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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자유화는 실패한 모델”

‘위기의 전력산업, 대안은 무엇인가’ 국제 심포지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nate.com

“전력산업 자유화는 실패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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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한전은 분할 민영화를 위해 발전부문을 원자력 1개사와 화력 5개사로 분할했다. 같은 날 전력거래소가 설립되면서 6개 회사는 전력 판매 입찰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경우 기저발전으로서 기능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찰 경쟁은 무의미했으며, 생산된 전력을 한전이 독점적으로 구매하므로 전력거래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뤄지는 것에 불과했다.

송 연구위원은 “2008년 8월 제1차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이 수립되면서 한국의 국가 에너지 정책은 고유가 경향의 장기 지속,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의 수급불안 가중, 에너지원 고갈 위험성 증대,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따른 정치적 위기 심화, 저탄소에 기반을 둔 에너지 전환 문제 등을 고려한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으로 귀결됐다”고 덧붙였다.

기본계획대로라면 신고리 3, 4호기와 같은 1400MW급 원전이 추가로 11기 이상 건설돼야 하지만, 올해 2월 22일 확정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4기의 원자력발전 건설을 유보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정안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민자발전 확대, 즉 전력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과감한 계획안이 제출돼 있다. 제4~5차 계획을 통해 민자발전은 복합화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돼 현재 전체 설비용량의 15~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정부 정책 방향대로라면, SK그룹 계열사가 6400MW 이상의 설비를 보유해 민자발전 1위, 포스코 계열사가 5400MW로 2위, GS그룹 계열사가 4000MW로 3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동부·삼성·동양·STX그룹도 발전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특혜가 민영화의 진실”

1990년대 말, 민자(民資)발전 사업 촉진을 위해 정부는 한전이 민간발전회사와 전력수급계약(PPA)을 맺는 형태로 민간발전회사의 사업안정성을 보장해줬다. 발전용량에 따라 용량요금이 지급되는 것은 전력거래소의 시스템과 같지만 실제 발전 전력량에 대해서는 원재료비를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방식이다.



6개 민간 발전회사는 PPA 계약과 각종 특혜를 통해 높은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6개 한전 자회사의 설비 용량은 7만MW 정도다. 민자발전의 2013년 설비총량은 7200MW 정도로 공공 대 민간 비율은 대략 10대 1이다. 그런데 발전 규모가 10분의 1에 불과한 민간발전회사의 당기순이익 총합계는 한전자회사들, 즉 공기업 발전회사들의 총수익보다 많다. 2012년 한전 6개 자회사의 당기순이익 총액이 8061억 원인 반면 민간발전회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9348억 원에 달한다.

송 연구위원은 “한전은 2012년 3조 2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부채도 5조 원가량 늘어났는데,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적자를 해결하고자 하는 한전의 방식으로는 결코 적자를 메울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적자의 원인인 전력거래시스템을 바꾸고 자회사와의 불편한 거래를 중단해야만 궁극적인 적자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산업 자유화는 실패한 모델”

9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력산업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한전이 협박하고 언론에서 아껴 쓰라고 강조하는 주택용 및 공공용 전력의 비중은 채 20%도 넘지 않는다. 전체 전기소비 중 산업용 소비가 53%를 차지한다. 산업용 전기소비 중 절반 이상은 자동차, 중공업, 반도체, 조선, IT 등 모두 대기업 사용분”이라면서 “대기업은 낮은 산업용 요금으로 특혜를 받고, 민자발전에 진출해 엄청난 수익을 얻고, 천연가스 직수입에도 참여해 에너지를 값싸게 쓰고 비싸게 되팔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민영화의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2003년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 공동연구단이 ‘구조개편 이후 기대했던 편익이 가능한가’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평가한 결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2단계인 배전분할은 전력요금의 상승 및 공급 불안 우려가 있으나, 기대편익은 불확실하다는 문제점을 들어 배전분할 중단을 권고했고, 이를 정부가 수용해 2004년 6월 배전분할 추진을 중단했다”고 설명하면서 “배전분할 중단 이후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아 한국의 전력산업은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된 채 13년 동안 땜질 처방만이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민자발전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단기 이익에 매몰된 경영

안 교수는 “원전 9기의 정지와 수요 예측 실패, 유류나 가스 등 타 에너지와의 가격 불균형으로 인한 겨울철 전력소비 증대, 발전소 준공의 지연과 취소 등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데는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발전분리 이후 민자발전의 비중이 증대한 것이 공급 차질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발전회사의 높은 이윤 추구와 이를 가능케 하는 도매전력시장 구조, 발전사끼리의 경쟁 강화로 경영 시각이 단기적 이익에 매몰돼 수선 유지비를 감소시킴으로써 고장이 잦아지고 수리 기간이 길어져 전력공급 차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전력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석탄화력을 기반으로 하는 민자발전회사의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민간발전회사가 발전소 건설계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이행 보증금을 납부하게 하는 등 신규 발전소 적기 건설을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전의 자회사인 6개 발전공기업의 시장형공기업 지정을 해제해 한전이 재무적 책임뿐 아니라 관리 책임까지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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