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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親尹 당권 장악 밑그림 그리는 킹메이커 되나

다시 발톱 드러낸 장제원의 권토중래

  • 김성곤 이데일리 기자 skzero@edaily.co.kr

장제원, 親尹 당권 장악 밑그림 그리는 킹메이커 되나

  • ● 한남동 관저 만찬 후 정치 무대 전면 등장
    ● 尹 신임 재확인… 스피커로서 尹心 전달
    ● 정치적 공동운명체 尹 성공해야 미래 보장
    ● 유승민 대항마 찾기 위한 전략 구상할까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상정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상정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권토중래는 성공할까.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윤핵관의 일원이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고심하던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도운 것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 경선 승리, 대선 본선에서 네거티브 혈투를 거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막후 협상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서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다. 대통령실과 내각 인선을 주도하면서 새 정부의 청사진도 그렸다. 대선 이후 세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양정철’이 있다면 윤 대통령에게는 ‘장제원’이 있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최측근 복심이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묘하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스텝이 꼬였다. 크고 작은 악재가 반복돼 책임론이 불거졌다. 윤핵관의 과잉 충성과 헛발질이 오히려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의원은 고심 끝에 2선 후퇴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장 의원이 주요 현안에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차기 전당대회와 제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이 장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 의원에 언행을 들여다보면 윤심(尹心)이 보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장 의원에 덧씌워진 윤핵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이준석 파동 여론 악화에 2선 후퇴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책임을 느낀다.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

2022년 8월 말, 장 의원의 2선 후퇴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장 의원은 국회 상임위와 지역구(부산 사상) 활동에만 전념할 것을 선언하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사실상 중앙 정치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신문과 뉴스에서조차 이름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부 파워 게임에 밀렸다는 억측이 나왔다. 검찰 및 기획재정부 출신 연합군의 견제에 패배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고강도 감찰로 비서관·행정관 수십 명이 짐을 싼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이후 기형적 지도 체제를 유지해 왔다.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에도 이준석 전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당 안팎을 흔들었다.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초 레임덕’까지 겪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초반 광우병 시위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와 유사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 환경 악화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와 여권의 내분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의 위기는 날로 극심해졌다. 윤리위 징계에 반발한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윤핵관이 윤심(尹心)을 앞세워 당을 좌지우지한다고 몰아세웠다.

친윤이 주도해 온 이준석 사태는 매끄러운 수습은커녕 법적 시비로까지 이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당의 내홍을 만천하에 드러내 윤 대통령도 체면을 구겼다. 사태 수습과 국면 전환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여론 지형도 무시 못 할 요소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은 73%(8월 25일 엠브레인퍼블릭)에 달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한창 권력을 누렸어야 할 장 의원은 스스로 읍참마속을 선택했다. 장 의원의 2선 후퇴 이후 윤핵관 그룹 역시 자세를 낮추고 로키(low key) 행보로 일관했다.

尹 위기 극복 위해 구원투수 등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 부적절하다.”(당 지도부의 수도권·MZ세대 대표론 비판) “이상민 장관의 책임부터 묻고 탄핵을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민주당은 이제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이상민 탄핵 정치쇼’를 종영해야 할 것이다.”(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탄핵론 비판, 12월 7일 페이스북)

