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경쟁력 있는 분야에 ‘스마트’를 더하라

독일형 창조경제 Industry 4.0에서 배우자

  • 조호정 |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hjss@hri.co.kr

    입력2014-01-22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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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표방하면서 많은 사람이 그 뜻을 궁금해했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
    • 그만큼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일관성이나 명확한 메시지 없이 단발성으로 시행된다는 얘기다.
    • 독일 역시 2013년부터 일종의 창조경제 정책이라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을 시행하고 있다.
    • 독일의 ‘Industry 4.0’은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통해 제조업 분야에서 일관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독일의 창조경제: Industry 4.0의 내용과 시사점-제조업의 진화 전략이 필요하다’를 통해 독일의 창조경제 비법을 알아보자. <편집자>
    경쟁력 있는 분야에 ‘스마트’를 더하라

    독일의 지멘스 공장에서 견습공이 트레이너를 작동한다.

    독일은 제조업의 국가다. 독일의 제조업은 2012년 유럽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30%, 국내 총부가가치의 22.4%를 차지했다. 독일은 제조업을 통해 727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710만 명을 간접 고용했다. 2011년부터 경상수지 흑자가 세게 1위에 달하게 된 것도 제조업의 높은 경쟁력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미국 등의 제조업이 강화되면서 전 세계 제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자 독일은 미래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나갈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Industry 4.0’이라는 제조업 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ndustry 4.0’은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해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으로 진화하자는 내용이다. 독일 국가과학위원회는 Industry 4.0을 통해 국가 산업 생산성이 30%까지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최근 다양한 대내외적 문제에 직면했다. 우선 독일의 제조업 비중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이 전 세계 제조업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8.9%에서 2011년 6.5%로 낮아졌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2000년대 중반까지 10%에 육박했으나 2011년 8.7%로 하락했다.

    왜 4차 산업혁명인가

    또한 국가적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 구조적 변화도 심화되는 추세다. 독일의 생산인구는 1995년 5570만 명에서 2012년 5410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15~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인부양비율’은 1995년 22.5%에서 2012년 31.4%로 급등했다. 유럽연합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독일의 생산인구는 2013년보다 500만 명 이상 감소한다. 자연히 노인부양비율도 급등할 것이다.



    게다가 독일의 고임금 경향은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독일의 2011년 구매력 기준 평균 임금은 4만200달러로 일본(3만5100달러), 프랑스(3만8100달러), 한국(3만5400달러) 등에 비해 다소 높다. 상품 한 단위를 만드는 데 드는 노동비용인 ‘단위노동비용’은 2000~ 2008년 평균 0.1% 상승에 그쳤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2.2%로 높아졌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스마트’를 더하라
    에너지 등 자원 효율성도 제고해야 한다. 독일은 에너지 자국 생산 비중이 낮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많다. 독일의 에너지 자급률은 40.1%로 미국 85%, 중국 89.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5위 수준이다.

    경쟁국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일본 등 경쟁국은 제조업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셰일가스 개발에 따라 생산비용이 절감되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이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법인세 개편,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이전 장려, 제조업 혁신 허브 증설, 수출 확대 정책 등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 제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첨단 제조업(Advanced Manufacturing) 강화 전략을 마련해 향후 10년간 45개의 제조업 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경제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6월 아베 정부는 6대 전략 37개 과제로 구성된 ‘산업재흥플랜’을 제시했는데, 이는 긴급구조개혁프로그램,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추진, 세계 최고 수준의 IT 사회 실현 및 고용제도개혁, 인재력 강화 등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Cyber Physical System

    독일은 2010년 발표한 ‘첨단기술전략 2020’의 미래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13년 들어 ICT와 기계 산업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생산 과정이 최적화’되는 Industry 4.0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8세기 수증기가 동력 구실을 한 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반 전기를 이용해 노동 분업을 이룬 2차 산업혁명, 1970년대 이후 인터넷을 통한 3차 산업혁명을 거쳐 도달한 ‘4차 산업혁명’은 ICT와 제조업을 융합해 산업기기부터 생산 과정까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정보를 교환해, 사람 없이도 기계 스스로 생산, 통제, 수리가 가능한 ‘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3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은 생산 공정을 수직·수평적으로 분리해 제한된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이었다면 Industry 4.0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완전한 정보 교환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최적화된 상품 제조 플랫폼을 조성해 전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Industry 4.0은 ‘두뇌 구실’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기계에 내장된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을 통해 사람, 사물, 서비스 간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지능형 생산시스템이 구축됨으로써 기존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스마트, 그린 및 도심형으로 변화시킨다. 최근 독일 인공지능연구센터(DFKI)는 ‘스마트 공장’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험 가동하면서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지멘스, 보쉬 등 독일의 대표적 대기업들도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이하 CPS)을 생산 공정에 적용하는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스마트’를 더하라

