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10개월 이동평균 기준 삼아 상승·하락장 구분하라

[구루의 투자법] ‘하락장서 진가’ 미베인 파버의 추세추종 전략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3-01-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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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승장엔 공격 투자, 하락장엔 안전자산 보유

    • 서서히 떨어지는 구간에 팔면 급락 면할 수 있어

    • 다섯 개 자산 가격 10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매수·매도

    • 50년간 최대 손실 11.4%, 하락장에 진가 발휘





    [Gettyimage]

    [Gettyimage]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의 권위 있는 투자자 미베인 파버(Mebane Faber)의 ‘추세추종 전략’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받은 논문을 쓴 인물이자 미국의 대형 투자회사 케임브리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Cambria Investment Management)의 설립자다.

    내가 18년 동안 투자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룰은 “상승장에는 열심히 주식에 투자해 크게 벌고, 하락장에는 투자를 쉬고 안전자산을 보유하며 다음 상승장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2020~2022년 투자자들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고 짐작된다. 상승장에서는 거의 모든 주식이 올랐고, 하락장에서는 거의 모든 주식이 하락했다. 따라서 상승장에 투자하는 것이 성공률을 몇 배나 높이는 방법이다.

    이 말을 들은 투자자 대부분은 “누가 그걸 누가 모르나? 상승장과 하락장을 어떻게 구분하란 말인가?”라고 질문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파버가 알려준다.



    추세추종과 10개월 이동평균

    파버는 원래 애널리스트였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과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학위 과정을 시작하기 전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워싱턴에서 1년간 바이오기업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이후 파버는 점차 퀀트 투자에 빠졌고, 급기야 케임브리아 투자운용이라는 회사를 차려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개인투자자들이 GTAA(Global Tactical Asset Allocation·글로벌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ETF도 만들었다.

    파버가 발표한 여러 논문은 글로벌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6년 처음 공개하고 2013년 업데이트한 ‘동적자산배분에 대한 계량적 접근(A Quantitative Approach to Tactical Asset Allocation)’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논문으로 기록됐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까.

    그는 이 논문 서두에서 ‘투자자들이 1900년부터 2011년까지 글로벌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 인플레이션을 제외하고도 연 복리 4.6%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밝힌다. 높은 수익률이 아닌 것 같지만, 복리 효과를 노리고 글로벌 주식에 투자한 사람의 경우 110년 동안 부를 140배 증가시킬 수 있는 수치다.

    실전에서 저 정도의 수익을 낸 사람 또는 기관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나마 성공한 미국 주식도 1930년대 초 90%(!)나 하락했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주식시장은 공산화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았다(이는 투자자들이 100% 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일본, 독일에 투자한 투자자도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100% 손실을 경험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 주식시장이 살아남아 있는 국가들에서도 90% 이상의 손실을 봤다.

    이런 스트레스를 투자자가 온전하게 버티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 요즘은 ‘존버’라고도 일컫는다)’는 대부분 투자자가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은 자산의 현재 가격과 10개월 이동평균(Moving Average)을 비교하는 것이다. 또 상승장과 하락장을 구분하는 기준이 중요한데, 파버는 당시 중장기 투자자들이 실전에서 많이 애용하는 ‘200일 이동평균(10개월 이동평균과 동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높으면 상승장으로 간주, 자산 보유
     ·현재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낮으면 하락장으로 간주, 현금 보유

    이 룰을 미국 주식시장에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회색 선은 ‘10개월 이동평균 전략’을 취했을 때의 수익을 표시한 그래프다. 당시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높으면 SPY(S&P500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보유하고,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낮으면 SPY를 팔고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취했을 때의 수익을 나타낸다. 검은색 선은 SPY를 1994년 매수한 뒤 아무런 전략을 취하지 않고 28년 동안 보유한 수익이다.

    미국 지수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 것은 맞다. 이 기간의 연 복리 수익률은 9.59%이다. 그러나 S&P500도 2000~2002년 -44.7%, 2008~2009년 -50.8%의 대규모 손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022년 1~9월에도 손실은 -23.9%였다.

    반대로 10개월 이동평균 전략의 1994~2022년 총 수익은 S&P의 매수 및 보유했을 때와 비슷했으나(연 복리 수익률 9.97%), 최대 손실은 16.6%에 불과했다! 1994년부터 아시아, 러시아 위기, IT 버블 붕괴, 금융위기, 재정위기,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위기가 있었는데도 이 전략은 최악의 경우에도 겨우(?) -16% 정도만 기록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상승장 직후 역V 패턴으로 곧바로 다시 수직 하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고점 근처에서 횡보하다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해 마지막 순간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2002년, 2008~2009년 대하락장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떨어지는 구간’의 가격은 10개월 이동평균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팔면 급락 구간을 거의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에서 보듯 10개월 이동평균 전략은 2000~2002년과 2008~2009년, 2022년 하락장에서 현금을 보유하며 주식시장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점선 네모 구간)

    글로벌 동적자산배분(GATT) 전략의 탄생

    파버는 논문에서 이 이론을 조금 더 발전시켰다. 그는 전략을 ‘글로벌 동적자산배분(Global Tactical Asset Allocation·GTAA)’이라고 명명했다. 전략의 룰은 아래와 같다.

    매우 간단한 전략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섯 개 자산으로 배분하되, 각 자산의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높으면 그 자산을 매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도 후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이다. 매월 말 자산의 가격과 10개월 이동평균을 계산하고 필요 시 매수/매도를 실시한다.

    이렇게 자산배분을 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을 사고파는, 즉 ‘움직이는’ 자산배분을 ‘전술적 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 또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동적자산배분’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가 저 5개 ETF에 투자하고 매수+보유를 했다면 2008년 46% 정도 손실이 발생했으며, 그 외에도 2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구간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런데 GTAA 전략은?

    위 도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50년 동안 최대 손실이 겨우 11.4%에 불과했다! 10개월 이동평균이 매우 위력적인 상승장/하락장 구분 도구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이 전략이 실전 투자에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① 이 전략을 그대로 사용해도 15%가 넘어가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작다.

    ② 우리가 개별주를 살 때도 지수의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높은지 꼭 확인해 보자. 만약 그렇다면 상승장으로 가정하고 내가 사고 싶은 주식에 투자하자.

    ③ 반대로, 지수의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보다 낮으면 하락장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 굳이 이 시기에 주식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락장에는 모든 주식이 다 같이 떨어지는데? 지수의 가격이 200일 이동평균보다 높아졌을 때 진입해도 늦지 않다!

    이번에 소개한 GTAA 전략의 아쉬운 점은 최대 손실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연 복리 수익률도 9% 정도였다. 즉 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내지 못했다. 다음 시간부터는 초과수익도 내고 최대 손실을 제한하는 전략을 알아보겠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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