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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가 블랙홀? 대통령이 하기 나름”

  • 패널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민주당 의원 사회·정리 | 윤영호 편집장

“개헌 논의가 블랙홀? 대통령이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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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가 블랙홀? 대통령이 하기 나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개헌 논의를 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때문에 경제 살리기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본말이 전도된 얘기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것이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소득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부패입니다. 이 세 가지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갈등비용이 1년에 300조 원이나 된다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했어요. 이걸 그대로 두고 경제정책만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어요?

개헌 논의는 국회 고유 권한

정치를 개혁하고 정치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나라 안의 갈등 구조, 분열 구조, 부패는 확산될 겁니다. 이걸 바꾸는 길은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갖는 현재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대통령에게 권한도 집중되고 책임도 모두 대통령이 져야 하니까 그동안 대통령이 불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임기를 마친 우리 대통령 가운데 명예롭게 퇴임한 분이 있습니까? 권력을 행사할 때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책임도 같이 져야 하니 그럴 수밖에요.

이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내각에다 나누어주고, 중앙의 권력은 지방에 나누어주고, 그리고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권력도 다시 정비해보고 이렇게 해서 한 단계 점프하자는 취지에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막말로 현직 대통령이 일 못하게 하려고 개헌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예요.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 5년 임기 동안 자신의 계획을 펼쳐나가고 개헌은 국회의원들의 권한이니까,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해나가면 되는 것인데 국회가 개헌 논의한다고 해서 정부가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국회가 개헌논의 하는데 사법부가 일 못하고 행정부가 일을 못하겠습니까? 그건 그냥 개헌을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법사위원장 시절 다른 나라의 권력 구조를 살펴봤는데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가 넘는 국가는 대개 의회 중심의 정치를 합니다. 우리처럼 제왕적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는 멕시코나 칠레, 폴란드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미국의 대통령제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한국헌법학회 회장인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의 프레지던트를 대통령으로 번역하면 안 되고 의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죠. 우리 국민이 미국은 대통령제를 잘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냐, 정치인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많이 하시는데 미국은 우리와 기반이 완전히 다릅니다. 독일의 유명한 헌법학자 카를 뢰벤슈타인은 이미 50년 전에 “미국 대통령제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순간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예언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대통령제를 수입한 남미나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불행하게도 이 예언은 실현됐습니다.

또 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 레이파트 교수는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라는 저서에서 갈등이 많은 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 독식 방식의 민주주의로는 갈등을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더군요. 우리 현실이 바로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나라일수록 협의 민주주의, 서로 나누어 갖는 분권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은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정당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단독 정부를 구성하지 않았어요. 최근엔 메르켈 총리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음에도 야당인 사민당과 대연정을 했잖아요. 또 좌우 갈등이 극심했던 오스트리아도 연정을 통해 정치 안정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이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가 엉망이어서 이렇게 됐으니 정치 틀만 바꿔도 박 대통령이 말하는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는 온다고 말입니다. 당장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평가한 갈등비용의 절반만 줄여도 그 목표는 달성될 수 있어요. 그 본질을 놔두고 ‘내가 잘할 테니 따라와라’라고 하면 누가 따라갑니까? 갈등만 증폭될 뿐이죠.

사회 이론적인 부분은 그 정도로 하고 현실 정치 차원의 얘기를 해보죠. 두 분 다 여당 경험이 있는데 옆에서 지켜본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한 가지씩만 얘기해 주시죠.

대통령 말 한마디의 위력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일을 많이 했는데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정치에 매몰돼 그 성과가 다 물거품이 됐습니다. 한번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는데 그곳 사람들이 ‘외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고 또 모든 국민이 대통령한테 그걸 요구하니 그럴 수밖에요.

이명박 정부 시절 구제역이 심했는데 담당 장관이 해결하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니 대통령이 결심하지 못하면 구제역 하나도 해결할 수 없게 돼 있더군요. 대통령이 구제역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만기친람 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니 장관들이 책임지고 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만…

그런데 모든 국민은 구제역 하나 생겨도 대통령이 해결책을 내놓길 바라고, 그 책임을 대통령한테 묻습니다.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담당 장관이 할 일인데도 말입니다. 권력체계 자체가 대통령이 다 하도록 돼 있는 데다 책임도 대통령이 다 지도록 돼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정부에 있으면서 ‘이젠 안되겠다. 대통령이 해당 장관이나 해당 부처가 일을 하도록 권한을 나누어줘야지 그걸 다 대통령의 말을 듣고 하려고 하면 안되겠다’고 느꼈습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대통령이 막상 권한을 나눠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돼 있어요. 왜냐? 책임을 대통령이 다 지게 돼 있는 거니까. 책임질 사람이 자기가 다하려고 그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외국에 가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정치에 매몰돼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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