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삼성, 현대차, CJ 훨훨 날고 LG, SK, 롯데 급추락

중국 진출 대기업 성적표

  • 홍순도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입력2014-01-2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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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온, 농심, 이랜드는 소리 없는 강자
    • 두산, 이마트는 시들시들
    •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 따라 명암
    삼성, 현대차, CJ 훨훨 날고 LG, SK, 롯데 급추락

    중국 상하이의 밤을 밝히는 삼성 옥외광고.

    중국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기업의 천국으로 불렸다. 중국에 진출하면 거의 성공하는 것으로 통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 근로자의 낮은 임금, 한국의 30배 가까운 인구가 제공해주는 이점이 널려 있었다. 이런 황금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비칠 정도였다.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 것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인식된 것도 다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휘파람을 불지만 상당수 대기업은 반대로 악전고투를 하는 것이 1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기업, 업종별로 명암이 극도로 엇갈린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웬만한 중견 국가와 맞먹는 실적

    삼성, 현대차, CJ 훨훨 날고 LG, SK, 롯데 급추락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화 마케팅.

    실제로 그런지는 중국에 진출한 각 대기업의 근황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선 밝은 측면을 살펴보면, 당연히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1순위로 거론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온갖 혜택을 등에 업기라도 한 듯 잘나간다. 2013년 중국 내 추산 매출액을 보면 감이 잡힌다. 무려 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중진국의 1년 수출액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요 거점이 중국 전역에 걸쳐 촘촘하게 구축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등에 판매 지사가 있다. 드넓은 대륙의 대부분을 거의 커버하는 수준이다.



    생산기지도 곳곳에 산재한다. 베이징 부근 톈진(天津)에선 TV, 휴대전화, 모니터 카메라를 만든다.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선 반도체, LCD, 노트북, 백색가전을 생산한다. 광둥성 선전(深土川)엔 휴대전화 생산 법인이 있다. 이들 공장은 웬만한 중국 단일 기업의 공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이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하이난(海南)에도 각각 휴대전화, 프린터, 광통신 생산 법인들이 규모를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다.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연구소 역시 베이징을 비롯해 광저우, 톈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쑤저우,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등에 자리하고 있다. 이 정도면 판매, 생산, 연구 등 삼위일체 시스템이 중국에 완벽하게 깔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니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파워가 막강한 게 당연하다. 대표 제품인 스마트폰의 경우 2013년 6000만 대가량 판매됐다.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한다. 운명적 라이벌인 애플도 중국에서는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삼성 스마트폰의 위용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롄샹(聯想) 등 토종업체가 인해전술이 무색한 연합전선을 펼치면서 ‘타도 삼성’을 부르짖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 중국 내에 제2의 본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중국에서 거둔 성공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압도적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외에 전략의 승리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 가장 돋보이는 게 바로 고급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무렵 대다수 중국인은 가난했다. 전자제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들은 저가품에 눈을 돌렸다. 이 때문에 일본 가전 브랜드들은 자존심을 접고 저가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들 일본 브랜드가 저가품 시장을 완전 장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역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도 중국 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상위 4%를 대상으로 리치(rich·부자)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이 전략은 놀라울 정도의 성공을 가져왔다.

    “우리 제품은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여유가 있는 중국인들이 삼성 브랜드에 열광했다.”

    강준영 상무의 말이다. 이후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중국에서는 거의 관례인 덤핑이나 끼워 팔기를 하지 않았다. 한때 소비자들로부터 ‘콧대가 너무 높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제품에 대한 신뢰는 역으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 현대차, CJ 훨훨 날고 LG, SK, 롯데 급추락

    SK차이나 본사 전경.

