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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으로 10대 팬 제압 스타 쫓느라 학사경고, 사직

20대 ‘팬덤’의 세계

  • 이남윤 |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이고은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경제력으로 10대 팬 제압 스타 쫓느라 학사경고,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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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은 끊임없이 태어나신다”

경제력으로 10대 팬 제압 스타 쫓느라 학사경고, 사직

아이돌 그룹 EXO가 가는 자리에는 엄청난 숫자의 ‘대포’ 카메라가 몰려든다.

20대에 아이돌 팬이 되는 또 다른 이유로는 10대 시절 팬 활동의 연장이 꼽힌다. 이렇게 말하는 팬은 10대 땐 소극적으로 팬 활동을 했지만 20대가 되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10대 시절의 우상과 20대 시절의 우상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아이돌 스타도 나이를 먹고 이들의 인기에도 수명이 있기 때문이다. 20대 팬은 “오빠들은 끊임없이 태어나시고 어디선가 데뷔하신다”고 말한다. B씨도 좋아하는 스타를 바꾼 경우다. B씨는 “그간의 팬 활동 노하우를 통해 쉽게 다른 가수로 옮겨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사람들은 20대가 자신보다 나이어린 스타에 빠지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20대 팬들은 스타와 팬의 나이 차이를 다르게 해석한다. A씨는 “나는 지금 내 꿈을 좇는 중인데 스타들이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모습이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하가 나보다 먼저 꿈을 이룬 것에 대한 동경으로 팬이 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20대 팬은 10대 팬에 비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해 대포 팬으로 활동한다.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엑소의 공연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보고 나면 너무 허무하고 쉽게 잊혔다. 그래서 사진을 찍게 됐다”고 했다.

대포 팬의 세계에서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들은 좋은 카메라 기종을 찾는다. A씨는 “대포 팬은 주로 ‘오막삼(DSLR 카메라 Canon EOS 5D Mark III의 애칭)’ 같은 비싼 카메라를 사용한다. 렌즈를 제외한 기기 값만 400만 원대”라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매니저나 경호원과 갈등을 겪는 일도 숱하다. 대포 팬은 이렇게 찍은 스타의 생생한 사진들을 묶어 포토 북을 낸다. 포토 북 발간 시기를 계산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활동도 한다. 인피니트의 대포 팬인 C(25)씨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토샵(Photo shop·사진 보정 프로그램)도 익혔고 동영상 편집도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팬으로 살아가는 데는 상당한 돈, 시간,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종이학 천 마리’는 옛말

대포 활동으로 돈을 벌기도 하는데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 대포 팬은 자신이 찍은 아이돌 사진을 트위터로 실시간 전할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포토 북이나 달력 같은 것을 제작해 판매한다. ‘연예인 굿즈’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물품들의 판매량과 수익은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대략 추산할 수 있다. 보통 포토 북은 권당 3만 원에 판매된다. 종이 값과 컬러인쇄 비용 등 원가는 1만 원 정도다. 500명만 이 포토 북을 구입한다고 쳐도 순수익이 1000만 원이다. 한 대포 팬은 “포토 북 한 번 내고 2000만 원 이상 벌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스타의 소속사 측이 초상권을 내세워 이들의 판매 활동을 막을 법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기 힘들다고 한다. 대포 팬들의 이러한 활동이 소속사에 이익이 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당수 대포 팬은 기술적으로 사진을 잘 찍는다. 또 ‘무한한 팬심’을 바탕으로 수없이 찍고 보정한 끝에 가장 잘 나온 사진들만 내놓기 때문에 스타들은 실물보다 훨씬 잘생기고 예쁘게 나온다. 언론매체의 기사에 실린 스타의 사진과 대포 팬이 찍은 스타의 사진을 놓고 보면 후자가 훨씬 매력적이다. 후자엔 ‘비교 불가’의 애정과 시간,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인건비 측면에서 이런 품질 좋은 다량의 사진을 생산해낼 수 없다. 대포 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전방위로 이런 사진들을 유포한다. 당연히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뛰어난 홍보 도구로 활용된다. 소속사가 할 수 없는 일을 대포 팬이 대신 해주는 셈이다.

대포 팬은 사진을 팔아 벌어들인 수입을 주로 어디에 쓸까. 학비에 보태거나 용돈으로 쓸까. 취재 결과, 이들은 대포활동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뺀 대부분의 수익을 아이돌 가수에게 선물을 사주는 데 쓴다. 아이돌 스타의 팬들 세계에선 이를 ‘조공’이라고 한다. 모화사상의 조선이 중국의 황제에 진귀한 선물을 바치는 행위를 의미하는 옛말인 조공에서 따온 말이다. 팬이 스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면 기성세대는 ‘종이학 천 마리’ 같은 것을 떠올리겠지만, 요즘 20대 대포 팬이 스타에게 주는 선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물품이 많다.

“아니야, 내가 조공한 거야”

처음부터 조공을 목적으로 하는 굿즈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대포 팬의 굿즈를 구입한 일반 팬도 수익금이 조공에 사용되는지 감시한다. 일반 팬의 처지에서도 조공에 쓰이지 않는 굿즈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 이들은 조공하지 않는 대포 팬에게 “오빠들 얼굴로 왜 네가 돈을 벌어먹느냐”고 비난한다. 그러면 더는 활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대포 활동을 하지 않고 자비로 조공을 하는 팬도 많다. 인피니트의 한 멤버에게 조공한 경험이 있다는 D(여·21)씨는 “어떤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아이돌이 나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조공 활동에도 경쟁이 붙는다고 한다. B씨는 “게시판에 아이돌 멤버별 조공받은 목록이 올라온다”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보다 조공을 덜 받는 것으로 비치면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과시욕에서 조공 경쟁이 붙는다는 이야기였다. 인피니트의 팬인 20대의 E씨는 조공에 얽힌 일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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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윤 |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이고은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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