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경
하태경 제가 볼 때는 가장 현실적인 얘기를 했어요. 자, 북한의 대남공격이 임박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기고를 습격해 탈취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생활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예컨대 보스턴 폭파사고 때 사용한 압력밥솥 폭탄을 거론한 겁니다. 가스총을 개조하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이석기는 이미 3개월 전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조사해 준비하라고. 그래서 그 친구들이 그간 조사한 내용을 그날 논의한 겁니다. 알카에다 같은 얘기를 하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죠.
과대망상 아니다
유동열 혁명의 간조기와 만조기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요. 결정적 시기가 되면 무장을 하게 되죠. 1990년 적발한 혁노맹(혁명적 노동자 계급투쟁 동맹)의 기관지 제목이 ‘불꽃’이에요. 러시아 혁명 당시 지하신문 이름이 ‘이스크라’인데 우리말로 ‘불꽃’이거든요. 혁노맹 기관지가 ‘불꽃 1호’ ‘불꽃 2호’ 이런 식으로 발간됐는데, 제가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혁명을 시작하면 처단할 장관, 국회의원 명단이 있더라고요. 방송국을 점거한다는 계획도 있고.
하태경 그런데 과거 조직의 무장투쟁 계획은 관념적이었어요. 국회의원 처단만 해도 구체적 내용이 없었습니다. 해외 유사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혁명을 하게 되면 이런 무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수준이었죠. 결정적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이번엔 북한이 제한적으로나마 공격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사회 그래서 정세 판단을 잘못한 거라는 평가도 나오죠.
하태경 이석기가 정세를 잘못 판단했죠. 북한도 그렇고. 저는 이 의원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봐요. 언제쯤 우리가 공격할 테니 한국 사회를 교란하라는.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이석기는 그 지시를 따라 조직원을 총동원해 폭동 준비를 한 거죠. 그런데 나중에 북에서 그 지시를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동열 과대망상이 아닙니다. 농담도 아니고 병정놀이도 아니에요. 혁명가들이 할 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겁니다.
하태경 북한 지시를 받았다면 무기 반입도 가능했을 겁니다.
유동열 가능합니다. 그동안 북한이 설치해놓은 드보크(비밀 매설지)가 많아요.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때도 드보크가 8개 나왔거든요. 거기서 무전기, 권총, 수표, 폭발물이 발견됐지요. 북한이 남한 내 드보크 몇 개만 알려줘도 총기는 쉽게 구할 수 있죠.
하태경 저는 북한이 언제쯤 대남 공격 계획을 철회했는지 궁금해요. 그걸 파악하면 이석기 그룹과 북한의 커넥션 전모가 드러날 겁니다.
사회 새누리당에서 이석기 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적(利敵) 혐의가 있더라도 국민이 선택한 국회의원이므로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제명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이 있죠.

유동열
하태경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후대에 이런 국회의원이 나와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제가 약간 이의를 제기하는 건, 어차피 이석기는 상고심까지 포함해 최대한 길게 잡아도 1년 뒤면 날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웃’시키면 다음 순번의 비례대표가 들어오는데, 만만찮은 사람입니다. 간첩죄로 복역도 했고. 자기 조국은 북조선이라고 했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을 지금 볼 거냐, 1년 뒤에 볼 거냐의 차이죠.
사회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유동열 위헌정당 심판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겁니다. 정부를 대표해 법무부가 하죠. 보수 진영에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법무부에 요구했는데 질질 끄는 동안 통합진보당으로 간판이 바뀌었어요. 역대 정부가 직무유기한 겁니다. 어차피 최종 결정권은 헌법재판소에 있으니 정부가 부담 가질 이유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