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1000개가 넘는 요양병원이 난립 중이다.
- 그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등급으로 평가한 곳은 112개뿐.
- 편차가 큰 요양병원들 중에서 좋은 요양병원, 자신에게 맞는 요양병원을 고르는 요령을 알아봤다.
그런데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사람 비율은 얼마나 될까.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는 2002년 70.7%에서 2012년 33.2%로 절반 이상 줄었다. 대신에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18.2%에서 48.7%로 늘었고,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9.6%에서 13.9%로 늘었다.
맞벌이 가정과 독신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족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증 치매·뇌졸중 등 질병의 급작스러운 악화로 지속적인 보살핌과 치료가 필요한 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은 시장에 즉각 반영돼 노인에 대한 만성질환 위주의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2004년 113개였던 요양병원이 2012년 1100여 개에 달하는 등 8년 사이 10배나 증가했다. 요양 의료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문제점도 늘고 있다. 요양병원에 따라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손발 묶고, 수면제 먹이고…
최근 경기도 포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 한 명이 숨졌다. 숨진 환자는 치매 등 정신질환으로 발작증세가 심해져 사고 2시간 전쯤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 뒤 침대에 한 손이 묶인 채로 격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인요양병원은 입원한 환자 중 일부를 팔과 다리, 몸통을 침대에 묶어 생활하게 한다.
잦은 배변을 막기 위해 식사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거동을 줄이기 위해 음식에 수면제를 넣어 잠을 재우는 곳도 있다. 몇몇 곳은 남녀 구분 없이 한 병동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하의를 벗기고 침대에 기저귀를 깔아 넣거나 남자 성기에 비닐봉지를 묶어 소변을 받는 곳도 있었다. 신문지를 등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땀을 흡수시킨다는 곳도 있다. 적절한 치료기구나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은 곳은 물론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병을 고치러 갔다가 병을 얻게 되는 곳도 있다.
요양 서비스 질 저하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요양병원의 구조 및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요양병원과 환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는 2009년부터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를,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하 인증원)에서는 올해부터 요양병원 인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는 2008년 1월 요양병원형 정액수가제가 도입됨에 따라 진료의 질 관리 필요성이 대두돼 이를 계기로 구조(치료환경) 부문과 진료(과정, 결과) 부문을 평가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평가다.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로 요양병원의 전반적 서비스 수준은 향상됐지만 병원별 편차는 여전하다.
지난해 3월 현재 운영 중인 937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1등급 요양병원은 112개(12.0%)에 불과하다. 2등급은 184개(19.6%), 3등급 251개(26.8%), 4등급 239개(25.5%), 5등급 123개(13.1%)였다.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평가에서 아예 제외된 기관도 28개(3.0%)나 됐다. 이들 기관에 대해 기본시설, 환자 안전, 의료 인력, 의료 장비 등을 지표로 하는 ‘구조부문’과 진료 과정, 결과를 지표로 하는 ‘진료부문’을 점수화했더니 구조부문 점수와 진료부문 점수는 각각 77.6점과 61.7점이었다. 이는 2010년 실시된 3차 적정성평가 때보다 서비스 수준이 평균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항목별로 자세히 비교해보면 평가지표에 따른 병원 간 격차는 여전히 컸다. 응급호출벨을 갖춘 기관은 전체 937개 요양병원 중 653개(69.7%)였고 전혀 설치하지 않은 곳도 65개(6.9%)나 있었다. 욕실 등에 바닥의 턱을 모두 제거한 곳이 655개(69.9%), 모든 공간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한 기관은 49.1%였다. 바닥의 턱을 전혀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전혀 설치하지 않은 기관도 각각 36곳(3.8%)에 달했다. 산소 공급 장비와 흡인기를 보유하지 않은 기관도 각각 4곳, 7곳으로 나타났다.
진료 서비스 격차 심각
진료부문 서비스 평가에서 병원 간 격차는 더욱 심각했다. 당뇨 환자에게 당화혈색소 검사를 실시한 비율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인지기능 간이 정신상태 검사를 실시한 비율은 각각 최대 100%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차이가 상당히 컸다. 당뇨질환은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합병증 예방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당화혈색소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간이 정신상태 검사는 입원 시 필수검사 사항 중 하나다.
노인 사망 원인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요로감염의 주요 원인인 유치도뇨관 삽입 비율도 병원 간 큰 격차를 보였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입원환자에게 유치도뇨관(소변줄)을 삽입한 비율도 2010년(최대 100%에서 최소 0%)에 비해 격차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대 84%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격차가 여전히 컸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요실금 환자들에게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비율도 최대 79.2%에서 최소 0%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간 의료인력 배치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재 요양병원 의사 1인당 평균 환자수는 31.0명인데 최대 65.1명까지 진료하는 요양병원도 있다. 간호사가 1인당 평균 담당하는 환자수가 11.4명인데 최대 47.1명을 담당하는 곳도 있었으며, 요양병원 내 상주하는 당직의사를 둔 곳은 408개(43.5%)에 불과했다.
심평원의 이러한 적정성 평가 결과는 요양병원을 고르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심평원 김계숙 평가기획실 실장은 “병원 간에 진료의 편차가 크다. 시설이나 인력이나 질적 수준을 확보하지 않은 병원도 많다. 그래서 우리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는 의학적 측면에서 진료가 타당한가, 비용 측면에서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등을 평가하고 공개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평가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이다.
1 진료 환경과 수준
먼저 의료진, 간병인력, 의료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료·간병 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어떤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찾는 곳이니만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심각한 질환이 없더라도 고혈압, 가벼운 당뇨병, 협심증 등의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 최소한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는 곳이 바람직하다.
