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이색분석

2022년 세상이 확 바뀐다?

‘인구절벽➞실업 해소’는 낭설

  •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ljj@pi-touch.re.kr

    입력2019-04-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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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성장률도 큰 변화 없어

    • 청년인구 크게 안 줄어

    • 취업·입시 경쟁 별 차이 없어

    • “2022년 웬만해선 세상 안 바뀐다”

    한 일자리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한 일자리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2022년이 되면 세상이 확 바뀔까? “2000년대 초반 출생인구가 많이 줄었는데, 이때 출생한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는 2022년부턴 청년실업이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몇몇 여권 유력 인사의 언론 인터뷰에서 흘러나왔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이에 대해 “현재의 극심한 청년실업난을 인구 탓으로 돌리기 위해 정치권이 퍼뜨리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어떤 말이 옳을지 통계적으로 분석해봤다. 

    먼저 출생인구 감소 현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95년이다. 이해 출생자 수는 약 7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0.9% 줄었다. 이후 계속 줄다가 2000년 잠깐 늘었다. 2000년 출생자 수는 약 64만 명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2000년대 초 출생자 수 급감은 사실”

    2001년 출생자 수는 약 55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2.5% 감소해 가장 급격히 줄었다. 2002년 출생자 수도 약 49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1.3%나 대폭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는 실제 통계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출생자 수는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2018년 약 32만7000명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초반에 급격하게 출생인구가 줄어들었으니 2022년에 세상이 확 바뀐다”는 이야기는 정말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출생인구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몇 가지 지표의 현 수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인 청년 실업률이다. 2008년 청년(15~29세) 실업자는 약 31만8000명으로, 7.1%의 청년 실업률을 보였다. 10년 뒤인 2018년에는 약 40만8000명으로, 9.5%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했다. 10년 사이 청년 실업률이 2.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청년 실업률 못지않게 우리나라 부모의 속을 태우는 것은 상위권 대학 입시 경쟁률이다. 상위 17개 대학의 정원 내 기준 정시 경쟁률은 2015년 5.96대 1, 2016년 6.12대 1, 2017년 6.2대 1, 2018년 6.81대 1로 최근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자녀의 학벌에 대한 부모의 갈망이 청년들을 대학입시 전쟁으로 몰아넣는다. 

    인구가 줄면 경제성장률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였으나, 10년 뒤인 2017년에는 3.1%로 낮아졌다. 2018년 실질 GDP 성장률은 더 낮아져 2.7%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일본처럼 점차 저성장 늪으로 빠지고 있다.

    “고령자 수가 더 가파르게 늘어”

    그럼, 인구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러한 지표들은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로 인해 2022년에는 어떻게 변화될지 살펴보자. 2022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와 국제통화기금의 세계경제전망을 활용했다.

    먼저,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가 청년 인구수를 크게 줄여 2022년 청년 실업률을 큰 폭으로 낮춘다”는 가설과 관련해, 통계청의 장래인구에 대한 기본 추계에 따르면, 청년 인구(15~29세)수는 2010년 1040만2000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895만6000명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청년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2019년 현재와 2022년 사이엔 청년 인구수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 이는 <그림 2>에서 시각적으로 잘 확인된다. 

    2022년 청년 인구수는 다소 줄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고령자 인구수는 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 인구수는 2010년 약 536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0.8%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약 897만8000명으로 17.2%를 차지하게 된다. 고령자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청년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청년이 짊어져야 할 복지비용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2022년 청년들 취업도 잘되고 부담도 줄어드는 멋진 세상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2022년 이후 상위권 대학 쉽게 간다”는 말도 안 맞아

    학령인구수 변화를 살펴보자.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로 고등학교 학령인구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 2022년 대학입시 경쟁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가설은 타당할까. 고등학교 학령인구수는 2010년 약 208만4000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약 131만7000명으로 줄어든다. 2022년 이후에는 줄어드는 추세가 멈추고 130만 명대로 수렴하는 패턴을 보인다. 고등학교 학령인구수도 2019년 현재와 2022년을 비교하면, 2022년에 갑자기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2022년을 기점으로 일정 수준으로 수렴한다. “2022년 이후로 학령인구가 줄어 상위권 대학에 쉽게 가게 된다”는 말은 낭설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는 2022년 군 입대 대상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군 입대 대상자인 20~24세 인구수는 2010년 약 313만9000명에서 서서히 증가해 2016년 약 355만9000명으로 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약 305만4000명으로 줄어든다. 2027년부터는 약 230만 명대로 수렴하는 패턴을 보인다. 군 입대 대상자 수도 2019년 현재와 2022년 사이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률 변화를 살펴보자. 국제통화기금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10년 6.5%에서 2012년 2.3%로 크게 하락한 후 조금씩 등락해 2022년 2.7%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은 2% 중후반대로 수렴하는 패턴을 보인다. 경제성장률도 2022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권, 근거 없는 말 삼가야

    지난해 11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대학입시 설명회.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11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대학입시 설명회.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이러한 분석으로 볼 때,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로 2022년 청년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2000년대 초반 출생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 대학입시 경쟁률, 군 입대자 수, 경제성장률 지표가 인구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맞지만, 특정 시기의 출생인구 감소와 맞물려 반응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지표들은 인구 감소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은 “2022년 세상이 바뀐다”고 말해선 안 된다. 사회와 개인 각자가 노력하지 않으면 2022년에도 웬만해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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