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 박근혜 대통령은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서는 의원 10명 가운데 8명이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지난해 2월 구성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현재 회원이 120명 정도에 달한다.
- 여야의 개헌 전도사 이재오 의원과 우윤근 의원의 대담에서도 이런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편집자>
■ 장소 | 국회의원회관 이재오 의원실
■ 패널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민주당 의원
■ 사회·정리 | 윤영호 편집장
사회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다른 인터뷰 요청을 마다하고 대담에 응해주신 건 아마 주제가 개헌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두 분이 개헌 문제에 대해 의기투합한 구체적인 계기가 있습니까.
우윤근(이하 우)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정치를 하면서 특히 정쟁이 치열한 법사위원회에서 10년 가까이 야당 간사를 거쳐 위원장까지 해봤는데 우리 정치가 이래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총선 때마다 초선 의원들이 대거 새로 당선되지만 여전히 우리 정치가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 바로 서려면 사람만 바뀐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 앞잡이 노릇 하기 바쁘고 야당은 투쟁하기 바쁜 이런 권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제가 법사위원장 시절(2010년 6월~2012년 5월)에 특임장관을 하시던 이재오 선배가 제 방에 왔기에 “선배님, 이제 권력개편 문제를 본격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더니 좋다고 하셨죠. 이 선배님도 특임장관 시절에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압니다. 이후 만날 때마다 ‘개헌해야 한다, 권력 구조는 분권형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많이 나눴죠.
이재오(이하 이) 새누리당도 우선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대통령 되면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또 전임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을 해야 하니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7차례나 얘기했어요.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개헌 논의를 당내에서 죽 해온 셈이죠. 그게 자연스럽게 19대에서도 이어진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주춤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 개헌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재오 의원(왼쪽)과 우윤근 의원 대담 장면.
이 이명박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18대 총선에서 떨어진 후 외국에 나가 있고 하다보니 2년 정도 지나서 정부에 합류했지 않습니까. 그때는 이미 여든 야든 차기 주자들이 가시화했고, 차기 주자들이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아무래도 의원들은 차기 주자 주변에 모일 수밖에 없는데 의원 전체의 동의를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사회 말씀하신 대로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는 대통령의 존재 때문에, 정권 말기에는 개헌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차기 주자의 부상 때문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차기 주자들이 권력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눌 때 더 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개헌을 안 하는 거죠. 사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임기 말에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려고 특임장관 실에서 모든 준비를 다 마쳤어요. 그런데 여야 가리지 않고 반대하니까 물러가는 대통령이 어떻게 해볼 수 없었습니다.
우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면서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견 맞는 얘기 같지만 근본적으로 진단이 잘못됐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만의 생각이지 현실은 그와 반대입니다. 지난 연말에도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계속하면서 해를 넘겨 겨우 통과됐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들었잖습니까. 문제는 여야가 싸움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인데 그게 바로 현재의 권력 구조라는 게 저의 진단입니다. 한마디로 현재의 권력 구조하에서는 여야가 대통령 고지를 향해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삼성경제연구소 평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갈등지수가 높습니다. 가장 높은 나라는 터키인데, 터키는 쿠르드족이라는 소수민족이 분리독립운동을 하니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진 데다 남쪽에서는 여야 간, 노사 간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념 대립도 심각합니다. 정치가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할망정 그 한복판에서 제왕적 권력을 놓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야 상생의 정치,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위해서는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1, 2년 지나면 차기 대권주자가 가시화할텐데 그러면 또 여야가 극한 대결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려면 먼저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개헌 논의는 국회 고유 권한
정치를 개혁하고 정치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나라 안의 갈등 구조, 분열 구조, 부패는 확산될 겁니다. 이걸 바꾸는 길은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갖는 현재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대통령에게 권한도 집중되고 책임도 모두 대통령이 져야 하니까 그동안 대통령이 불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임기를 마친 우리 대통령 가운데 명예롭게 퇴임한 분이 있습니까? 권력을 행사할 때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책임도 같이 져야 하니 그럴 수밖에요.
이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내각에다 나누어주고, 중앙의 권력은 지방에 나누어주고, 그리고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권력도 다시 정비해보고 이렇게 해서 한 단계 점프하자는 취지에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막말로 현직 대통령이 일 못하게 하려고 개헌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예요.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 5년 임기 동안 자신의 계획을 펼쳐나가고 개헌은 국회의원들의 권한이니까,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해나가면 되는 것인데 국회가 개헌 논의한다고 해서 정부가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국회가 개헌논의 하는데 사법부가 일 못하고 행정부가 일을 못하겠습니까? 그건 그냥 개헌을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 제가 법사위원장 시절 다른 나라의 권력 구조를 살펴봤는데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가 넘는 국가는 대개 의회 중심의 정치를 합니다. 우리처럼 제왕적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는 멕시코나 칠레, 폴란드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미국의 대통령제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한국헌법학회 회장인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의 프레지던트를 대통령으로 번역하면 안 되고 의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죠. 우리 국민이 미국은 대통령제를 잘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냐, 정치인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많이 하시는데 미국은 우리와 기반이 완전히 다릅니다. 독일의 유명한 헌법학자 카를 뢰벤슈타인은 이미 50년 전에 “미국 대통령제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순간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예언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대통령제를 수입한 남미나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불행하게도 이 예언은 실현됐습니다.
