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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석기 쇼크!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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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총대뿐”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온 ‘총대철학’ 관련 글에는 총대(군사력)를 지키지 못해 주권을 빼앗겼거나 외세의 침략을 당한 국가들의 사례도 여럿 등장한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한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의 논리가 모두 여기서 나온다. 정리하면, 군사력이 약하면 망국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혁명의 총대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우리 제도, 우리 생활을 지켜낼 수 없다’는 표현이 ‘총대철학’과 관련된 북한 자료 곳곳에 등장한다.

“국방력을 강화하면 정의를 지키고, 그렇지 못하면 설사 정의라고 하더라도 죄인으로 몰려 망한다는 것이 력사가 남긴 교훈이고 오늘의 준엄한 세계 현실이다. 20세기 80년대 그레네이더(그라나다)와 빠나마(파나마)가 미제의 침략대상이 된 것이 그 대표적인 실례로 된다. 까리브해의 섬나라 그레네이더가 진보적인 길로 나가자 미제는 정세불안과 미국인 보호의 구실 밑에 1983년 10월 1만5000명의 원정군을 들이밀어 이 나라의 수상을 살해하고 그레네이더를 타고 앉았다. 미제는 또한 빠나마가 저들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다고 하여 1989년 12월 야밤에 2만2000여 명의 미군을 이 나라에 들이밀어 인민들을 닥치는대로 죽이고 빠나마 지도자를 마약범죄자로 몰아 미국법정에 끌고가 재판을 하고 40년간의 징역형에 처하였다.”(‘총대가 강해야 정의도 지킨다’ 중에서)

“주체 88(1999)년,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은 미국과 나토의 공습을 야유하며 인간방패가 되어 자기의 조국을 보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갓 약자의 저항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들은 군력이 약했던 탓에 코소보를 미국과 서방 나라들에 내주지 않으면 안 되었고 대통령은 전범자로 국제재판소의 피고석에 앉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전쟁이 끝난 다음 유고슬라비아의 한 고위인물은 ‘우리는 이번 전쟁을 통하여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여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결론은 첫째도 둘째도 자체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길만이 살 길이다’ 라고 때늦게 통탄하였다.”(‘총대없는 인간방패가 남긴 교훈’ 중에서)

“우리 시대 인민대중의 운명 개척의 합법칙적 요구가 오직 총대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데 대한 명백한 대답이 담겨져 있다. 총대와 총대의 대결인 혁명투쟁에서 이기려면 혁명의 총대가 강해야 한다.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에서 우리 인민이 믿고 의지할 것이란 든든한 총대밖에 없었다. 총대의 보호를 떠나서 조국과 민족, 인민의 자주권의 행사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이라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현실은 총대가 약하여 나라를 잃은 민족에게 차례지는 운명이란 수치와 멸시, 모욕뿐이라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 주고 있다.”(‘총대에 의해서만 자주권도 평화도 담보된다’ 중에서)



“총대 덕에 전쟁 피해”

이석기 ‘한 자루 총’ 사상은 김정일이 완성한 ‘총대철학’

‘총대철학’을 만들고 체계화한 김일성(왼쪽)과 김정일.

북한은 ‘총대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항상 미국을 걸고 넘어진다. ‘미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남한을 해방시킨다’는 게 북한이 말하는 혁명사상의 핵심이다. 북한에 현재의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한반도와 다를 바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주권이 없는 외세의 식민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국내의 주사파 세력이 한국 사회를 ‘식민지 반봉건사회’로 규정해온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RO 회합에서 이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민족끼리’에 올라 있는 북한의 각종 자료에도 ‘총대철학의 최대 수혜자는 남녘 인민’이라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선군총대는 평화의 보검’이란 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선군정치는 남조선의 친미보수세력들이 떠드는 것처럼 같은 동포형제인 남녘인민들을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미국의 지배와 예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미국의 전쟁책동을 막아주어 남녘겨레의 운명을 지켜주는 가장 뜨거운 겨레사랑, 민족사랑의 정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남조선 인민들은 선군정치의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선군정치를 펴시지 않으셨다면 조선반도에서는 벌써 전쟁이 터진지도 오랬을 것이다.”

북한에서 ‘총대철학’은 외부의 적만을 향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내부의 반혁명 세력을 척결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총대철학’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흔드는 모든 세력을 총으로 제압한다는 데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독창적인 선군사상 10’이란 팸플릿은 이렇게 설명한다.

“(총대철학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나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혁명 세력과의 치열한 힘의 대결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하는 기본요인은 총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 건설에서도 총대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 수행한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상으로 발전한 ‘총대철학’이 단순히 군사적인 용어나 개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철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김일성 일가가 ‘한 자루 총’을 매개로 ‘만경대 가문’의 혁명성과 전통을 홍보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언젠가부터 ‘총대가정’이란 하위 개념이 등장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전파됐다. 말하자면 ‘일상적 전시체제화’라 할 수 있다. 이 논리는 문학작품이나 선전 기사를 통해서도 다양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에는 ‘총대가정’이란 개념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강조하는 연재물이 올라와 있어 눈길을 끈다. ‘총대가정의 대는 이렇게 이어진다’(2013년 2월)는 제목의 단편소설 형태의 3부작이다. 이 글에선 6남매를 모두 군인으로 키워낸 가정, 장갑 수백 켤레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보낸 가정이 모범적인 ‘총대가정’으로 소개된다. 그리고 이들 가정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환갑 생일상 같은 선물을 보내주고 이것을 받은 인민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재물 곳곳에 김일성 부자가 말하는 ‘총대철학’‘총대가정’의 의미와 개념이 녹아 있다. 다음은 3부작 중 1부 내용의 일부다.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고, 일제 놈들의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마소처럼 일했으나 그의 부모들은 끝내 일곱 자식을 굶겨 죽였다. 그도 어린 시절 남의 집 아이보개로 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하고 짓눌려 살아왔다. (…) 위대한 김일성 장군님께서 안아 오신 해방의 따뜻한 햇빛은 그의 가족에게 참다운 생활의 길을 열어주었다. 너무도 판이한 두 세월을 살면서 그의 가족들은 죽을지언정 두 번 다시 망국노가 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을 다지었다. (…) 장군님을 보위하는 여섯 자루의 총, 여섯 개의 폭탄이 될 충정의 결의를 담아 한 자, 한 자 쓴 그들 6남매의 편지를 몸소 보아주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친필 글과 함께 그들의 가정을 ‘총대가정’으로 온 나라가 다 알게 내세워 주도록 하시었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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