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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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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보험료율 인상 전 ‘6개 변수’ 방정식 풀어야
  • ● 기초연금 때문에 탈퇴했다 재가입하는 사례 늘어
  • ● 기금운용본부 2개로 쪼개 경쟁시킬 것
  • ● 어차피 중산층 세금 올려야…정부가 많이 섭섭했을 듯
“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지난 5월 박근혜 정부의 첫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최광(66) 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장관(1997.8~1998.3)과 국회 예산정책처장(2003.10~2004.11) 등을 지내고 대학에 오래 몸담았던 그의 이력은 민간 금융계 출신인 박해춘, 전광우 등 최근의 전임 이사장들과는 ‘결’이 다르다.

올해는 장기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제3차 재정계산이 진행되고, 기초연금 도입 등 국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도 도사리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 여부도 중요 이슈다. 여러모로 국민연금을 ‘복지’의 관점에서 재차 살펴봐야 할 때. 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조세 및 재정 분야 학자로도 명성이 높은 최 이사장은 이런 배경에서 10여 명의 지원자 중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9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최광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400조 원이 넘는 연기금을 주무르는 ‘세계 4대 부자’의 사무실은 기대 이하였다. 엘리베이터는 좁았고, 다른 경영진과 한 층을 쓰는 이사장실은 요즘 웬만한 군수 집무실보다 낡았다. 국민연금이 사들인 해외 빌딩을 작게 축소해놓은 크리스털 모형 몇 개만이 ‘글로벌 큰손’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 이사장은 “본래 부잣집은 이게 정상”이라며 웃었다.

‘잇쇼켄메이’

▼ 복지부에서 ‘기초연금 도입, 제3차 재정계산 등 제도개혁 추진과 기금운용 선진화의 적임자’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공단의 일이 참으로 방대합니다. 세무서는 세금 거두면 끝인데, 우리는 돌려주는 것까지 해야 해요. 비정규직까지 5900여 명이 투입돼 연금을 거두고 지급합니다. 4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고요. 제가 평생 경제학을 했고 복지부 장관도 했으니 둘 다 아우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잇쇼켄메이(一生懸命)’라는 일본말이 있어요. 생명을 바쳐서 일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처럼 해서 임기를 마칠 때 기대에 부응했다는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중압감이 큽니다.”

그가 국회 예산정책처장으로 갈 때 “장관까지 한 사람이 차관급 자리에 간다”며 뒷말이 나오자 “일하러 간다”고 일갈한 일화가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차관급이지만, 세계 4대 연기금을 주무르는 기관의 수장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원수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 ‘슈퍼 갑’이 되신 걸 체감하나요.

“얼마 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찾아왔어요. 그런 식으로 제 인격이 아니라 돈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있지요.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사장 취임 후 부담감 때문에 발 뻗고 잔 적이 없어요. 국민연금 가입자가 2050만 명을 넘어섰고, 수급자가 340만 명이에요. 전산 에러로 1만 원이라도 잘못 지급되면 굉장한 문제가 발생해요. 1대 1로 국민과 접촉하는 자리라 장관 시절과는 아주 다른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직원들이 완벽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잘하고 있어서 의지가 됩니다.”

최 이사장은 국내 학계에서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취임사에서 나이키의 혁신과 세렝게티 동물들의 생존전략을 언급하며 제2의 건단(建團)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경쟁하라’는 주문이다.

▼ 국민연금은 독점적인 연금기관인데 누구와 경쟁하겠다는 건가요.

“공공기관 중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한국전력이 서비스 내용만 다른 경쟁상대입니다.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금융회사나 생명보험사가 민간의 경쟁자이고, 글로벌하게는 일본, 노르웨이 등의 연금기관들과 경쟁하고요. 그중 국민연금이 제일 잘한다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우리 직원들에게 주입시키려 해요. 경쟁은 괴로운 게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누군지 제대로 인식하기만 하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법이죠.”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최 이사장은 9월 16일 창립기념식에서 국민연금의 새로운 경영방침 ‘국민을 섬기겠습니다(SERVE the Public)’를 선포했다. ‘SERVE’는 △제도와 기금의 안정적 운영(Stable and Sustainable pension system) △명품 서비스 제공(Excellent and Exceptional service)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Reliable and Responsible specialists) △성공적인 국민의 삶(Victorious and Vigorous life with NPS) △활기차고 열정 넘치는 일터(Exciting and Enterprising workplace)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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