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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금 반의반 토막 났는데 융자금은 다 갚으라니…”

정부-대한주택보증-주택건설업계 갈등 고조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출자금 반의반 토막 났는데 융자금은 다 갚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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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금 반의반 토막 났는데 융자금은 다 갚으라니…”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

반면, 주택보증 측 주장은 다르다. 합의서에 나온 ‘순재산액’은 공제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할 때 평가한 공제조합 순자산을 뜻한다는 것이다. 1999년 당시 순자산 가치가 저평가됐을 수 있으므로 나중에 재평가를 해서 평가액이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무상교부를 하겠다는 의미로, 지난해 재평가를 한 결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문구를 둘러싼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지금까지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합사들은 출자금을 감자당한 만큼 융자금도 탕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보증 주식을 주택보증이 자사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융자금을 상계하고, 남은 금액은 탕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택보증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의 규제를 받는다. 상법에 의하면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자기주식 취득이 가능하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조합원들이 갚아야 할 융자금은 502개 업체 9887억 원이 남아 있다. 이 융자금을 12년 분할상환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조기상환할 경우 적정조기상환율(원금의 66% 수준)을 적용하면 약 6525억 원이 된다. 융자금이 남아 있는 조합사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2012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치 8548원으로 계산하면 약 5251억 원이 된다. 따라서 주택보증에서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조합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입하면 조합사들로서는 융자금을 선납하는 것이 돼 실질적으로 남는 융자금은 약 1274억 원이 된다. 주택보증에서 무상 탕감해주는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융자금과 주식 상계처리를”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주식상계를 통한 융자금 조기상환이 이뤄지면 주택보증으로서는 서류상으로 일부 손실이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환연장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 상환불확실성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 오히려 실질적으로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업계로서도 현금상환 부담이 사라져 경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에 대해 주택보증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주택보증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 조건에 해당하는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자기주식 취득은 상법의 주주평등원칙 준수 조항에 따라 모든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해야 한다. 즉, 주택업계 보유 주식과 융자금을 상계하려면 주택업계 이외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도 함께 취득해야 한다. 현재 주택보증 주식 지분은 국토해양부 55.05%, 금융기관 17.88%, 주택업계 14.85%, 본사 11.39%로 되어 있다. 따라서 2012년 말 기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의 한도 내에서 주주 지분율에 따라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융자금이 남아 있는 조합사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06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취득을 결의한 상태에서 정부(국토해양부)와 금융기관 등 다른 주주들이 자신의 주식매각을 거부하면 조합사들의 주식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주택보증 측은 “가능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주택보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조합사들이 보유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파는 것도 방안일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주식이라는 게 미래 투자가치가 있어야 사는 건데, 보증업무라는 특성상 손실 위험성이 커 주식투자자들이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 어렵다. 주택보증보다 규모가 더 큰 정부의 보증기관들도 상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주택보증 측은 “현행 법령상 조합사들의 주식만을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나머지 금액을 무상 감면해주는 데는 곤란한 문제가 많다. 정당한 사유 없이 회사 자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해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로서는 대주주인 정부와 금융권의 양해가 전제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업체, 정치권 결단 기대

정부는 조합사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의지가 없는 듯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익배당을 요구하는 공문을 주택보증에 보내왔다. 정기총회 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주택보증은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배당하기보다는 주식가치 상승 등에 반영하는 것이 주택업계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완강했다. 결국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총 329억 원의 배당을 의결했다. 정부가 가져간 배당금은 213억 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재무제표상 이익배당금이 발생한 만큼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이 문제를 담당했던 송현담 전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시장논리로 보면 자본금은 자본금, 대출금은 대출금으로 구분해서 봐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조합사들이 피해를 본 억울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이로 인해 주택건설사들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률적, 회계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이 문제는 어차피 주택보증과 조합사 양측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택보증이 나서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융자금 탕감을 약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택보증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조합사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대 서초건설 회장은 “그동안 정부에서 은행이나 기업은 물론 농민, 신용불량자 등에 대해 회생할 수 있도록 부채탕감 등 지원을 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오히려 조합출자금은 대폭 감자하면서 융자금은 한 푼도 감액해주지 않는 등 부담만 지웠다. 주택업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건설업체가 살고, 건설업체가 살아야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주택보증과 해당 건설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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