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20대 리포트

대학 신입생 된 2000년생 밀레니엄 세대

“PC-TV 세대 넘어선 새로운 물결”

  • 강민재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 수강생(명지대 사학과) kang94min@naver.com

    입력2019-03-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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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는 과제 할 때나”

    • “TV보단 스마트폰”

    • “평균 집중시간 8초”

    • “경제적 가치 우선”

    • “공정성 중시”

    • “나이가 벼슬? 연공서열 거부감”

    2월 26일 부산 남구 동명대 입학식에서 2000년생 신입생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동아일보 박경모기자]

    2월 26일 부산 남구 동명대 입학식에서 2000년생 신입생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동아일보 박경모기자]

    새로운 1000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가 성인(19세)이 돼 3월 대학에 입학했다. 1990년대 출생자들과도 다른 2000년생 대학 신입생들의 특성을 알아봤다. 

    현재 20대 대부분을 차지하는 1990년대 출생자들은 “우리는 유년기·청소년기를 주로 PC와 함께 보냈다. 연예인에게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하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2000년생들은 “우리는 청소년기를 스마트폰·사회관계망서비스와 함께 보냈다. 1990년대생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미국의 세대 연구가인 데이비드 스틸먼은 2000년대 전후 출생자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혹은 ‘Z세대’라 부르며 구분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산 디지털 원주민”

    2000년생 대학 신입생들에게 PC는 이제 부수적인 존재다. 고려대 심리학과 1학년 승모(여·19) 씨는 “과제 할 때를 제외하고는 PC의 필요성을 거의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PC가 과제 작성 도구 정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강모(19) 씨는 “컴퓨터 모니터로 텍스트를 읽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며 “문서 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 같은 작업을 제외하면 모바일 기기로 전부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2000년대생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더 익숙하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유모(여·19) 씨는 “스마트폰이 책에 비해 화면이 작다 보니 긴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이 낮다”며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영상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입학한 권모(여·20) 씨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미지와 영상이 더 익숙한 것 같다”며 “친구들과 공유할 때 편리하고 텍스트보다 이해하기 쉬워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트렌드 분석가인 제프 프롬은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라는 저서에서 Z세대의 평균 집중시간을 ‘8초’로 규정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는 이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주요 무대다. 유씨는 “TV를 안 본 지 오래됐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 중에 끌리는 영상을 직접 선택해 시청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9세들 사이에선 유튜버(유튜브에 동영상 창작물 등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가 연예인만큼 영향력을 행사한다. 강씨는 “유튜버는 TV 같은 기성 매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에 비해 더 자유분방하게 표현하고 더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일반인이어서 이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독자가 120만 명에 달하는 게임 분야 유튜버인 김재원(22) 씨에 따르면, 그의 소득은 대기업 사원 연봉보다 몇 배 더 많다.

    “형으로 불러줄 수 있지만”

    2000년대생들은 소비 기준도 남다르다. 고려대생 승씨는 “우리 세대는 연예인이나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 편이다. 이럴 때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지대 영화과 신입생 정모(여·19) 씨는 “여러 의류 쇼핑 사이트를 비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옷을 구매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만큼 이전 세대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더 과감하게 솔직하게 표출한다. 이상적인 대학 선후배 관계에 대해 명지대 한 신입생(여·19)은 “며칠 전 학교 실습 현장에서 선배에게 부당한 일을 당한 동기를 돕기 위해 내 목소리를 냈다”며 “나이가 벼슬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한 신입생(여·19)은 “친근하게 ‘선배’나 ‘형’으로 불러줄 수는 있지만 서로 어느 정도의 선은 넘지 않으면서 예의를 지키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대생들은 ‘경제적 가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실용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보다는 ‘이익’을 더 추구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고려대 신입생 K(여·19) 씨는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접 돈을 벌어 나도 내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입생 L(19) 씨는 “남녀공학 고교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교 동문끼리의 아주 끈끈한 정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경제적 가치나 실용을 중시하는 때문인지 2000년대생들은 ‘공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대체로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을 구성한다는 이유로 4년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한 일부 한국선수들을 대표팀에서 탈락시킨 일을 납득하지 못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학 신입생 다수는 “기회의 평등과 공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를 무너뜨리는 부당한 일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몇몇 대학 신입생은 자신들을 기성세대와 현재의 중·고교생 세대의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과도기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현재의 중·고교생 세대야말로 스마트폰에 완전히 영향받은 세대라는 것이다.

    “부당한 일 납득 못해”

    중앙대 경영학부 신입생인 조모(여·19) 씨는 “우리는 급식체(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이 쓰는 문체) 세대로 넘어가는 직전 단계에 있다. 기성세대와 앞으로 올 세대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우리 세대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승씨도 “2000년생은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경험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했다. 

    유씨는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나를 브랜딩하는 특별한 요소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니까 재밌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이고 비슷한 콘텐츠를 소비하며 살기 때문에 굳이 특별한 세대로 구분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혜숙 평택대 교수는 Z세대에 대한 논문에서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라난 세대다. 유년 시절부터 모바일·SNS 환경에 노출돼 신기술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자신의 소비 활동에도 적극 활용한다.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담당 허만섭 기자) 3기 수강생이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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