    중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현지화 전략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때 삼성전자는 중국을 제조 거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중국 내에서, 중국인들이 만들어, 중국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중국 소비자는 삼성을 거의 자국 브랜드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현지화는 제품의 디자인에서도 두드러진다. 원래 중국인들은 붉은색을 무척 좋아한다. 삼성전자는 이 뻔한 사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제품에 적용했다. 모니터 뒷면을 붉은색으로 디자인한 훙윈(紅音勻) LED모니터가 대표적이다. 이 모니터는 색깔 하나로 2012년 100만 대 판매 돌파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붉은색 TV도 인기를 끌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푸(福)자를 디자인에 활용한 전략도 적중했다. 삼성전자의 현지화는 중국 기업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고 정곡을 찌른다는 평을 받는다.

    이외에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 전문 매장, 애프터서비스, 짝퉁 추방 노력도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2013년 삼성전자는 중국 내 외국 기업 중 사회공헌활동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크게 오른 것은 물론이다.

    미래 전망도 상당히 밝다. 매년 매출액 신장률이 평균 15% 전후에 달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이를 잘 대변한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자신감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삼성전자가 2020년을 전후해 중국 내 매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 놀라운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일본 도요타와 대등한 이미지

    현대자동차 역시 삼성전자가 크게 부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중국법인인 북경현대는 누적 판매량 500만 대, 연 판매 100만 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100만 대 돌파 기록은 중국 진출 11년 만에 세운 것이다. 다른 세계적 자동차 회사의 합작 브랜드들이 평균 23년 걸린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성장이 얼마나 빠른지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누적 판매량 1000만 대 달성이 멀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잘나가는지는 베이징의 서우두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공항에 대기하는 택시, 베이징 시내를 누비는 택시 중 상당수가 현대자동차 브랜드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해 북경현대는 7% 전후에 달한다. 언뜻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도요타, 닛산, 혼다 같은 일본 자동차 3사의 통합 점유율이 16% 남짓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3.7%까지 합치면 현대자동차의 선전은 대단하다고 해도 좋다.

    중국 내에서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다. 이 점 역시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위상이 올라가는 점을 웅변한다. 과거 현대자동차는 비싸면서 품질이 좋지 않은 차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로 확연하게 개선됐다. 품질의 경우 벤츠까지는 몰라도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 수준에는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해온 실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도 15% 전후의 성장이 예상된다. 최성기 북경현대 사장은 “이 상태로 성장하면 북경현대 제3 공장의 증설과 제4 공장의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너무 자연스럽게 들린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잘나가는 한국 대기업이 많다. CJ는 빕스· 투썸플레이스·비비고 등 외식 분야, 엔터테인먼트 분야, 홈쇼핑 분야가 중국에 진출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 내 매출액을 따라잡을 기세마저 보인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초코파이의 전설’을 계속 이어간다. ‘신라면’의 농심과 의류 브랜드인 이랜드는 소리 없는 강자로 통한다. 포스코 등도 전열을 재정비해, ‘우리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신화를 쓰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부터 광둥성 아연도금강판 공장에서 아연강판을 생산해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중국 내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 ‘몰빵’했지만…

    삼성, 현대차, CJ 훨훨 날고 LG, SK, 롯데 급추락

    북경현대 제2공장 조립 라인.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 거의 모든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이 중 몇몇 대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중국 토종 기업의 경쟁력이 막강한 유통 분야, 중국 정부 당국의 시장 개방 의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은 이동통신 분야는 그야말로 죽을 쑤는 분위기다.

    이런 어두운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장면은 아마도 ‘주재원 대거 감축’일 것이다. 우선 SK그룹부터 살펴보자. SK는 한때 삼성처럼 중국에 제2의 본사를 만든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웠다. 지난 수년간 ‘몰빵’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만큼 중국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고 온 힘을 쏟았다. 중국 지주사에 해당하는 SK차이나를 설립한 것도 이런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베이징 중심지인 창안제(長安街)에 SK차이나 빌딩이라는 고층빌딩을 올린 것도,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수시로 중국에 출장을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동통신 분야를 비롯해 SK차이나가 추진한 사업 중 제대로 실적을 내는 사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결국 SK는 2012년 말 용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재원 50여 명의 80%에 해당하는 40여 명을 철수시킨 것이다.

