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노광우의 영화사회학

무능하고 거만한 언론에 복수

‘더 테러 라이브’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무능하고 거만한 언론에 복수

2/2
매스컴의 미덕 혹은 부패

미국 일리노이대 매튜 어얼리치 교수는 이런 영화들을 ‘저널리즘 무비’라고 지칭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파악한다. 저널리즘 무비는 주로 언론인의 활동을 중심에 놓고 저널리즘이 지켜야 하는 미덕(객관주의, 진실 보도, 불편부당성, 권력에 대한 감시, 프로페셔널리즘)을 소재로 그 미덕이 발휘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대통령의 음모’는 미덕인 진실 보도를 통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영웅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네트워크’는 미디어 조직의 부패상을 보도하려는 뉴스 앵커가 제거되어 이상이 좌절되는 실패담을 그린다. 이 경우 매스컴은 부패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부패 권력이 되고, 그 종사자는 저널리즘의 미덕 대신 시청률이나 경력 관리에 관심을 두는 기회주의자가 된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차대은은 박노규와의 독점 인터뷰를 계기로 시청률을 높이려 하고, 윤영화는 9시뉴스 앵커에 복귀하려는 사욕을 갖고 있기에 진실 보도보다는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윤영화의 영웅담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박노규는 마포대교 폭파 테러를 통해 미디어의 주목을 끌어 확장공사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받아내려 한다. 윤영화는 박노규에게 평화적인 호소를 권하지만, 박노규는 폭력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반박한다. 박노규는 충격적인 사건일수록 뉴스 가치가 상승하는 언론의 속성을 잘 아는 셈이다.



오히려 박노규의 입을 통해 ‘언론이 국가와 힘 있는 이들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가, 아니면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미디어의 위선을 비판한다.

윤영화가 마포대교 폭발을 테러라고 처음 지칭한 후부터 모든 방송국의 뉴스 앵커들은 박노규를 테러범이라고 부른다. 언론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자 정부가 박노규의 대통령 사과에 응하는 것은 테러범의 요구에 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상황이 전개될수록 윤영화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보도한다. 차대은은 윤영화가 금품을 수수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경쟁 방송국에 흘림으로써 언론인으로서 윤영화의 공신력을 잃게 만든다. 그로 인해 윤영화는 박노규의 신뢰도 잃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린다. 결국 윤영화는 방송국과 정부로부터 모두 버림받는다. 복직 기회를 잃은 후에야 윤영화는 박노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의 행동을 대신하게 된다.

한편 약자에 대한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것은 윤영화와 이혼한 기자 이지수다. 첫 폭발 후 이지수는 마포대교로 급파되는데, 다른 쪽에서 2차 폭발이 발생하자 상판 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립된다. 상판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이지수는 현장중계 상황에서 박노규에게 여자와 어린이만이라도 구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미디어, 그리고 소외된 시민

영화 속에서 이지수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가 보여준 저널리즘의 ‘친(親)시민주의’는 차대은과 윤영화가 보여준 저널리즘의 기회주의, 객관 보도를 내세운 저널리즘의 냉정함과 대비된다. 또한 시민에 대한 경찰과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와도 차별된다.

무능하고 거만한 언론에 복수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더 테러 라이브’는 정치 스릴러 형태를 띤 저널리즘 무비로 보는 내내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의 기복을 겪게 한다. 라디오 토크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약자에 대한 동정 및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공감과 동일시, 테러 사건으로 야기된 공포감, 무능하면서 거만한 정부와 미디어 조직에 대한 분노, 이들에 대한 박노규의 공격으로 느끼는 대리만족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흔치 않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니라 답답한 현실을 바탕으로 둔다는 점에서 통렬하기까지 하다.

‘미디어’와 ‘국가’의 관계, ‘미디어’와 ‘소외된 시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2/2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목록 닫기

무능하고 거만한 언론에 복수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