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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20조 부채 안고 파산한 美 디트로이트

  • 오미정 | CJ E&M e뉴스 기자

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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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올해 1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

도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가도를 달린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다. 5대호 중심부에 자리를 잡아 수륙 교통이 발달했고, 전통적 공업도시라 기계·조선·정유 등 연관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컸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면서 도시는 함께 병들어갔다. 자동차 산업으로 영광을 누린 도시가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차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 대륙에 어울리는 자동차 스타일과 턱없이 낮은 연비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외면받았다. 해외 판로가 막히면서 주로 자국에서만 팔렸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자국 내수시장의 달콤함에 빠져 혁신을 게을리하는 동안 일본 차는 기술력과 디테일을 앞세워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미국의 베스트셀링카 10대 중 4대가 일본 차였을 만큼 일본 브랜드들이 약진했다. 독일 등 유럽 차들도 기술력을 향상시켜 고급차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고 온갖 조치를 내놨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 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두 집 건너 한 집꼴 빈곤층

급기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버팀목 노릇을 하던 내수시장도 무너졌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포드는 파산보호 신청은 면했지만 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력 상실로 인해 서서히 기력을 잃어온 디트로이트는 이들의 파산 직격탄을 맞고 더는 버티지 못했다.

1950년대에 200만 명에 달하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현재 70만 명. 디트로이트 가정의 평균 수입은 미국 평균(4만9000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는 2만8000달러에 불과하다. 2011년 기준 빈곤층 비율은 36%에 달한다.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빈곤층인 셈이다.



시 재정도 구멍 나 2006년에 공무원 수를 1만8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줄였다. 가장 먼저 줄인 것은 경찰 인력. 디트로이트 경찰의 30%를 줄인 결과 범죄율이 더욱 높아지면서 치안 부재 상황을 초래했다. 공무원들은 시의 파산으로 연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세수의 38%는 은퇴자의 연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의 지원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디트로이트를 빠져나간 자동차 산업 인력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해외 브랜드들은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미시간 주가 아니라 다른 주에 공장 자리를 잡고 있다.

“아직 희망은 있다”

현대는 앨라배마 주, 기아는 조지아 주에 공장을 지었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에 공장을 뒀다. 혼다는 앨라배마·인디애나·오하이오에 공장을 갖고 있고, 닛산은 미시시피와 테네시에 공장을 설립했다. 도요타 공장은 인디애나, 켄터키, 미시시피, 텍사스에 있다. 이들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편 결과다. 미국 차 회사들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포드는 한때 디트로이트 인근 근무 인구가 1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2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디트로이트는 끝없이 추락할 것인가.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시내 중심가의 웨스틴 북 캐딜락 호텔 직원은 “디트로이트의 위험이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범죄는 시 외곽의 버려진 집과 건물 주변에서 주로 일어나는데도 마치 시 전체가 우범지대인 것처럼 알려졌다”고 항변했다.

호텔 직원의 말을 듣고 시내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자 첫눈에 못 본 활기가 느껴졌다. GM이 위치한 르네상스 센터는 여전히 잘 정리돼 시민들을 반기고 있었고, 나란히 선 메리어트 호텔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붐볐다. 캐나다가 지척에 보이는 강변에선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강가에선 흑인 예비 부부의 웨딩 촬영이 한창이었다.

디트로이트는 흑인 음악의 산실과도 같은 모타운 레코드가 자리 잡은 도시다. 모타운은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보이즈투멘, 라이오넬 리치, 마빈 게이, 다이애나 로스 등 뛰어난 흑인 뮤지션들을 배출한 레코드 레이블. 그래서인지 디트로이트의 흑인들은 ‘모타운 시민’답게 어디서나 노래와 춤을 즐겼다. 늦은 시간에 들른 시내의 바는 마감 시간인 11시가 넘도록 흥청거렸다. ‘디트로이트에서 밤에 술집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은 적어도 이곳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시의 파산 소식과 상관없이 젊은이들은 저마다 나이트 라이프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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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 CJ E&M e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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