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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해리포터가 계급투쟁하는 ‘사회참여 판타지’

봉준호의 ‘설국열차’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해리포터가 계급투쟁하는 ‘사회참여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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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혁명의 모순

학생들은 윌포드가 하사한 달걀을 받는다. 그런데 달걀을 나르는 수레 안에 숨겨놓은 기관총으로 교사는 커티스 일행을 공격한다. 달걀 수레를 끄는 하인 역시 자유석의 봉기세력을 진압한다.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억압적 국가기구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커티스 일행은 교실칸에서 상당한 피해를 당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는 일등석 승객들을 지켜보면서 결국 윌포드가 탄 엔진칸 앞에 다다른다. 여기서 남궁민수는 빙하기가 곧 끝날 것임을 커티스에게 알려준다. 사제 폭탄으로 열차 문을 폭파해 열차 밖으로 나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커티스는 주저한다.

커티스는 윌포드의 초대를 받아 그와 독대한다. 월포드는 커티스에게 ‘자유석 빈민들의 봉기가 사실은 빈민들의 대량 학살을 통한 열차 내 인구 조절의 명분으로 사전에 계획된 일’이라는 사실을 들려준다.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커티스는 ‘기차 밖으로 탈출할 것이냐, 기차의 주인이 될 것이냐’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는 민중혁명이 민중 전체를 구원하지 못하며 오직 소수의 혁명 지도자를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만들 뿐이라는 역사적 모순을 연상시킨다.



커티스, 윌포드 그리고 메이슨 총리에 대비되는 인물은 남궁민수와 요나다. 커티스, 윌포드, 메이슨 총리는 열차의 일차원성에 얽매여 있는 데 비해 남궁민수와 요나는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열차 안에서 태어난 요나는 열차 밖의 세계를 알지 못하지만, 다음 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예지 능력을 갖고 있다. 열차의 보안설계를 맡은 남궁민수는 열차 밖의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통찰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눈이 녹는 것을 보면서 빙하기가 곧 끝날 것임을 감지한다. 열차라는 체제 자체가 필요 없게 됨을 알아차린다.

해리포터가 계급투쟁하는 ‘사회참여 판타지’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설국열차는 종말로부터 인류를 구한 구원의 공간이다. 동시에 계급갈등과 투쟁을 낳는 공간이다. 나아가 민중혁명의 모순이 잉태되는 공간이다.

설국열차는 언젠가 효용가치를 다하는 한계적 체제이기도 하다. 열차에서 내린 이후 인류는 어떻게 될까. 여전히 계급투쟁과 혁명의 모순이 무한궤도처럼 반복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일까.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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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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