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부동산 경매전문가 안정일의 ‘하우 투 옥션’

부동산 경매 큰 장 열린다

무조건 낮은 금액으로 입찰하라!

  • 부동산 경매전문가 안정일

    입력2019-04-0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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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돈 3000만 원으로 도전하다

    • 열에 아홉이 경매 포기하는 이유

    • 경매 목표는 낙찰 아닌 수익…‘고가 낙찰’ 말짱 꽝

    • 부동산 침체기가 경매 시장엔 기회

    ‘신동아’는 4월호부터 ‘부동산 경매전문가 안정일의 하우 투 옥션’을 연재한다. 2016년 채널A ‘서민갑부-경매의 달인’으로 소개된 안정일 씨는 현재 ‘홈336(3000만원으로 시작하는 내집마련)’이라는 부동산 경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하기’ ‘손해 안 보는 안전한 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그가 서민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4년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책 한 권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34세에 14억 원을 벌었다’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필자의 나이가 나와 같았다. 당시 직장 생활 10년차에 경기도 성남에서 전세 3000만 원짜리 빌라에 살고 있던 나로서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 사람은 과연 어떻게 젊은 나이에 큰돈을 모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필자는 ‘경매’로 큰돈을 번 사람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깨달은 건 ‘경매란 손해 보지 않는 투자법’이라는 거였다. 

    당시 나는 증권사 전산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을 하도 많이 봐온 터라 당시 나는 투자 하면 ‘불확실성’과 ‘리스크’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 경험했을 것이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버티다 못해 팔면 다시 오르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 말이다. 1+1이 2가 아니라 때로는 3이 되기도 하고 10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또 반대로 –10이 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세계라는 것을 증권사 취업 후에야 알게 됐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1+1=2’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막연한 두려움에 증권사에 근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매는 왠지 달라 보였다. 처음부터 싸게 사는 투자법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건을 산 뒤 오르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싸게 사서 사자마자 바로 되팔면 그만인 것이다. 일반적인 투자는 현재가에서 장래 어느 시점에 오르길 기다렸다가 차익을 남기는 구조라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을 해야 하지만, 경매는 현재가보다 싸게 사서 곧바로 현재가로 팔아버리면 되니 위험한 거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요즘도 나에게 “경매 물건을 낙찰받았다가 안 팔리면 어떡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나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대답한다. 안 팔릴 물건은 낙찰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 팔릴 가격으로 낙찰을 받으면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매 물건은 팔 수 있는 가격에 낙찰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싸게, 하락장에서도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정말 싸게 받아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냉각기에서도 싼 물건은 팔리게 돼 있으니 말이다.



    안 팔릴 물건은 낙찰받지 마라

    위의 자료를 봐도 알 수 있지만 부동산 침체기였던 2004년, 2012년 평균 낙찰가율(매각가율)은 80% 이하인 반면 부동산 호황기라 불리는 2007년, 2018년 평균 낙찰가는 90% 이상이었다. 즉 낙찰가율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장 상승기에는 아무리 낙찰가를 높게 써내도 낙찰받기 힘들지만 침체기에는 나중에 되팔 것을 생각해 더 낮은 가격으로 낙찰가를 써내도 낙찰될 확률이 높다. 이는 곧 경매인들에게는 하락장이 오히려 낙찰받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내가 처음 경매를 시작한 2004~2005년 부동산 시장이 딱 그랬다. 요즘 유튜브나 경매 전문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매 전문가 대부분이 바로 시장 침체기인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입문한 이들이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번 그때와 비슷한 기회가 눈앞에 펼쳐지려 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신은 낙찰받지 못한다!

    경매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낙찰을 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다. 경매 법정은 언제나 입찰자들로 미어터진다. 경쟁자가 워낙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내가 처음 경매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매라는 제도가 생겨난 이래 낙찰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경매는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은 투자다. 

