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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가 만난 작가Ⅰ

“내가 지금 서른이면 당장 중국 가서 사업할 것”

‘태백산맥’ 넘어 ‘정글만리’ 종횡무진 조정래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내가 지금 서른이면 당장 중국 가서 사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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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련은 무너졌는데 중국은 왜?’…20년 취재
  • ● 대하소설 3편 쓰던 20년간 술 한 모금 안 해
  • ● 박근혜, ‘솔찬히’ 잘하고 있다
  • ● 도종환 국회 입성, 안도현 절필 선언 이해 안돼
  • ● 작가는 시대의 나침반…여야, 좌우 초월해야
“내가 지금 서른이면 당장 중국 가서 사업할 것”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70) 씨가 3년 만에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펴냈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주로 민족문제에 천착해온 그였기에 다소 뜻밖이었다. 지난해 대선 때 무소속 안철수 후보 후원회장까지 지낸 그가 박근혜 정부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했다.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아내 김초혜 시인과 함께 장을 보는 중이라고 했다. “심심해서 운동 삼아 나왔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문단에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잉꼬부부다.

▼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

“소설과 관련한 스케줄이 계속 이어지네요. 9월 초에나 제주도를 며칠 다녀오려고요. 백번 가도 좋은 곳이 제주도예요. 제가 문인 중에선 세상 여행을 가장 많이 한 편인데, 세계 어디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곳은 없어요. 전에는 여행 가면 손주들이 따라왔는데, 이번엔 집사람과 둘이만 가요. 이제는 커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중요하지만 친구도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벌써 버림받기 시작한 거지(웃음).”

제주도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엄청 산다는데, 심각한 문제예요. 도지사가 외자유치 개념을 잘 모르는 모양이야. 외자유치는 산업자본을 들여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지, 땅을 팔아먹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5만 달러만 내면 영주권까지 준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있는데, 중국인이 제값에 사주면 좋은 것 아닌가요.

“중국인이 제주도 땅 70~80%를 장악한 후에 자기네 땅이라며 한국 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쩔 건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 것처럼 중국도 이어도를 자기네 거라고 하고 싶어 해요. 중국의 영토 탐욕은 무서워요. 방심하다 당할 수 있어요.”

중국인의 자존심

소설은 탈고했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중국으로 가득한 듯했다. ‘정글만리’는 3권, 13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읽다가 중간에 멈출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대(對)중국 업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비즈니스 노하우를, 젊은이들에게는 중국이라는 ‘무한한 기회의 땅’을 향한 꿈을 심어주리라는 평가다.

▼ 중국을 다뤘다는 게 뜻밖입니다.

“소설 ‘아리랑’을 쓰기 위해 1990년 중국 취재를 갔어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은 붕괴했는데 왜 중국은 건재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며칠 만에 그 답이 보이더군요. 소련은 빵 하나, 달걀 하나를 얻기 위해 혹독한 추위 속에서 200m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14억 인구의 배고픔을 해결했어요. 그때 중국이 엄청난 힘으로 경제발전을 할 수 있겠구나 예감했고, 실제로 우리보다 더 빠르게 발전했어요. 앞으로 30년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어요.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 20년 동안 관심을 갖고 취재한 셈이네요.

“그동안 중국을 8번 다녀왔는데, 발전상이 확연하게 보여요. 20년 전에는 5%도 안 되던 도로포장률이 지금은 95%에 달해요. 대도시마다 초고층빌딩이 어머어마하게 많고요. 상하이엔 4000채가 넘어요. 지금도 해마다 새로운 초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있어요. 끝없이 이어지던 자전거 부대는 오토바이 행렬로, 다시 자동차의 물결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중국에 대해 더럽다, 게으르다, 가짜가 많다는 편견에 빠져 있죠. 물론 가짜 많죠. 하지만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요. 더럽다는 것도 대도시에선 옛날얘기고요.”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가 잘 모르던, 중국인들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관시(關係), 붉은색과 8자에 대한 집착, ‘짝퉁’에 대한 너그러움 같은 것들이다.

▼ 소설에서 중국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더군요.

“상품도, 인간관계도 현지화가 중요합니다. 상품은 중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그들을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인간관계도 문화 동질성을 갖고 접근하고 정(情)을 통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선 명품 회사들이 기부활동 안 한다고 알려지면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져요.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토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 바로 반일운동이 일어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죠. 일본 여행상품 판매가 취소되고, 중국에 있는 일본 상사들은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예요. 대만 독립 문제도 중국인에겐 아킬레스건이라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요. 프랑스가 대만에 무기를 팔자 전국에서 프랑스계 할인매장 까르푸 불매운동이 벌어져 엄청난 타격을 받았죠.”

▼ 왜 그렇게 예민한 걸까요.

“중국은 지난 2000년 중 180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세계 1등 국가였잖아요. 그러니 최근 200년 동안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못 견디는 거죠. 우리가 일본에 굴욕을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어요. 그런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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