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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노오력과 노력은 다르다

“얼마나 더 노오오오력 해야 하나?”

  • 신현주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 수강생(건국대 신문방송학과) marie_leo@naver.com

노오력과 노력은 다르다

  • ● 되는 일 없는 20대 처지 반영
    ● ‘취업 노오력, 좌절’ 끝없이 반복
    ● ‘가망 없는 노오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집단 아우성’ 봇물
노오력과 노력은 다르다
웅성거리던 강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너희의 메리트(장점)는 뭐니?” 갑작스레 교수가 던진 말 때문이다. 저마다 자신의 장점을 떠올려 보려고 했으나 잘 안 떠오르는지 학생들은 말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대학·스펙 안 좋고 대기업 인턴 안 하고 해외연수 안 갔다 온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너희만의 색다른 노오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얼마 전 한 대학에서 이 수업을 들은 박모(여·21) 씨는 지금도 ‘노오력’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대학·스펙 안 좋고 대기업 인턴 안 해봤고 해외라고는 입학 기념으로 친구들과 2박3일 일본 갔다 온 것이 전부인 나는 어떻게 하지?” 박씨는 “‘색다른 노오력으로 자기만의 메리트를 가지라’는 말이 내겐 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세상은 “노력과 노오력은 다르다”면서 노력이 아닌 노오력을 원한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노오력은 무엇인가? 이것은 때로는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의미한다. 때로는 ‘아무리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노력’을 가리킨다. 그래서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노오력을 ‘노력만능론’과 ‘노력무용론’이라는 두 차원으로 설명한다. 요즘 20대 상당수는 노력무용론에 가깝게 노오력을 받아들인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무엇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글에는 늘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래요’라는 댓글이 있을까요?” 

K대학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엔 아무런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다만, 그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좋아요’가 200건을 돌파했다. 노오력을 강요하는 기성세대는 ‘노력충’으로 불리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요즘 한국 사회에 드리운 노오력의 우울한 그림자를 이렇게 노래한다.



아 노력 타령 좀 그만둬
아 오그라들어 내 손발도
아 노력 노력 아 노력 노력 (※가사는 이렇지만 ‘노오오오력’으로 들린다)
아 노랗구나, 싹수가
역시 황새!
<‘뱁새’ 중>


‘취업 포기 선언’

얼마 전 페이스북에 한 젊은 여성은 동유럽 여행 사진과 함께 ‘취업 포기 선언’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가 한 노력이 쉽게 인정받는 세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원하는 노력을 할 능력도 없어 부모님께 취업 포기 선언을 하고 미친 듯이 알바를 해 돈을 모아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글에는 수천 개 댓글이 달렸다. 댓글러 상당수는 “내가 취업 포기 선언을 하면 우리 엄마아빠는 날 죽일 듯” “배포가 사내대장부다”라면서 자기 일처럼 이 글에 감정이입을 했다. 댓글러들은 “‘취업 포기 선언’이라는 단어 자체가 쾌감” “어차피 좋은 데에 취직 못 할 것 같으면, 이분처럼 알바 뛰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이라고도 했다. 이렇게 ‘가망 없는 노오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집단적 아우성’이 요즘 여기저기서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20대들은 ‘노오력’이란 말을 무시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게 돼버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8.9%에 달했다. 수많은 20대는 아무리 노오력해도 도무지 취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제 그만 내려놓자’ 체념의 속삭임?

노오력을 다룬 한 단행본.

노오력을 다룬 한 단행본.

‘노오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구직자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63%에 달했다. 취업준비생 최모(27·대구시 산격동) 씨는 “취업에 1도 진전이 없는데,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뭐라도 스펙을 더 만들어놔야 할 것 같아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늘 무거운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노력해라’ ‘더 노력해야지’ ‘네가 지금까지 한 노력을 진정한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니?’라고 한다. 얼마나 더 노오오오력 해야 하나? 이 이상은 더 못하겠다. 안 하고 싶다.” 

“맞다. 앞으로 ‘노력하라’는 말은 안 듣고 싶다. 진짜 지겹다.”


2월 모 대학을 졸업한 필자의 취업준비생 친구들이 나눈 대화다. 이들은 요즘도 도서관 열람실, 스터디그룹, 공무원시험 학원을 오가면서 여전히 노오력하고 있다. 반복되는 노오력과 좌절은 ‘의기소침’으로 이어진다. 동아일보와 KDI 공동조사(2016년)에서 우리나라의 20대는 60대보다 삶을 더 비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 재학생 김모(23·서울시 성북동) 씨는 자신의 가라앉은 심리 상태를 이렇게 설명한다.

“언제부턴가 내 성격이 시니컬해졌다. ‘내가 이걸 해냈다’ ‘나는 저걸 정말 잘할 수 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쪽팔림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영상편집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모씨는 정규직 취업 노오력을 이제 어느 정도 접었다. 그는 “방송사에서 그만 나오라고 할 때까지 이 일을 그냥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실력의 배신’이라는 책은 “왜 노오력도 실력도 배신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요즘 많은 젊은이가 이 의문에 공감한다. 몸과 마음을 다해 애쓰는 이들에게 노오력은 ‘더 힘을 내자’는 응원의 메시지일까 아니면 ‘이제 그만 내려놓자’는 체념의 속삭임일까.

※ 이 기사는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담당 허만섭 기자) 3기 수강생이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신동아 2019년 4월호

신현주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 수강생(건국대 신문방송학과) marie_l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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