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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황교안은 문재인의 대안?

‘좌파독재 맞서는 친미·기독교·반공’ 이미지 통할까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황교안은 문재인의 대안?

  •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가 자유한국당 입당 43일 만에 대표에 올랐다. 각종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에서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은 상승 추세를 보인다. 나아가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투쟁에 나섰다. 이로 인해 ‘황교안은 문재인의 대안인가?’ 하는 화두가 여의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5개 키워드로 살펴봤다.
[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1 침례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 목동 성일침례교회 성도다. 사법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 야간과정을 수료한 전도사이기도 하다. 수도침례신학교는 2006년 침례신학대학교와 통합했다. 현재 침례신학대학교는 침례교 교단의 유일한 신학 교육기관이다. 침례신학대학교의 뿌리는 미국 남침례교 교단이 1953년에 설립한 성경학원이다. 남침례교 교단은 미국의 주류를 형성한다. 

황 대표는 검사 시절에도 부임하는 검찰청마다 신우회를 조직해 이른바 직장 복음화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사 근무를 마친 뒤 목사가 되는 꿈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가지는 확인이 가능하다. 정치적 지지기반을 만들고자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한 경우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례교는 그가 정치를 하고 나아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장환 목사의 지지 활동이 눈에 띈다. 김 목사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이자 극동방송 이사장이다.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침례교 세계연맹 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서울전도대회 당시 통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빌리 김’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장환 목사와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

김 목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아예 이 전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청와대를 직접 찾아 기도해준 것은 물론 전화로도 기도를 해줬다는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김 목사가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부터 황교안 전 총리를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극동방송의 유관기관으로 알려진 극동포럼에 강사로 연이어 초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17년 서울, 2018년 제주, 부산, 대구, 동해 순이다. 강연 제목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역할’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등이었다. 일종의 전국 순회 시국 강연을 황교안에게 맡긴 것이다. 이런 것을 정치권에서는 ‘세몰이’라 한다. 



김 목사는 어떤 성향일까? 친미보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교적 배경을 보면, 그의 이런 성향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미국 단테 제일침례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 역시 남침례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미국 남침례교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이 강한 교단으로 유명하다. 그런 점에서 김장환 목사에게 황교안 대표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침례교의 복음주의를 세상에 전파할 인물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김장환 목사는 황 대표와 미국 공화당 정치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실제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9월 극동포럼에서 강연할 때, 황 대표도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이자 전도사로서 한국 침례교를 주도하는 김장환 목사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 그에게 득이 될까 아니면 실이 될까? 침례교는 기독교의 일종이므로, 기독교인들이 황교안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침례교를 매개로 ‘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점은 황교안에게 힘이 된다. 반면, 한국 개신교에선 이례적으로 침례교에 비해 장로교의 비중이 높다.


2 반공
황교안 대표에게 반공(反共)은 어떤 의미일까? 거의 종교적 신념 수준이 아닌가 한다. 침례교를 믿는다고 모두 반공 사상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남침례교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한 한국 침례교의 전도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공산주의는 당연히 배척의 대상이다. 검사 시절 그는 공안 수사의 교과서였다. ‘국가보안법 해설’이라는 책까지 썼다. 그래서 공안검사 시절 별명이 ‘미스터 국보법’이었다.


‘미스터 국보법’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29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29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소신에 따라 그는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 시절 변론에 직접 나서서 통합진보당 해산에 앞장섰다. 자유한국당 입당 직후 ‘대구 여성 정치아카데미’에 참석했을 때, 기자들이 “당내에서 ‘대여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사람이 누구냐? 그 말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반공을 국시(國是)로 여기는 것 같다.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입당 이후 당 대표로서, 혹은 당 대표 후보로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하나는 ‘좌파독재’다. 앉으나 서나 좌파독재를 외치더니 급기야 당내에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나아가 4월 3일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오만한 좌파독재를 저지하기 위해 반드시 압승을 거둬야 하는 선거”로 규정짓더니,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후보에 정점식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공천했다. 정점식은 2013년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그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인물이다. 

황교안의 노선은 황교안을 문재인의 대항마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문재인 좌파독재에 맞선 친미 기독교인’ 이미지가 이미 그려지고 있다. 문재인이 미국과 멀어지면서 북한과 가까워지고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황교안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황교안의 이미지 포지셔닝은 일부 진보진영에는 ‘낡음’ ‘공안정치’ ‘우파독재’로 비친다.


3 세모
“OX 문제로 탄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한다, 이렇게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적정한가, 사실은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해서 세모로 하려고 했습니다.” 지난 2월 20일 채널A가 개최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TV토론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해명이다. 이 발언 덕분에 황 대표는 ‘황 세모’라는 별명을 얻었다. 종교적 신념이 강고한 그다. 교회 간증 내용도 강연 내용도 단정적이다. 반공정신이 투철하다. 그런데 탄핵과 같은 결정적 대목에서 좋게 말하면 실리주의, 나쁘게 말하면 좌고우면 태도를 보이곤 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랜 관료 생활의 여파일까? 영혼 없이 살 것을 강요하는 그 관료 생활 말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그의 발언은 다소 애매모호했다. 2013년 2월 28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다. 그때, 황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사안에 따라서 찬성할 부분은 찬성하고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은 또 찬성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물쇠 황, 고구마

최 의원이 잇따라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번에는 이렇게 답했다, “제 개인적인 종교적인 신념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판단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황 대표는 세모였던 것 같다. 총리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자물쇠 황’이다. 총리가 되고 난 이후에는 늘 잘 정리된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해서 ‘고구마’란 별명이 다시 붙여졌다. 

대표가 된 이후 ‘5·18 망언 의원 징계’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원론적으로 말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장점일 때가 있다. 하지만 학습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4 대독
늘 읽는다. 여기서도 읽고 저기서도 읽는다. 총리 때도 그러더니 대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청중이 박수를 칠 시점을 간혹 놓치곤 한다. 계속 읽기만 하다가 박수 소리에 읽던 것을 멈추고 청중을 바라보고 멋쩍게 웃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 민망함을 도대체 무엇으로 메울 수 있단 말인가? 황 대표는 확실히 대중연설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고 말할 순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늘 읽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답답해 보이는 건 어떨 수 없다. 

특히 황 대표는 연설 내용조차 고구마 같다. 읽기만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절대 학습량이 부족하거나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이 모든 것일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늘 읽었지만…

돌이켜보면, 역대 대통령 모두가 국정 현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나름의 논리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해서 국정이 위기에 빠지곤 했던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IMF 구제금융 사태는 대통령이 경제에 무관심했던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에 대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정도의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탄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읽기만 하던 것을 읽지 않고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순간 국민적 관심이 식어버릴 수 있다.


5 의전
황 대표는 ‘의전총리’기도 했다. 2016년 3월 관용차를 타고 서울역 KTX 플랫폼까지 들어갔다는 논란이 있었다. 다른 총리도 그렇게 했다는 반박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일 때 대통령권한대행 명의의 기념 시계가 배포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민생 행보에 종종 나섰다. 3월 5일 서울 남대문시장 방문 때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경태, 김순례, 신보라 최고위원 등 많은 사람이 동행했다. 이런 점을 보면 의전을 덕목으로 여기는 듯하다. 

두고 보긴 해야 하지만, 의전을 중시할수록 앞으로의 선거는 의외의 고행이 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대선후보로 나선 이후 본인의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 의전 때문에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의전을 따지면 민심과 멀어진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게 ‘탈(脫)의전’이다. 표정 관리를 잘 못하는 것도 황 대표의 약점이다.




신동아 2019년 4월호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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