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구글과 GM이 싸우고 BMW와 벤츠가 손잡고

  •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

    doowoncha@kistep.re.kr

    입력2019-04-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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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웨이모, 완성차 업체들과 자율주행 협력

    • GM, 발 빠르게 자율주행 운송기업 변모 中

    • GM 크루즈에 소프트뱅크·혼다 지분 참여

    • 폴크스바겐과 포드도 자율주행차 협력

    • 자율주행차 사업에서 협력 통해 투자 부담·리스크 분산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

    2009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한 구글은 2016년 12월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 산하 12번째 사업부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전담하는 웨이모(waymo)를 설립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효율성, 접근성을 확보해 전 세계 자동차와 물류 산업을 재편하겠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내걸었다. 성장세는 가팔랐다. 2018년 10월. 웨이모는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 운행거리 1000만 마일(1609만km)을 돌파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 그룹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웨이모 자율주행 미니밴

    웨이모 자율주행 미니밴

    웨이모는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 600여 대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서 시험 운행하고 있다. 추가로 6만200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와는 럭셔리 시장을 겨냥해 SUV 전기차 아이-페이스(i-Pace) 2만 대 납품 계약을 체결해 보급형과 고급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2019년 2월에는 2017년 세계 자동차 판매 수 1위를 기록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자율주행 협력을 체결했다.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웨이모 최대 라이벌은 GM”

    GM 크루즈 오토메이션의단칸 크루즈COO, 카일 보그 크루즈CTO, 댄 암만 크루즈 CEO.(왼쪽부터) [AP=뉴시스]

    GM 크루즈 오토메이션의단칸 크루즈COO, 카일 보그 크루즈CTO, 댄 암만 크루즈 CEO.(왼쪽부터) [AP=뉴시스]

    웨이모는 공식적으로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비즈니스를 참고하면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기존 완성차 기업에서 자동차를 구입해 개조하는 식으로 자율주행 운송회사로 진화할 수 있다. 혹은 자율주행 기술을 라이선싱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 RBC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마크 매허니(Mark Mahaney)는 웨이모가 자율주행 운송회사로 진화하면 2030년 영업이익 200억 달러·기업가치 1190억 달러에 도달하고, 자율주행 라이선싱을 하는 경우 영업이익 350억 달러·기업가치 1800억 달러에 이르리라 분석했다. 웨이모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지 여부가 업계의 미래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현시점에서 웨이모의 최대 라이벌은 GM이다. GM은 기존 완성차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자율주행 운송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GM은 2016년 3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5억81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듬해 10월에는 라이다(LiDAR·3차원 공간에 사물 위치와 거리 정보를 제공하며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부품) 개발 업체 스트로브도 품어 센서 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GM 크루즈라는 명찰을 달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GM은 시장조사업체 나비간트 리서치의 2018년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 평가에서 직전 해 선두였던 포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GM 크루즈는 2018년 5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22억5000만 달러, 같은 해 10월에는 혼다에서 7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자율주행차 개발 단계에 9억 달러, 상용화 단계에 1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GM 크루즈 지분 19.6%를 확보했다. 상호 독점권은 없지만 양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7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혼다는 GM 크루즈 지분 5.7%를 확보하고 향후 12년 동안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공유 서비스를 공동 연구 개발한다.



    “예상치 못한 협력”

    소프트뱅크와 혼다의 투자로 GM 크루즈 기업 가치는 GM 기업 가치의 약 3분의 1인 146억 달러까지 커졌다. 애초 소프트뱅크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도 접촉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장 진출 계획과 규모, 기술 수준을 고려해 GM을 최종 선택했다. 2016년 12월 웨이모와 공동 개발을 선언했던 혼다는 웨이모가 요구하는 높은 비용 탓에 GM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다. GM은 라이다, 카메라, 센서 등 자율주행용 장비를 통합한 루프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브라운스톤(Brownstone) 공장과 현재 시험 운행 중인 GM 크루즈 3세대 200여 대를 조립한 미시간 오리온타운십(Orion Township) 공장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부터 4세대 자율주행차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웨이모 역시 2019년 1월 미시간주에 자율주행차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을 승인받았다. 