장 의원은 최근 소리 소문 없이 여의도 정치 정중앙 무대에 복귀했다. 이태원 참사 후폭풍 극복과 윤 대통령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한남동 관저 만찬 이후 장 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2선 후퇴를 선언한 지 약 100일 만에 키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은 것은 물론 친윤계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 출범에도 참여했다. 한동안 현안에 말을 아끼던 것과 정반대였다. 용산 대통령실의 기류를 여의도에 정확히 전달하면서 윤 대통령의 스피커를 자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한 공개 비판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불가론이 대표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라는 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가신 개념이 있었는데 3김 이후 사라졌다.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다. 전략적 동맹관계”라고 규정했다. 다만 “장 의원의 경우 윤핵관 이미지가 강해지면 향후 자기 정치를 하기 힘들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정치적 홀로서기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정부 시절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나 문재인 정부 시절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주군인 대통령을 위한 참모형 전략가였던 데 반해 장 의원은 현역 중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여권 최고 실세로서 다시 기지개를 켰다. 장 의원의 2선 후퇴는 윤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전략적 후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장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대선캠프 상황실장으로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다가 아들 문제로 잠깐 물러난 뒤 단일화 막후 주역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복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의 불도저 스타일인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직면한 난국을 타개할 최측근이다. 야당 또는 언론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 맷집과 전투력, 판을 읽고 뒤흔드는 전략가로서의 스타일을 두루 갖췄다.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윤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 운영은 필수조건이다. 이 때문에 장 의원의 정치 무대 전면 등장은 윤 대통령의 끈끈한 신임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장 의원의 관계는 여의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와는 달리 실제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며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스피커 이상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한다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2022년 9월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고 귀엣말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장 의원을 격려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23일 윤 대통령이 윤핵관 4인방으로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과 부부동반으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것도 상징적이다. 윤 대통령이 여전히 윤핵관 그룹을 신뢰한다는 징표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 복심의 완전한 2선 후퇴는 없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역시 “장 의원은 표면적으로 2선 후퇴였을 뿐 수면 아래서는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다 해왔다”며 “윤 대통령의 신임 여부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親尹 당권 장악 위한 밑그림 그린다?

장 의원의 정치적 보폭은 국민의힘 내부 정치 지형과도 맞닿아 있다. 친윤(親尹) 대 비윤(非尹)의 파워 게임 전초전의 불꽃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 성격의 임시 지도부다. 차기 전대를 통해 구성되는 새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2·3년차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총선 공천과 승리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게 된다.

윤 대통령과 장 의원은 사실상 정치적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비윤 그룹이 차기 당권을 장악하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싫은 악몽이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끝없는 ‘내부 총질’ 탓에 취임 100일을 허비했다는 뼈아픈 자성이 있다. 사실상의 대선 불복 상태에서 현 정부의 발목을 잡아온 민주당을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면서 윤 대통령을 정조준해 온 비윤 세력의 당권 장악만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의 임기 중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차기 전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노(非盧)·반노(反盧)가 득세한 임기 중반 이후 사실상의 레임덕에 시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한나라당의 당권을 좌지우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위상이 약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중반 이후 비박계의 부상에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국정농단과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겪었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말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면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물러났다. 당권을 확고하게 장악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윤의 당권 장악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추세를 고려하면 친윤 대 비윤 파워 게임 자체는 성립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역시 “현재 국민의힘에는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 친이 대 친박과 같은 세력으로서의 계파 갈등은 없다”고 평했다.

문제는 마땅한 친윤 주자가 없다는 대안 부재 상황이다. 오죽하면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한동훈 법무장관 차출설마저 등장할 정도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유승민 전 의원의 대항마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은 당원 지지도가 낮아 이변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몸을 낮춘 이준석 전 대표가 청년당원을 대거 확보해 전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친윤계의 발걸음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친윤 후보 단일화가 뜨는 이유다. 경우에 따라 장 의원이 친윤의 당권 장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킹메이커로 활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연 장 의원이 이러한 전략을 구상하고 실현해 낼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과 장 의원의 정치적 돌파력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반면 이준석 파동 당시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제한적 효과에 그치리라는 의견도 있다. 최진 소장은 국민의힘 전대 국면에서 장 의원의 행보와 관련해 “역대 어느 대통령이든 최측근 친위 부대는 반드시 있었고 필요했다. 윤석열 정부는 특별한 계파가 없는 가운데 윤핵관이 그나마 최측근이다. 장 의원의 정치적 미래는 윤 대통령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한 로열티뿐만 아니라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게 대통령도 돕고 본인도 사는 일석이조의 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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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3년 1월호

김성곤 이데일리 기자 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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