또 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 레이파트 교수는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라는 저서에서 갈등이 많은 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 독식 방식의 민주주의로는 갈등을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더군요. 우리 현실이 바로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나라일수록 협의 민주주의, 서로 나누어 갖는 분권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은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정당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단독 정부를 구성하지 않았어요. 최근엔 메르켈 총리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음에도 야당인 사민당과 대연정을 했잖아요. 또 좌우 갈등이 극심했던 오스트리아도 연정을 통해 정치 안정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이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가 엉망이어서 이렇게 됐으니 정치 틀만 바꿔도 박 대통령이 말하는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는 온다고 말입니다. 당장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평가한 갈등비용의 절반만 줄여도 그 목표는 달성될 수 있어요. 그 본질을 놔두고 ‘내가 잘할 테니 따라와라’라고 하면 누가 따라갑니까? 갈등만 증폭될 뿐이죠.
사회 이론적인 부분은 그 정도로 하고 현실 정치 차원의 얘기를 해보죠. 두 분 다 여당 경험이 있는데 옆에서 지켜본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한 가지씩만 얘기해 주시죠.
대통령 말 한마디의 위력
이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일을 많이 했는데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정치에 매몰돼 그 성과가 다 물거품이 됐습니다. 한번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는데 그곳 사람들이 ‘외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고 또 모든 국민이 대통령한테 그걸 요구하니 그럴 수밖에요.
이명박 정부 시절 구제역이 심했는데 담당 장관이 해결하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니 대통령이 결심하지 못하면 구제역 하나도 해결할 수 없게 돼 있더군요. 대통령이 구제역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만기친람 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니 장관들이 책임지고 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만…
이 그런데 모든 국민은 구제역 하나 생겨도 대통령이 해결책을 내놓길 바라고, 그 책임을 대통령한테 묻습니다.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담당 장관이 할 일인데도 말입니다. 권력체계 자체가 대통령이 다 하도록 돼 있는 데다 책임도 대통령이 다 지도록 돼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정부에 있으면서 ‘이젠 안되겠다. 대통령이 해당 장관이나 해당 부처가 일을 하도록 권한을 나누어줘야지 그걸 다 대통령의 말을 듣고 하려고 하면 안되겠다’고 느꼈습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대통령이 막상 권한을 나눠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돼 있어요. 왜냐? 책임을 대통령이 다 지게 돼 있는 거니까. 책임질 사람이 자기가 다하려고 그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외국에 가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정치에 매몰돼버리죠.
우윤근 민주당 의원
우 여당 의원이라고 다 권력을 갖진 않아요. 몇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는 거죠. 그게 더 문제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등 소위 4대 악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격렬히 싸울 때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한마디 거들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자신은 소박하고 격의 없는 스타일이었는데도 그 때문에 당시 열린우리당이 알아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죠. 그때 대통령의 스타일과는 상관없이 우리 대통령은 제왕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대통령 말 한마디면 알아서 모시는 사람이 많잖아요. 왜냐? 대통령 권한이 크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법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여당 의원은 그냥 이걸 지상명령으로 알고….
이 날치기하는 거지 뭐(웃음).
우 안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민주적인 사람도 대통령이 되면 소통이 안 됩니다. 우선 대통령이 국회에 자주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또 청와대로 불러서 간혹 밥 먹는 거, 그건 소통이 아닙니다.
사회 그럼 우 의원이 야당 처지에서 이명박 정부를 평가해주시죠.
우 지난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는데, 그때 제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장관에게 그랬어요. ‘서로 이렇게 싸울 게 아니라 야당이 4대강 사업을 양보할테니 여당이 개헌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해보면 어떠냐’고요. 그런데 그 장관이 ‘대통령이 한번 내린 명령은 누구도 못 바꿉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왕이 내린 명령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4대강 사업 강행 이유
이 4대강 사업도 영산강이나 금강을 먼저 해보고 국민 여론이 좋으면 낙동강, 한강으로 확대해도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죠. 그럼 왜 그렇게 못 했느냐? 대통령 처지에선 자기 임기 5년 안에 4대강 사업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차피 다음 대통령이 들어서면 전임 대통령 사업을 이어받아 계속하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설사 그런다 해도 물가가 올라 공사비가 폭증한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 내 임기 동안에 국책사업으로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대통령이 생각하면 그렇게 가야 해요. 임기 5년 중에서도 첫해와 마지막 해는 할 수 없고 결국 3년 동안에 4대강 사업을 다 해치워야 하니까 밀어붙일 수밖에 없어요. 그것만 봐도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증명된 거나 마찬가지죠.
