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4차산업혁명과 미래

스마트자동차 시대

‘상상 그 이상’의 차가 집 앞에 온다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입력2019-03-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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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가 5G, AI, IoT, 블록체인, AR/VR과 융합한다. 스마트카의 등장으로 자동차 공유(Car Sharing)가 일반화하며 현재 형태의 택시 산업은 붕괴할 것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파워트레인.

    테슬라 전기차의 파워트레인.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변한다. 이제 차는 운송수단을 넘어 스마트 플랫폼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다.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는 휴대전화 패러다임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휴대전화의 초기 목적은 통화였으나 지금은 휴대용 컴퓨터가 됐다. 

    휴대전화는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탑재하면서 기능이 바뀌었다. 스티브 잡스(1955~2011)가 2007년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1’을 선보이며 혁명이 시작됐다. 카메라, 게임, 인터넷 기능 등이 적용됐다. 

    이제는 휴대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스마트폰이라고 일컫는다. 통화뿐 아니라 게임, 촬영, 쇼핑, 음악,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즐긴다. 휴대용 전화기에서 스마트 플랫폼으로 변신한 것이다.

    거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변신 중

    자동차 또한 스마트폰과 같은 길을 걷는다. 거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마트카’다. 국제전자박람회(CES)에 다수의 자동차 제조기업이 참가하는 데서도 이 같은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벤츠는 자동차의 미래 키워드로 ‘연결·자율·공유·전기(C.A.S.E)’를 제시했다. ‘연결’은 자동차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자율’은 자율주행, ‘공유’는 자동차 공유, ‘전기’는 연료가 전기로 바뀜을 가리킨다. 



    패러다임 변화의 출발점은 전기차다. 테슬라를 살펴보자. 테슬라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전기차여서가 아니라 스마트 기기처럼 동작하는 데 있다.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AutoPilot)을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하듯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는 자동차에 각종 ICT 기기를 탑재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파워트레인(Powertrain) 구조가 다르다. 파워트레인은 연료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동력 장치를 말한다. 

    내연기관차는 파워트레인이 자동차 전면부에 설치됐으나 전기차는 하부에 깔려 있다. 따라서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차의 그것보다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작을뿐더러 들어가는 부품 수도 적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의 파워트레인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활용할 공간이 넓다. 테슬라는 전면부에 파워트레인이 없는 장점을 활용해 ‘프렁크’(앞 트렁크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를 마련했다.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아이디크로즈(I.D. Crozz)는 중형차인데도 대형차 수준 이상의 내부 공간을 뽐낸다. 린스피드가 선보인 콘셉트카 ‘오아시스’는 탑승객이 누울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다. 

    무엇보다도 전기차는 새로 생긴 여유 공간에 각종 ICT 기기를 탑재할 수 있다. 벤츠가 선보인 콘셉트카 F015를 보자. 벤츠는 탑승객의 편의성을 고려해 측면에 터치 디스플레이를 설치했으며 자율주행 모드일 때 앞좌석을 뒤로 돌릴 수 있게 했다.

    딥 러닝 알고리즘

    벤츠 F015 내부. [Flickr]

    벤츠 F015 내부. [Flickr]

    이렇듯 전기차는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의 방아쇠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떻게 변모할까. 

    주목할만한 변화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이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AI)이 가능케 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딥 러닝 알고리즘’ 덕분이다. 딥 러닝 알고리즘은 복잡한 요인을 반영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교통 변화를 계산해 자율로 주행하는 게 자율주행차다.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주행차 열풍이 분다. 현대, 벤츠, 아우디, BMW, 테슬라 등이 소매를 걷었다. 컨설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자율주행차 비중이 2025년 7%, 2030년 4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까운 미래에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쉽게 보게 되는 것이다. 

    AI만이 자율주행차 등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술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긴다. AI 전용 프로세서가 그중 하나다. AI 전용 프로세서는 AI 구동에 알맞게 제작된 컴퓨터 프로세서를 말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딥 러닝 알고리즘 구동에 적합하도록 구현된 프로세서다. 

