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셋째는 에너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경쟁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기마저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13억 명에 달한다. 선진국에서도 에너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추위에 떠는 에너지 빈곤층이 늘고 있다.
대구 WEC의 3대 이슈는 △원전의 안전성 △셰일가스 미래 전망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이다.
원전의 안전성이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에서도 노후 원전의 안전성 및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잇따른 비리, 잦은 고장 탓에 신뢰가 떨어진 것. 운전 기간이 25년 넘은 노후 원전은 8기(고리 1·2·3·4, 월성 1, 영광 1·2, 울진 1호기)다. 이중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그럼에도 원자력 수요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60개 넘는 원전을 짓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가 한창인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것이다. 대구 WEC에서는 원전 르네상스는 끝났는지,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할 소지는 있는지 등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셰일가스는 ‘제3의 에너지’ ‘꿈의 에너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에너지 생산의 무게중심이 중동에서 미국, 캐나다 쪽으로 움직일 태세다. 신재생·청정 에너지 부문의 무게중심은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천연가스 수출국은 셰일가스의 출현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국영기업 중심으로, 일본은 종합상사 중심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자산 매입에 나섰다.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미국 셰일가스 자산 지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호주 등은 자국 내에서도 셰일가스를 채굴할 계획이다. 중국은 쓰촨성 등에 19개 셰일가스 탐사 개발구를 건설해 2020년까지 가스 생산의 8~12%를 셰일가스에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셰일가스란 셰일암에서 채굴되는 천연가스를 가리킨다. 그동안은 깊고 단단한 암석에 갇혀 있어 꺼내 쓸 수 없었으나 채굴 기술의 발달로 최근 개발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는 석유, 석탄보다 환경친화적인 데다 매장량 또한 방대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거품?

셰일가스는 지표 2~4㎞ 아래 퇴적층에 갇혀있는 천연가스. 채굴 기술이 개발되면서 최근 북미지역에서 본격 생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에 몸 달아 있는 러시아는 대구 WEC에서 논의할 사안 중 셰일가스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향후 에너지 산업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 한동안의 유행에 그칠지를 두고 논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폭팔 사고는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신재생 에너지는 유가의 불안정성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규제 강화로 인해 주목받았다. 한국은 재생 에너지(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8개 분야와 신에너지(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3개 분야를 신재생 에너지로 지정해놓고 있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가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느냐 여부다.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대구 WEC에 참석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대는 여전히 높으나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구 WEC 참석자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