    완성차 업체들의 협력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2019년 2월 22일 폴크스바겐과 포드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폴크스바겐은 포드 자율주행차 핵심 기능인 가상 운전자 시스템을 개발하는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 벤처펀드에 17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17억 달러 가운데 6억 달러는 주식 인수, 나머지 11억 달러는 추가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지분은 양사가 각각 50%씩 소유한다. 투자 덕에 포드 자율주행차 핵심 조직인 아르고 에이아이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로 커졌다. 포드는 아르고 에이아이에 5년간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포함해 2023년까지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분야에 40억 달러를 투자키로 계획하고,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폴크스바겐과 손을 잡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BMW와 다임러가 레벨4 자율주행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플랫폼 개발과 공유, 협력을 통해 아키텍처를 설계해 미래 자율주행차 기술 혁신 주기를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차세대 운전자 지원 시스템 개발, 2020년대 중반까지 레벨 4 자율주행차 시장 출시 준비 완료를 목표로 한다. 

    이렇듯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및 경쟁 구도는 예상치 못한 형태로 짜여 있다. GM-혼다-소프트뱅크, 포드-폴크스바겐, BMW-다임러,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 재규어 랜드로버, 닛산-얼라이언스 등 주요 협력체, 단독 개발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도요타 등이 경쟁하는 체제로 굳어진 셈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협력을 통해 투자 부담을 줄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실패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잠재적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완성차 기업 자존심 흔들릴 만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모빌리티 서비스다. 구글은 2018년 10월 카풀 서비스 웨이즈(waze)를 미국 본토 50개 주 전체로 확대했다. 같은 해 12월 5일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변에서 유료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을 시작했다. 또 마운튼뷰(Mountain View), 서니베일(Sunnyvale), 로스앨토스(Los Altos), 팰로 앨토(Palo Alto) 주변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 발표에 앞선 2018년 3월 28일. BMW와 다임러는 모빌리티 서비스 통합도 발표했다. 다임러 모빌리티 자회사 무벨그룹(Moovel Group)과 BMW가 운영하는 카셰어링(Car-Sharing), 차량호출 전기차 충전소, 주차정보서비스, 기타 모빌리티 등 여러 관련 사업이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양사는 향후 10억 유로를 공동 투자해 세계 최대의 모빌리티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어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의 예약과 결제 등 ‘끊임없는 연결(seemless connectivity)’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면에는 우버가 있다. 2009년 혜성처럼 등장한 우버는 완성차 업체의 경쟁 대상이다. 차량공유 추세가 확산되면 자칫 완성차 업체는 차량공유 업체에 차량을 공급하는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우버의 기업 가치도 꾸준히 상승했다. 기업공개를 앞둔 현재 1200억 달러에 달해 미국 빅3를 합친 것보다 높다. 완성차 기업들의 자존심이 흔들릴 만도 하다. 

    소프트뱅크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12월 100억 달러를 투자해 우버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또 중국의 디디추싱, 인도의 올라, 동남아의 그랩, 브라질의 99 등 지역별 최대 차량공유 업체를 지배했다. 소프트뱅크가 직접 연구개발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GM크루즈 투자, 모네 테크톨로지(도요타와 만든 모빌리티 합작법인) 설립 등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향후 자율주행 택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 공유자동차 1대가 개인 소유 자동차 14대를 대체하며, 전체 이동거리의 3분의 1, 자율주행차는 이동거리의 40%를 담당할 거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수가 1억8000만 대에서 2억8000만 대로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수는 각각 2억8000만 대에서 2억 대, 2억7000만 대에서 2억1200만 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PwC는 이 기간 신차 수요는 공유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33% 증가하고, 이 가운데 55%는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유자동차 교체주기는 연간 주행거리가 5만8000km로 개인 소유 자동차 1만3200km보다 길다. 이에 교체주기가 개인 소유 자동차 17.3년보다 짧은 3.9년이다. PwC는 차량 공유와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의 공습으로 서비스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기존 완성차 업계 이익 점유율은 현재 85%에서 2030년 50%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서비타이제이션의 시대”

    이와 같이 자동차 산업의 역사적 변환점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지키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생산자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에 주안점을 둔 채 변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기업 KPMG 인터내셔널이 2019년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5개 평가 대상 국가 가운데 13위로 2018년 10위보다 세 계단 떨어졌다. 세계 5위를 지키던 자동차 생산량도 2018년 멕시코에 밀려 7위로 뒷걸음질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인 라이드 셰어링(카풀)은 불법으로 비즈니스조차 할 수 없다. 카풀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 합의가 시도됐지만, 카카오를 제외한 카풀 기업들과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타협안을 거부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변화의 동인인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산업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초기 시장이 형성됐을 때 벌어진 간극은 계속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발 주자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고 비용을 써야 한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 전략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같은 전략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예측이 적잖다. 자동차 기업의 혁신을 위해 국내외 업체들의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중재 역할도 요구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시대가 왔다. 모빌리티 산업은 자국을 테스트 베드 삼아 기술과 가치를 확인하고, 해외 사용자 경험을 반영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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