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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소피아 로렌 + 오프라 윈프리 월가 뒤흔드는 ‘미다스의 입’

마리아 바티로모 CNBC 앵커

  •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소피아 로렌 + 오프라 윈프리 월가 뒤흔드는 ‘미다스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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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에 강펀치

소피아 로렌 + 오프라 윈프리 월가 뒤흔드는 ‘미다스의 입’

200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바티로모 앵커가 ‘아시아 신흥 경제대국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티로모가 오늘날과 같은 거물이 된 결정적 계기는 2006년 5월 1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의장의 발언을 특종 보도한 것이다. 이날 세계 금융시장은 오로지 바티로모의 입에 의해서만 움직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뉴욕 주식시장 마감을 1시간 정도 남겨놓은 이날 오후 3시경 CNBC는 긴급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버냉키, ‘언론이 지난주 나의 의회 증언을 오해하고 있다’” “버냉키, ‘나는 비둘기파(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와 달리 경기 부양을 중시하는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일컫는 말)가 아니라 정책을 유연하게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자막이 화면을 바쁘게 수놓은 후 갑자기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있는 바티로모가 등장했다. 평소라면 뉴욕 인근 뉴저지 주 CNBC 본사에서 주식시황 마감 뉴스를 전했을 그가 왜 시카고에 행차해 ‘클로징벨’을 진행했을까.

바티로모는 예의 톤이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틀 전인 4월 29일 저녁 워싱턴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저녁을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버냉키가 내게 ‘언론이 내가 의회에서 한 발언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보도했다.

취임 후 불과 석 달을 보낸 초보 연준 의장 버냉키는 4월 말 의회 증언에서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기 부양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미국의 새 ‘경제대통령’이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했다는 점은 고유가와 달러 약세 등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시 뉴욕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최대 원동력이었다. 그런 발언을 버냉키 의장이 강하게 부인했다니 어찌 소용돌이가 없었으랴. 그것도 바티로모가 주식시장 마감 직전 뉴욕도 아닌 시카고에 나타난다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가며 보도하니 금융시장에 난리가 났다. 이날 장중 6년 만에 처음으로 1만1400선 위로 올라섰던 다우지수는 곧바로 하락 반전해 직전 거래일 대비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이는 다음 날 아시아와 유럽 주식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2006년 4월 29일 백악관 공식 만찬에 초대된 바티로모는 우연히 버냉키 의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18년의 재임기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비이성적 과열’과 같은 모호한 수사로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과 달리 수줍은 학자 출신의 버냉키 의장은 아직 언론을 상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노회한 그린스펀과 달리 새 연준 수장이 ‘초짜’임을 직감한 바티로모는 버냉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순진한 버냉키 의장은 바티로모에게 말려들었고 결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금융시장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야 말았다.

바티로모는 시카고로 날아갔다. 주말을 지나 맞은 5월의 첫 거래일인 1일 시카고 선물거래소를 배경으로 ‘버냉키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후폭풍은 컸다. 월가뿐 아니라 연준 본부가 위치한 워싱턴도 들썩거렸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 관계자, 그것도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연준 의장은 발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나 의회 증언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언론 인터뷰, 그것도 특정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연준의 전통도 깼다. 연준 내부는 물론 그를 임명한 조지 부시 행정부와 특종을 빼앗긴 다른 언론매체 등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결국 버냉키는 “CNBC와의 인터뷰는 실수였다. 앞으로 공식적인 통로로만 금융시장과 의사소통하겠다”고 사과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버냉키는 체면을 구겼지만 이 사건은 바티로모라는 인물이 월가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이 그를 왜 ‘월가를 움직이는 미다스의 입’라고 부르는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씨티 임원 낙마 스캔들 연루

버냉키 의장 발언 보도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2007년 1월 바티로모는 또다시 유명세를 치렀다. 갑작스럽게 사임한 씨티그룹 자산관리부문 최고책임자 토드 톰슨의 낙마 배경에 바티로모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했기 때문이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탁월한 영업 능력과 잘생긴 외모까지 두루 갖춰 월가의 차세대 황제를 꿈꾸던 토드 톰슨은 바티로모와 부적절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이 와중에 바티로모와 관련된 일에 회사 돈을 과도하게 쓴 사실이 드러나 찰스 프린스 당시 씨티그룹 CEO로부터 축출됐다.

톰슨이 바티로모에게 쏟은 관심은 유별났다. 그는 자신이 졸업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와튼 MBA스쿨에 리더십 자문 이사회를 만들고 이사회 멤버로 바티로모를 추천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시로 바티로모와 단독 인터뷰를 하거나 값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회사의 주요 정보도 알려줬다. 2005년 8월 바티로모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이 자산관리 부문을 레그메이슨의 브로커리지 부문과 맞교환하기로 했다는 특급 비밀을 누설한 것이 그런 예다.

톰슨과 바티로모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2006년 11월부터. 씨티그룹 경영진과 함께 회사 전용기를 이용해 아시아로 출장을 간 톰슨이 돌아오는 비행기에 바티로모를 초청해 단둘이 전용기를 이용했다. 이 사건은 곧 월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CNBC는 당시 바티로모가 홍콩에서 열린 CNBC의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스 어워즈에 참석하기 위해 아시아를 찾았으며, 전용기 이용은 회사의 사전 허가를 받은 일이었고, 이 사실을 사전에 씨티그룹과도 논의했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군색한 변명이었지만 바티로모를 보호하려는 CNBC의 의지는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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