    대구에 위치한 열처리 업체 ‘미래세모텍’은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원격제어시스템을 통해 공장 바깥에서도, 야간에도 생산 과정을 확인하고 설비를 제어할 수 있다.

    원료, 생산, 물류, 서비스, 제품까지 모두 임베디드 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CPS를 통해 생산 과정을 통제한다. CPS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사물, 인터넷까지 확대돼,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교환된다. 임베디드 시스템이 확산되면 201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5%인 73억 명, 스마트폰·TV·자동차 등 66억 개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돼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적화된 상품 제조 플랫폼인 CPS 구축은 스마트 생산 실현의 핵심이다. CPS는 상품 제조 등이 일어나는 ‘물리 세계’와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사이버 세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소프트웨어, 센서, 정보처리장치 등에 기반을 두고 스마트 생산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는 CPS를 구축하고 스마트 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3년간 5억 유로(약 7500억 원)를 연구개발에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 생산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생산 단계 간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통제될 수 있도록 표준화가 진척되어야 한다. Industry 4.0 플랫폼 구축을 위한 표준화는 생산의 모든 주체가 하나의 공통된 접근 방식을 거쳐 CPS에 접근하고 제조과정, 장치, 환경 등에 적합한 소프트웨어 등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을 말한다. 개방형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만큼 사이버 보안 및 안전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더욱이 CPS상에서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생성되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가상세계와 실재세계, 생산관리체계와 공장통제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잘 조직화할 수 있는 인력이 중요해진다.

    똑똑한 생산체계

    Industry 4.0은 기존 생산 방식을 맞춤형 소량 생산으로 변화시키고 생산주체와 과정 등도 유연성이 향상되는 미래형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제품에 내장된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통해 재고가 부족한 곳에 상품이 배송되는 ‘똑똑한 생산체계’가 구축되는 것. 특히 스마트한 생산 방식은 공급자의 신속한 참여를 유도해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제품, 생산 과정, 서비스 등 다양한 빅테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고용도 가능하다. 임베디드 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생산체계와 고객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다양한 고용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스마트 생산 방식은 기업 간 서비스를 촉진할 수 있어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또한 스마트·도심형 생산으로의 전환은 일-가정 양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는 제조업을 새롭게 진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에너지, 의료, 운송 등의 효율성을 높였다.

    미국 등 여타 선진국도 IT와 제조업의 결합에 나섰다. 독일 지멘스, 보쉬 등 대기업들은 향후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면서 80% 이상을 ICT에 기반을 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도 경쟁 우위가 있는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꾸준한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제조업을 혁신하는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5월 말 창조경제 주창자인 존 호킨스는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벤처 창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제조업과 대기업의 성공모델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경제 안정성을 높이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형 생산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미래 제조업이 개별·맞춤형 및 소량 생산체계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조업 생산체계의 혁신이 요구된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스마트’를 더하라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내부 센서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한국도 네트워크-제조업 연결해야

    또한 정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IT 인프라와 기술이 제조업과 결합해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네트워크 준비지수를 세계 11위,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을 세계 5위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간 결합은 미미한 수준이다. 독일은 스마트 공장, 미국은 최첨단 제조업을 앞세워 IT와 제조업의 결합을 확산하고 모든 생산체계를 네트워크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정부는 CPS 등 개방형 시스템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표준화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래 제조업에서는 스마트 공장, CPS 플랫폼 등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개발이 중요하나 국내 경쟁력이 낮은 만큼 산업과 학계의 연계,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연구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독일 등 선도자들이 생산체계 시스템을 표준화할 경우 후발주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마트 생산 시스템의 표준화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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