨와 한국정수공업 측에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할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 씨의 최측근 인사 A 씨의 설명은 달랐다.

    “오 씨가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받은 돈 13억 원은 이 씨와 박 전 차관이 합의한 로비 자금과 별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13억 원은 오 씨와 이 씨의 몫이고, 총 사업비의 8%에 해당하는 80억 원은 온전히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될 돈이었다. 검찰이 밝힌 13억 원은 오 씨가 한국정수공업에 몸담고 있던 5년간 받은 돈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그중에는 오 씨가 5년간 이런저런 경비를 쓴 법인카드 비용 4억7000만 원도 포함된 걸로 알고 있다. 오씨는 지금 이런 부분을 억울해한다.

    그리고 언론보도에는 오 씨가 이 씨에게 건넨 돈이 3억 원이라고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는 5억5000만 원이다. 오 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씨에게 돈을 보냈다. 구속되기 직전 오 씨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들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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