    LG전자 어쩌다가…

    LG전자도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한때 LG전자는 중국 시장 내 백색가전 점유율이 평균 10% 전후에 달할 정도로 잘나갔다. 후난(湖南)성 장사(長沙) 등에 거액을 투자해 백색가전 공장을 대거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토종업체들의 약진으로 LG전자의 좋은 세월은 끝을 향해 치달았다. 급기야 일부 가전제품의 경우 점유율이 1%대로 급전직하하는 횡액을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정리하는 아픔까지 맛봐야 했다.

    그룹 내에서는 50명 이상에 달하는 직원들을 계속 주재시킬 필요가 있는지 회의도 일었다. 결국 2012년 말 주재원들이 대거 귀국길에 올랐다. LG전자는 현재 최소한의 주재원을 운용하면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중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인은 “LG전자가 어쩌다가 중국에서 이렇게 됐는지…”하며 안타까워한다.

    한국 1위 중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상황이 더 어렵다. 중국 토종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장쑤성 쑤저우 공장의 생산량을 대거 줄이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구나 중국 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이 회사는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그나마 이들 대기업은 더 처절한 실패를 맛본 대기업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5년 이상 산둥성 쓰수이(泗水)에서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면서 중국 내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대우그룹이 해체됐을 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중국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방법이 없었다. 2년 전 매각된 것은 거의 예정된 수순이었다.

    국내에선 유통업계의 양대 공룡으로 통하는 롯데와 이마트도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먼저 롯데는 지난해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에 설립한 러톈인타이(樂天銀泰) 백화점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잠정 손실액만 최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그나마 조금 낫다. 누적 손실액이 200억 원과 72억 원에 불과하니 말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이 정도면 흑자라는 자괴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롯데는 ‘베이징을 비롯한 전 중국 대륙에 점포 1000개를 설립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롯데마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당초의 호언과는 거리가 멀다. 철수까지는 고려하지 않지만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매장을 줄줄이 철수해야 하는 비극에 직면할 위험도 없지 않다.

    롯데그룹에서 유통 담당 임원을 지내다 영업부진 책임을 지고 사임한 고모 씨는 “우리는 중국인들의 소비 습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저 싸게 팔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씨는 “지금도 롯데마트는 중국인들이 뭘 원하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공부도 하지 않는다.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면서 “실패는 필연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철수하지 않는 것이 신통하다는 얘기도 나올 법하다.

    유통 공룡의 처참한 실패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의 요즘 실적은 ‘처참하다’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다. 중국법인 5곳이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중국 법인의 부채는 1957억 원을 기록해 총자산 1817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날려버렸다는 얘기다. 한 유통 전문가는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16개에 달하는 매장을 더는 운영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들 대기업이 한때 땅 짚고 헤엄치는 곳으로 생각한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됐다. 특히 백색가전이 대표적이다. LG전자 제품보다 훨씬 값싸면서 품질이 크게 뒤지지 않는 중국산 제품이 부지기수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산업 기술력 격차가 4~5년에서 1~2년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여기에 같은 값이면 국산품을 구입하려는 중국인의 애국심도 작동한다. 중국 소비자의 경향이 비교적 배타적이라는 말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지리멸렬한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외국 기업에 자국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 당국의 의지일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를 거의 다 없애버린 점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외국 기업의 편법에 대해 가차 없이 벌을 내리는 행정 당국의 추상같은 조치도 한국 기업을 옥죄는 요인인 것 같다. 최근 수년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이 이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은 한국 대기업이 더는 만만히 볼 곳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몇몇 대기업의 전략에 답이 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오기 힘든 압도적인 기술력을 길러야 한다. 중국 업체들은 말로는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혀를 내두른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지화, 배타적인 국산품 애용 성향을 바꿔놓는 진정성 있는 활동,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브랜드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은 한국 대기업의 무덤이 아니라 재도약의 발판이 되리라고 본다.

    절실하게 원하면 이뤄지게 마련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 친화적 대중 외교를 펴고 대기업이 실패를 거울 삼아 냉철한 전략과 뜨거운 열정으로 다가간다면 중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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