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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교육의 위기, 학교의 위기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안양옥 교총 회장의 쓴소리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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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채택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좌파 교과서에 참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학교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것에 대해 좌파가 학교에 극렬하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봐요. 이 점은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 빌미를 제공하는 어떤 하자가 있었다는 의미인가요?

“저도 교과서 집필 책임자여서 잘 아는데요. 편집이 교과서 품질의 70%를 좌우해요. 검정교과서라고 해도 내용의 상당부분은 교육부가 통제하거든요. 따라서 어떻게 쓰고 구성하느냐 하는 문장력, 해석력, 고증능력, 편집능력, 교정능력이 중요해요. 출판사의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교학사가 이 부분이 약하다는 평입니다. 옛날엔 괜찮았는데…. 또 집필진의 성향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죠.”

▼ 집필진이 우파 아닌가요?



“‘라이트(right·우파)’ 중에서도 이명박 정권 때 등장한 ‘뉴라이트(new right)’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은 ‘수정주의 보수’예요. ‘정통 보수’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 보수입니다. 본질주의자죠. 그래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하고. 이 점에서 박 대통령과 저는 통하는 게 있어요.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요. 역사논쟁이나 교과서논쟁에선요, 보수 쪽에선 정통 보수가 나와야 해요. 이번에 수정주의 보수가 나와서 진 겁니다. 반면 진보에선 정통 진보가 나왔어요. 진보의 원칙에 충실한 논리를 가지고요. 보수에서도 정통 보수가 보수의 원칙에 충실한 논리를 들고 나와야죠.”

“정통 보수와 달라”

▼ 그렇다면 보수 내에서 수정주의 사관(史觀)과 정통 사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자는 이념적 정체성이 다소 약합니다.”

▼ 예를 들어 수정주의자들은 ‘일제강점기가 한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에 더 가까운 것 같던데요.

“그러니까요.”

▼ 교과서 논란 이전에 뉴라이트 학자들이 그런 식으로 써놓았더라고요. 평소 생각이 교과서에 어떻게든 반영되겠죠. 이로 인해 교학사 교과서가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서 채택률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콘텐츠 부분에서 밀렸어요. 출판사의 능력과 집필진의 성향, 이 두 문제가 겹치니 명분을 잃고만 거죠.”

식민지근대화론 논란과 관련된 교학사 교과서 내용은 “현지 위안부와 달리 조선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249쪽)이다. 이 중 “따라다니는” 부분이 일본에 의한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에 수정 최종본을 내면서도 “조선인 위안부”를 “한국인 위안부”로만 고쳤을 뿐 “따라다니는” 부분을 고수했다.

또한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시간 사용의 합리화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일제로부터 강요받았다”(282쪽)고 기술했다. “강요”라는 부정적 표현과 “합리화” “개선”이라는 긍정적 표현을 한 문장에 함께 사용해 어색하며, ‘식민지근대화론’의 관점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독립운동가 후손 김원웅(69) 씨 등 9명은 2013년 12월 26일 “교학사 교과서가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한다”며 교과서 배포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러자 교학사 측은 1월 7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의 이 사건 심문에서 “신청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표현을 수정해 최종본을 인쇄하겠다”고 했다. “따라다니는”의 경우 “강제로 끌려 다니는”으로 바꾸고 “시간 사용의 합리화와 생활 습관의 개선”의 경우 “시간 관념과 생활 습관”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청인 측은 “학기 시작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다시 수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런 일련의 사정에 따르면, 교학사와 필진이 ‘친일매국’까지는 아니어도 식민지근대화론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을 교과서에 담았고 어떤 소신에 의해 이를 계속 고집하다 마지못해 철회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어지는 안 회장과의 대화.

“좌우 넘어 접점 찾아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역사공부 모임을 만들어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필진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초빙했으며 교학사 교과서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보수가 역사논쟁에 일방적으로 밀린 것과 관련해 오해를 살만한 표현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새누리당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안 회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1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긴급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전교조 등 일부 좌파세력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철회 협박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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