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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론 접목 ‘신개념 야구’로 ‘재벌 야구’에 무한도전

‘한국판 머니볼’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 기자, 야구해설가 cano@hani.co.kr

투자이론 접목 ‘신개념 야구’로 ‘재벌 야구’에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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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행운’

이장석이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1월. 2007 시즌이 끝난 뒤 한국 프로야구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1년 전 해체를 선언한 현대 유니콘스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운영자금 130억 원을 대가면서 1년간 끌었지만 더는 지원하기 어려웠다. 공중분해 위기에 직면한 현대를 농협, STX, KT가 인수하려고 나섰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농협은 전국농협노조의 극심한 반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난색으로, STX는 공식 발표 전 인수 협상설이 새나가면서, KT는 KBO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다가 타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 협상이 물거품이 됐다.

이때 자본금 5000만 원에 직원 2명에 불과한 투자컨설팅 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나타났다. 직원 둘은 이 대표와 후배 남궁종환(현 히어로즈 부사장)이었다. 5000만 원은 두 사람이 2500만 원씩 출자했다. 프로야구를 7개 구단 체제로 운영할 수 없었던 KBO로서는 2008년 시즌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이 대표는 KBO 가입비 120억 원을 분납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했다.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할 때 냈던 400억 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서울 연고권까지 얻었으니 이 대표의 수완은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것은 ‘준비된 행운’이었다. 뛰어난 투자 능력과 안목,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8년 3월 4일,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히어로즈 프로야구단’(현 서울히어로즈)이 출범했다. 프로야구 최초로 메인 스폰서를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는 신개념 야구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막연히 ‘프로스포츠 구단주가 되고 싶다’던 이장석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기존 구단과 차별화한 운영 및 마케팅으로 구단을 경영하겠다. 다양한 스폰서 활용으로 새로운 구단 운영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 담배 독점 기업 KT·G에 도전장을 낸 ‘우리담배’와 메인 스폰서십 계약도 맺었다. 해마다 100억 원씩 3년간 300억 원(현금 210억 원, 현물 90억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했다.



하지만 위기는 너무나 빨리 왔다. 우리담배는 경영난으로 5월부터 스폰서십 납입금을 연체했고, 히어로즈프로야구단은 그해 6월 말까지 KBO에 납부하기로 한 가입비 1차 분납금 24억 원을 미납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구단 운영 능력이 의심받기 시작했고,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야구단 사기꾼’ ‘엉터리 오너’라는 비아냥까지 들렸다. 우리담배는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그해 8월 스폰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너무나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결국 우리 히어로즈는 시즌 도중 ‘우리’라는 이름을 떼고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담배는 그해 말 법원에 화의 신청을 냈고 지난해 파산 절차를 밟았다.

‘신의 한 수’ 보여준 트레이드

메인 스폰서와의 계약 파기는 히어로즈의 존재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표가 경영 전략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거액을 후원하는 하나의 스폰서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소액이지만 여러 기업을 스폰서로 꾸리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히어로즈의 스폰서 기업은 2009년 50개에서 지금은 10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히어로즈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무려 1년 6개월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버텼다. 2009년 운영 예산은 190억 원이었지만 구단 수입은 80억 원에 불과했다. 자금 압박은 심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KBO에 내야 할 추가 가입비 60억 원이었다.

선택은 단 하나, 트레이드였다. 2008년 시즌 후 좌완 에이스 장원삼을 25억 원에 삼성으로, 중심타자 이택근을 25억 원에 LG로, 떠오르는 좌완 이현승을 10억 원에 두산으로 보냈다. 딱 60억 원이 마련됐다. 하지만 야구단을 꾸려나가기 위해선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2009년엔 호타준족의 황재균을 롯데로, 좌완 불펜 마일영을 한화로 보냈다. 고육지책이었지만 ‘선수 팔아 연명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돈을 끌어다 구단에 댔다. 2009년 서울히어로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표가 구단에 빌려준 대출금은 93억 원에 달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했던가. 기다리던 메인 스폰서가 나타났다. 2010년 3월 넥센타이어와 30억 원 규모의 스폰서십을 맺은 것이다. 팀 이름도 ‘넥센 히어로즈’가 됐다. 서브 스폰서가 70여 개로 늘어났고, 이 가운데 현대해상과는 12억 원에 헬멧 광고비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150억 원을 벌고 160억 원을 지출해 적자 폭이 10억 원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엔 마침내 창단 후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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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 기자, 야구해설가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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