노인 질환을 다루는 신경과·정신과·내과·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의사 1명이 환자 몇 명을 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는 평균 의사 1명당 환자 31명, 간호사 1인당 환자 11.4명을 담당한다.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는 의료 인력은 아니지만 필요 인력이기 때문에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계숙 실장은 각 인력의 이직률과 재직일수를 꼭 확인해보라고 충고한다.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간호사나 인력이 오래 근무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좋은 환경이라면 당연히 환자에게도 좋은 병원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다.
이외에도 심장과 폐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노인 환자는 호흡곤란 발생 등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산소공급 장비 및 흡입기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가 구비되어 있는지,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 연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2 사고 방지 안전시설
노인은 대부분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작은 사고일지라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부상을 초래할 수도 높다. 또 질병 후유증으로 신체에 장애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심평원은 “요양병원의 경우 일반 병원과 달리 특히 병원의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먼저 요양병원의 바닥에 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보행이나 휠체어 이동 시 바닥 턱은 장애물이 되어 보행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보행이 불편할 정도의 중증질환을 앓는 노인이면 바닥에 턱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시설 곳곳에 안전손잡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손잡이는 꼭 필요하다. 또 안전손잡이가 있으면 복도에서 혼자 걷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손 씻기나 대소변보기를 혼자 힘으로 해볼 수도 있다. 질병 악화와 노화 진행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안전한 가운데서 밥 먹기, 대소변 보기, 걷기 등 최대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을 지켜내는 것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에 유익하다. 만약 안전시설이 없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해져 ‘누워만 있는 노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했는지 여부도 잊지 말고 확인해야 한다. 바닥에 물기가 있는 욕실과 화장실에는 반드시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욕실과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발생하는 골절 등과 같은 사고성 질병은 특히 노인에게 위험하다. 침상, 욕실과 화장실에 응급호출벨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응급상황 발생 시 긴급대처를 위한 안전시설이 턱없이 미흡한 곳도 있으니 꼼꼼히 확인하자.
3 교육 프로그램, 휴식 공간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의 재활치료 인력과 재활 프로그램이 충분한지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경북 구미의 한 노인요양병원은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골절 등과 같은 사고성 질병과 중풍 등의 질병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곳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노인요양병원은 병원 내 실내 체육관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은 질병과 노화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요양병원 내에서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의료 프로그램 외에도 노인들의 여가 프로그램 등이 다채로운지, 장기 입원 환자를 위한 독립공간과 식당, 휴게실 등 환자용 편의시설을 갖췄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부모는 여생을 요양병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여가 프로그램과 공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식당, 휴게실 등의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곳은 1100여 개의 요양병원 중 단 300여 개뿐이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은 휴게실이 따로 없고 복도 한가운데에 TV와 소파만을 준비해두었다. TV 시청 외에는 다른 여가 프로그램은 제공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더라도 작은 활동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수준에 맞는 여가 프로그램과 공간을 제공하는지 알아보자.
4 의료 서비스 질
병원의 구조 수준을 확인했다면 의료 서비스 수준을 확인할 차례다. 요양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는 장기입원 환자 중 오래 방치하면 문제가 되는 ‘소변줄(유치도뇨관)’ 환자와, 욕창 발생 환자의 비율, 폐렴과 패혈증 발생률 등이다.
요실금 같은 배뇨장애가 있는 환자라도 장기간 소변줄을 꽂고 있으면 요로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요로감염이 발생하면 치사율이 높은 패혈증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특히 모든 중증환자에게 소변줄을 꽂은 병원이 있는 반면 한 명도 삽입하지 않은 병원이 있는 등 의료기관에 따른 차이가 크다. 정상적인 배뇨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여부도 좋은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욕창이 발생하거나 범위가 확장되는 것 역시 환자 관리에 소홀하다는 증거이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노인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당뇨병 역시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성 망막병증,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뇨의 진행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당화혈색소(HbA1c) 검사는 대부분 실시하지만 전혀 실시하지 않는 기관도 29개나 됐다. 이처럼 진료의 경우 요양병원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5 내 상태에 맞는 병원 찾아라
요양병원을 고를 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안전시설을, 환자는 진료 과정을 더 신경 써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5등급을 받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영역별로 절대평가를 통해 점수를 내고 그 점수를 합산해서 순위를 정하고 등급을 나눈 것이기 때문에 좋은 등급을 받은 병원이 모든 영역에서 우수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5등급을 받은 하위 20%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 또한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1, 2등급 받은 병원 중 상태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정해 병원을 선택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평원, 인증원 모두 확인 필요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인력·장비·시설 등에 대한 27개 진료환경 항목과 소변줄 삽입·욕창 발생 등에 대한 16개 진료내용 항목을 평가해 공표하는 심평원의 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국의 요양병원 평가 결과를 1등급에서 5등급까지를 안테나의 개수로 표시해 공개하고 있으며, 안테나를 클릭하면 해당 병원의 평가지표별 결과 값도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외에도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요양병원의 인증 의무제를 도입하고,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하 인증원)에 이를 위탁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총 51개의 요양병원이 인증평가를 통과했으며 올해 안에 200개 정도의 요양병원에 대해 인증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2014년까지 1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400∼500곳)을 대상으로, 2015년까지는 1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350∼400곳)을 대상으로 인증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결과는 매달 홈페이지(www. koih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증원의 인증 의무제 도입에 따라 심평원에서 실시하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도 올해부터는 변화가 있다. 기본 시설, 환자 안전, 의료 인력, 필요 인력, 의료 장비 등을 평가하는 구조 지표가 이제는 인증원의 인증 의무제를 통해 평가되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진료 지표 중심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요양병원이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와 인증원의 요양병원 인증 평가를 받았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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