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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전문건설

“유지·관리 투자 늘려 ‘중병’ 되기 전 ‘잔병’ 잡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유지·관리 투자 늘려 ‘중병’ 되기 전 ‘잔병’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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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공사비에 발 묶여

이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들어선 첨단 초고층 복합 건축물, 인천대교나 광안대교와 같은 장대·특수교량, 고속도로 철도가 지나는 터널 등은 당장 시설물 안전을 위한 유지·관리 필요성이 크다. 시설물 유지관리업계에서는 향후 10~20년 동안 국내 장대교량 시장 규모가 14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평소 건강검진으로 우리 몸의 상태를 점검하면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듯, 시설물도 평소에 꼼꼼한 유지·관리 노력을 기울이면 대형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업체 수는 1999년 등록제 전환 이후 급격히 증가해 시장 규모에 비해 건설사가 과도하게 많아졌다.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늘면서 건설시장에는 부실, 불법 건설사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저가 수주가 만연해 있다.

시설물 유지관리업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적공사비에 발이 묶여 일한 만큼 제값을 못 받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실적공사비 제도는 공공부문에 대한 공사비를 산정할 때 이미 수행한 건설공사의 계약단가를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적정 시장가격을 형성하고 계약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4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업계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건설공사 가격을 하락시켜 적자 수주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설물업계 관계자는 “계약단가를 기준으로 실적공사비가 축적되고, 실적공사비를 토대로 다시 예정가격을 매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실적공사비는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사 낙찰자를 선정할 때는 대개 낙찰 하한율에 근접한 가격에 투찰한 업체가 낙찰을 받는다. 이 때문에 공사가액은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한번 낮게 책정된 계약단가는 다음 발주 때 실적공사비의 기준이 돼 공사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점.

시설물 유지관리업계는 이 같은 구조적 원인 외에도 단가보정 체계가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적공사비 단가는 제시된 공종(工種)의 단가가 현장이나 작업 여건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할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적공사비 단가집에 포함된 보정항목은 17개 공종에 불과하고, 해당 기준 물량에 미달할 경우에만 단순 할증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건설공사에서는 투입 노무량이 현장환경과 작업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는 이런 다양성이 반영된 실적공사 보정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용훈 회장은 “실적공사비 단가를 대형 공사 현장에 적용할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가 작용해 현장 경비와 일반관리비 등의 요율이 크게 낮아져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규모 공사에선 현장 여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같은 공사라 하더라도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가를 현실성 있게 보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훈 회장은 창틀 공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때 창틀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공사 비용이 얼마라고 합시다. 그런데 다 지어진 아파트에서 창틀 하나를 바꾸려면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작업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죠. 주변이 모두 공사장일 때는 들지 않았을 안전장치 설치 비용 등 추가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상황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공사비는 얼마다’라고 정해놓고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요.”

실적공사비 문제와 관련해 전문건설업계는 적용 대상을 대형 공사로 제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실적공사비를 100억 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자재가격 상승 등 건설공사비 지수의 변동을 고려해 단가가 수시로 보정돼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공사 예정가격을 정할 때 현장 여건이나 물가변동 등을 고려해 단가를 활용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인터뷰

“다리 위 꽃 장식엔 돈 써도, 다리 밑 부실엔 무관심”


“유지·관리 투자 늘려 ‘중병’ 되기 전 ‘잔병’ 잡자”
육군 공병장교 출신의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단정하게 다듬은 머리와 딱 부러지는 어투에 절도 있는 군인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지난해 11월 3년 임기의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협회 조직 강화와 위원회 활성화, 업역 확대 및 협회 위상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시설물 유지·관리는 다소 생소한 면이 있다. 시설물 유지·관리는 왜 필요한가.

“얼마 전 일본에서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주기적으로 볼트를 죄고 보수를 해왔다면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시설물을 어떻게 유지, 관리하는지에 따라 시설물의 수명은 물론 안전 문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시설물유지관리협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시설물 관련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평소 보수·보강 공사를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시설물 유지·관리 공사에는 어떤 게 있나.

“‘피사의 아파트’라고, 얼마 전 인천에서 기울어진 아파트를 바로 세운 일이 있다. 그 공사가 우리 협회 소속 회사에서 한 것이다. KTX가 지나는 한강철교에서 내진(耐震) 보강공사를 하기도 하고. 우리의 건물 신축 기술도 많이 발전했지만,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뛰어난 신기술도 많이 갖고 있다. KTX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철교 아래에서 내진 보강공사를 할 정도이니 얼마나 뛰어난 공법인지 짐작할 만하지 않나. 건물을 통째로 들어올려서 이동시키는 신기술도 갖고 있다.”

-건물이나 교량 등 각종 시설물을 새로 짓는 데는 관심이 많아도, 만들어진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는 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실정이 그렇다. 선진국일수록 시설물을 새로 짓는 것 못지않게 유지, 보수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쓴다. 평소 시설물 유지·관리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예산 절감의 사례를 든다면.

“평소 국도와 항만 등 SOC 시설물을 유지·보수하지 않으면 일정 시점이 지난 뒤 해체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 SOC 투자가 주로 20~30여 년 전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명이 한꺼번에 다하게 되면 많은 돈을 들여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유지·보수를 잘하면 시설물을 더 오랫동안 쓸 수 있어 장기적으로 그만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평소 건강검진을 꾸준히 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적은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평소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다가 중병에 걸리면 큰돈을 들여도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지 않나.”

-요즘 아파트 단지를 보면 일정 기간마다 외벽을 도색하는 등 유지·관리에 열심인 것 같다.

“아파트 단지가 유지·보수에 비교적 적극적인 편이다. 대개 5년마다 도색과 방수공사를 하는데, 외벽에 단순히 페인트칠만 하는 게 아니다. 틈도 메우고 보수·보강을 해서 페인트칠을 하기 때문에 외관도 좋아지지만 아파트 수명도 더 늘어난다.”

타이어, 엔진오일 갈 듯…

-특히 어떤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가 시급한가.

“198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교량이나 건물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다. 이 때문에 대형 교량이나 시설물의 내진 보강공사가 꼭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돼야 비로소 유지·관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교량 위에 꽃 장식을 하는 데는 돈을 써도 다리 밑 부실을 보강하는 데는 투자하기를 꺼린다. 자동차를 안전하게 오래 타려면 일정 주기마다 엔진오일도 갈아주고, 타이어도 교체해야 하지 않나. 시설물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드러난 뒤에 고치는 것은 안전 문제도 있고, 그만큼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모든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매뉴얼을 정해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시설물을 유지·관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시설물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시설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시키면 된다. 지금은 시설물을 지어서 준공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지 않나. 만약 건축비에 10년, 20년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시키면 어떻게 될까. 시공할 때부터 완공 후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들도록 시설물을 더 철저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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