    기존의 프로세서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한다. CPU는 딥 러닝 구동에 적합하지 않다. 딥 러닝은 무수히 많은 요인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알고리즘이다. CPU는 컴퓨팅 파워를 단일 복잡 연산에 집중해 직렬로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어서 딥 러닝 구동에 비효율을 가져온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주문형 반도체(ASIC), 프로그래밍 가능형 반도체(FPGA), 뉴로모픽 프로세서(Neuromorphic Processor) 등 AI 전용 프로세서가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공개된 자율주행차는 GPU를 주로 활용한다. GPU 분야에서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자동차에 직접 GPU를 탑재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동하는 PX-2를 개발했다. 아우디, 테슬라, BMW 등이 이를 활용한다.

    택시 산업을 뒤바꿀 자율주행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딥 러닝 알고리즘이 인간 운전자만큼의 실력을 갖추려면 학습을 얼마나 해야 할까.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미국 교통통계국(BTS)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88억 마일(약 142억㎞)을 연습해야 사람보다 운전을 20% 넘게 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100대가 365일 동안 시속 25마일(약 40㎞) 속도로 500년 동안 운행해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자율주행차가 사람보다 운전을 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사정이 바뀐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는 자율주행차가 자율주행을 연습하는 가상공간이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는 날씨, 공간, 시간 등의 물리적 제약이 없다. 매우 빠른 속도로 매우 많은 횟수의 자율주행 연습을 시킬 수 있다. 유다시티,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제공한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 자동차에서 즐기는 콘텐츠 산업도 도약한다. 자율주행에 운전을 맡기면 사람이 자동차에서 할 일이 사라진다. 자동차 공유(Car Sharing) 산업도 확대될 것이다. 맥킨지는 자율주행차로 인해 자동차 공유 비중이 지난해 1%에서 2030년 22%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 등장은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게 한다. 자율주행차를 특정 장소로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기준 하루 2시간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굳이 구매해 22시간 동안 주차장에 세워놓을 필요가 없다. 자동차 공유와 연결된 자율주행차는 현재 형태 택시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해 12월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시범 서비스 운영은 자동차 공유 업체 ‘리프트(Lyfr)’를 긴장케 했다. 리프트 또한 카 셰어링의 최종 목적지가 자율주행 택시임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 공유와 자율주행차의 결합은 시간문제다.

    IoT로 연결되는 자동차

    현대차가 선보인 ATC. [현대차 제공
]

    현대차가 선보인 ATC. [현대차 제공 ]

    자동차에 사물인터넷(IoT)도 적용된다.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다. 2017년 4월 테슬라는 자동차와 지멘스의 냉장고를 연동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집에 있는 냉장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아마존에서 부족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자동차에 적용되는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활용해 집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이다. 

    IoT를 활용한 자동차의 ‘연결성’은 5G로 인해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5G는 5세대 무선통신을 의미하는 말로 4G보다 40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KT는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버스’를 세계 최초로 시연한 바 있다. KT는 5G의 장점을 앞세워 차량 내에서 각종 고화질 콘텐츠를 제공했다. 

    자동차와 블록체인도 만난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데이터 공유 네트워크 플랫폼을 말한다. 자동차가 공유 참여 주체(노드)가 돼 블록체인과 융합하는 것이다. 

    2017년 보쉬는 자동차 주행 거리 조작을 방지하고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보쉬는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주행거리를 기록한 후 정보를 블록체인(이더리움)에 저장케 했다. 포르셰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차량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소유주가 자동차 문을 열 때 얼굴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인터페이스 또한 사용자 중심으로 일신되고 있다. 현대차의 ‘조용한 택시’를 예로 들 수 있다. 조용한 택시의 유튜브 공개 영상은 조회 수 1만4000회를 돌파했다. 이 영상은 현대차가 개발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지원 시스템(ATC)’을 소개하고 있다. ATC는 청각 장애인을 위해 주변 정보를 시각으로 표현해 보여준다. 장애물과의 거리, 주변 소리 등을 현대차가 개발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시각화하거나, 운전대의 진동과 LED 컬러를 활용해 인지하게 한 것이다. 

    기아차는 ‘감성주행기술(R.E.A.D)’을 선보였다. 운전자의 표정, 심장 박동 수를 비롯한 생체 정보를 활용해 조명, 음악, 온도, 향기 등을 이용해 최적화한 차량 내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아우디는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이 트론(e-tron)’을 선보였다. 자동차 외부 거울이 아니라 내부 영상 기기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고속 주행, 회전 등 상황에 따라 최적의 영상을 제공한다. 웨이레이는 자동차 HUD 전용 나비온(Navion)을 출시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해 HUD에 운전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자동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카가 눈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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