우 의원도 얘기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9개국인데 그중에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어요. 그나마 미국은 연방제국가입니다. 그러니까 소득이 3만 달러 넘어가면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안 된 상황에서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자고 하는데 그러려면 권력을 분산해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먼저 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 48%의 지지를 받은 야당은 대통령선거 끝나면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데, 당연히 죽기살기로 싸울 수밖에요. 내가 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두 번 하면서 여당과 싸우는 데 앞장섰는데 그에 대한 반성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측면도 있어요. 왜냐? 대통령선거 지고 나면 5년 동안 오직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반대논리, 모든 투쟁논리를 거기에 결부시킬 수밖에 없어요. 야당이 정권 잡으면 이번에는 과거 여당이 똑같이 되풀이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5년마다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겁니다. 대선에서 0.5%만 이겨도 이긴 사람이 한 나라의 권력을 다 갖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야당은 현재 여당이 잘못해야 다음에 집권 기회가 오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싸우는 거죠. 그래서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개헌에 찬성하는 분이 많아요. 강창희 의장도 오래전부터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압니다.
이 사실 새 대통령 임기 첫해인 작년에 개헌을 했어야 정치가 소용돌이도 없고 할 텐데 아쉬워요. 개헌을 해도 어차피 현직 대통령은 5년 임기를 채우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2년차인 올해 못하면 이번에도 어렵다고 봐야죠.
우 그렇죠. 내년에는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부상하면서 개헌론이 쏙 들어갈 수 있어요.
사회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데 박 대통령의 정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우 지난 1년은 평가를 하기에는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년간은 대통합은커녕 대갈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했어요. 또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고 답한 사람이 89% 정도 됐어요.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더 세게 행사하면 갈등은 증폭되게 마련입니다. 대통령이 말로만 소통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죠. 자신이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분산하는 것,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당 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드는 이야기이긴 한데 작년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통령 그만두라고 한마디했어요. 또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 전철 밟는다”고 했어요. 내가 여당 의원으로서 봐도 야당 의원이 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하는 마당에 퇴임한 대통령 전철 밟지 말라고 누구든지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그냥 듣고 넘어가면 되는 겁니다. 왜냐? 우리도 야당 때 걸핏하면 김대중 대통령 내려오라고 했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떠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한마디하니까 어떻게 된지 아세요? 여당이 의원총회 열고 국회 계단 앞에서 규탄대회 하고. 거기까진 그렇다 칩시다. 전국 시도지부에 연락해서 충남, 충북, 경북 3개 지역은 당원들을 동원해 역 앞에서 규탄대회까지 했어요. 아, 그게 그렇게 할 일이에요? 대통령홍보수석 말 한마디에 전 당원을 동원해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효과가 있었나요? 무슨 의미가 있어요? 갈등만 증폭시키지. 거기다 여당은 점점 왜소해지고 청와대는 점점 커지고 청와대가 말 한마디 하면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이게 다 대통령제의 폐해잖아요. 여당, 야당 이전에 헌법이 보장한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청와대 수석 말 한마디에 전부 모여서 규탄대회하고…. 내가 이거 야당인지 여당인지 모르겠어요.
대통령과 상관없이 개헌 추진
우 대한민국에 국회의원 300명이 있는데 여당은 정부 앞잡이 노릇하도록 정해졌고, 야당은 무조건 투쟁하도록 구실이 정해졌어요. 대통령 권력 때문에 한쪽은 방어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공격해야 합니다. 거기서 무슨 타협이 있을 수 있고 분점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정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정치인의 자질이 낮고 정치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그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제도 속에 문화가 함몰돼버렸기 때문에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국회의원 5선에다 장관도 해보고 여당 야당 다 해봤어요. 그래서 큰 욕심도 없고, 개헌과 개인적 이해관계도 없어요. 다만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고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인의 양식이고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도의 폐해를 뻔히 알면서 가만히 놔두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것입니다.
사회 그런데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개헌을 끝낼 수 있을까요?
우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내걸었어요. 문 후보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죠. 다만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어떻게 그 얘기를 하겠느냐고 해서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헌하자고 얘기했습니다. 요즈음도 제가 그 얘기를 해요.
이 현행 대통령제의 폐해는 정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개헌을 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개헌에 찬성한 의원이 국회의원 300명 중 120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의 의견은 국회에 개헌특위 만들어달라,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그건 국회에서 논의를 잘 해보십시오라고 나오는 게 소통입니다. 여야 의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개헌특위 만들어야 한다고 두 차례나 요구했으면 새누리당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입 딱 다물고 무조건 위에서 못 하게 하니까 안 하고 있어요. 그게 불통이잖아요. 그걸 청와대 누구 얘기처럼 아름다운 불통이라고 한다면 소도 웃을 일이죠.
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여기에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5%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으면 귀를 열어야겠죠. 법안은 의원 10명만 발의해도 다 심사해야 합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얘기를 한 말씀 해주시죠.
이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미 대통령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예정대로 올해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까지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겁니다.
우 개헌 문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 앞에서 개인도 당도 전부 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지금 여야 의원들이 개헌을 하자는 것은 예측 가능한 정치, 그러니까 이 정권 다음에 들어설 정부는 어떤 형태의 정부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고 하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 한마디로 4만 달러로 가는 지름길이 개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