    처음 경매에 눈뜬 나는 그 무렵 당장 눈앞에 돈다발이 떨어질 것 같은 희망에 부풀었다. 당장 경매학원에도 등록했다. 그런데 역시나 경매 공부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나와 함께 등록한 수강생은 무려 100명이 넘었다. 그렇다면 그때 함께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이 경매와는 담을 쌓고 지낸다. 

    경매 법정에 가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사람이 정말 많구나’다. 그 많은 사람이 다 나의 경쟁자인 셈이다. 어쨌든 경매 물건을 하나 골라 입찰을 시작한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 달콤한 수익을 꿈꾸며 낮은 가격에 입찰한다. 하지만 결과는 패찰. 내가 입찰한 물건에 나만 입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보통 15명 이상이 입찰하고 그중에 나는 거의 꼴찌일 가능성이 크다. 

    2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세금 및 수리비용을 제하면 아무리 높아도 입찰금이 1억7000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중에 낙찰가가 2억 원 가까이 된다는 걸 알면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인다. 수익이 나려면 낮은 가격으로 입찰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니 낙찰이 안 되고, 낙찰을 받으려면 높은 금액으로 입찰해야 하는데 그러면 수익이 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경매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 경매를 경험하고는 ‘경매는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중도 포기해버린다. 설령 끝까지 경매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열에 아홉은 경매의 목표를 오로지 ‘낙찰’로 바꾸게 된다. 경매 법정에서 낙찰자가 지명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마치 학창 시절 선생님께 호명돼 상을 타는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낙찰받고 싶은 욕심이 커져 좀 더 높은 입찰가를 써내게 된다. 일명 ‘고가 낙찰’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어떻게든 낙찰을 받아 학원에서 배운 대로 ‘낙찰→잔금→명도→인테리어(수리)→매도’ 이렇게 한 사이클을 돌아보자. 수익은 나중에 얻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 다시는 경매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손해를 보지 않는 한 낙찰받은 물건을 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절매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다들 주식 투자에서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렇게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다. 목표 변경 없이, 원칙에 따라 낮은 가격으로 끈질기게 입찰하는 수밖에. 2016년 방송된 채널A ‘서민갑부-경매달인 안정일’ 편에도 나오듯, 나는 지난 15년간 약 100건의 물건을 낙찰받았다. 이 내용은 다음 기회에 천천히 풀어놓도록 하겠다. 

    중요한 건 다가올 시장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요즘 들어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낙찰 소식이 부쩍 자주 올라온다.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낙찰 건수가 늘어나는 느낌이다. 시장은 돌고 돈다는데 다시 예전과 같은 호황이 반복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경매 물량 늘어나는 부동산 침체기를 노려라

    필자가 처음 경매를 시작한 2004년에도 경매 물건이 많았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았다. 요즘 나오는 물량의 5~6배 정도 된다. 그래서 어쩌면 경매하기가 쉬웠는지 모른다. 

    물량이 많으니 낙찰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7년에 들어 물량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집값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면서 경매에까지 나올 물량이 없어진 탓이다. 그러다 다시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2013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부터는 다시 물량이 줄어들었다.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경매 물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에 다다른 2018년에는 2013년과 비교해 경매 물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물량이 늘어날 기미가 보인다. 갭투자, 깡통전세, 대출 규제, 금리 상승, 역전세난 등의 키워드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시장의 흐름상 상승장 다음에는 하락장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시장은 돌고 돌며 무한 상승이나 무한 하락은 있을 수 없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숨 가쁘게 오른 만큼 하락세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경매 물량은 꼭 하락장에서만 증가하는 게 아니다. 보합장만 돼도 경매 물건은 증가한다.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의 암흑기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는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는 이들이라면, 특히 경매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정일 | IT 업계에서 10년간 일하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었다. 15년에 걸친 경매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카페 ‘홈336’과 함께 경매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경매의 기본인 권리 분석부터 좋은 물건 고르는 법, 법원 입찰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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