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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交 좌표, 미국에 더 가깝되 민주 vs 전제 최전선 서지는 말라

  •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총장·前 駐러시아 대사

外交 좌표, 미국에 더 가깝되 민주 vs 전제 최전선 서지는 말라

  • ● 對美 공조 집중하다 북·중·러 동시에 돌려세워서는 안 돼
    ● 대북 억제력 강화하면서도 남북관계 악순환 막아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 첫해를 넘겼다. 그동안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큰 줄거리가 드러났다. 전 정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과 강화된 한미동맹이 특징이다. 미·중, 미·러 사이에서 미국에 크게 경도되는 정책도 주목된다. 새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안보협력, 공급망,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역대 정부가 모호하게 대처하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과 공조를 강화했다. 자유, 인권 같은 가치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질서는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구조적 변화의 와중에 있었다. 지속되던 미·중 대립은 시진핑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첨예화했다. 시진핑의 중국이 공세적으로 중국의 관점을 투사하려고 하자 미국도 중국 견제 노력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의 민주(Democracy)와 중·러의 전제(Autocracy) 간 대립으로 간주했다. 고립된 러시아는 중국과 연대를 더욱 중시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주권국가 침공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내심 대미 대결의 주요 파트너인 러시아의 패퇴를 우려한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은 서방 대 중·러 간 진영 대립을 심화했다.

美, 한국에 더 많은 역할 주문

미·중, 미·러 대립 과정에서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던 미국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선회를 크게 반기면서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이 대화를 단절하고 핵 및 미사일 도발로 치닫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도 다지지 않을 수 없다. 국제질서가 서방과 중·러 간 진영 구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이자 무역대국으로서 서방과 정치·경제·기술·가치 측면에서 깊은 연계 속에 있는 한국이 중립적 위치에 있기는 어려우며 미국과 공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 인권 등 가치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가 지나치게 가치중립적이었으므로 좀 더 가치를 내세우는 선진 외교를 지향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그 길로 갈 경우 북·중·러로부터 강한 반작용이 불가피할 터인데,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일 것이다. 자칫하면 우리와 북·중·러 간 대립이 심화돼 외교가 작동할 공간이 대폭 축소될 소지가 있다. 그러면 한반도에서 비핵, 평화, 통일을 도모할 여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냉전 시기의 한국 외교가 그랬다. 당시 한국은 진영 대결의 최전선에서 북·중·러와 단절돼 있었다. 21세기 한국 외교가 그 길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도발 수위를 극적으로 높였다. 한미의 대증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의 대미 경사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한국이 해야 할 조치라며 주권침해 소지가 있는 5개 항의 응당 조치를 요구했다. 중국은 새 정부의 정책 노선이 수교 이래 중국에 가장 멀고 미국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 처지에서는 최근 30년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견인해 항상 중국을 의식하고 배려하도록 ‘길들여’ 놓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와 이 성과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시진핑 3연임 작업이 마무리됐으니 한국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이 국제제재에 동참하자 한국을 비우호적 행위를 하는 나라의 카테고리에 포함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한러 관계가 파탄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북·중·러발(發) 반작용이 예상되니 한국으로서는 미일 등 주류 국제사회와 함께하면서도, 별도로 북·중·러와 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려면 첫째, 북한에 대해 억제력을 강화하되 남북이 강대강의 악순환에 매몰되지 않도록 절도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이 상호 확증편향에 따라 극한 대립의 길을 갈 우려가 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외교가 작동할 공간을 마련하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고, 장래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둘째, 우리가 미·중, 미러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미국에 기울고, 어느 정도로 중러와 거리를 두는 것이 최적인지를 고심해 우리가 설 좌표와 나갈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좌표가 없으면 한쪽으로 끝없이 기울거나, 오락가락할 수 있다. 동맹인 미국에 더 가깝되, 지정학적, 지경학적 영향이 큰 중·러와의 관계도 감안한 좌표와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정책에 일관성, 예측 및 지속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미·중·러는 우리에 대한 기대수위를 조정하게 될 것이다.

이런 좌표를 기초로 한국은 서방과 행동의 궤를 함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온건한 태도로 중러에 대한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적어도 자신의 공통 이해이기도 한 한반도 비핵 평화에 대해서는 서울과 협력할 의지를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견제하는 데 보조를 같이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대러 정책이 미국과 영국의 대러 정책과 똑같지는 않다. 프랑스와 독일은 원칙에서는 미국과 함께하면서도, 운용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러 자세를 취한다. 이를 기초로 러시아와 소통하며 필요 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대중·대러 정책도 큰 틀에서 미·일과 같지만, 미·일의 정책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치 외교도 과유불급

셋째, 우리의 대미·대일 정책이 북·중·러를 일거에 결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시도는 중·러도 지지하지 않는 일이므로 북한과 중·러 사이의 견해차가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도 똑같은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중국보다 핵 비확산 명분을 더 중시하고 한반도에 대해 중국과 다소 다른 지정학적·지경학적 이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러를 차별화하는 것이 좋다. 강성 대북정책과 대미 공조에 집중하다가 북·중·러를 한꺼번에 돌려세우지는 말아야 한다.

넷째, 가치 외교도 과유불급이다. 가치 외교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불분명한 데다가 국민 정서도 그리 가치 지향적이 아닌 상황에서, 지나친 가치 외교 레토릭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벌써 대만, 신장위구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적절한 수위의 가치 외교를 표방하고 이를 행동으로 지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이런 모든 대처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국내적으로 국론이 결집돼야 하니 외교안보 사안에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 동맹, 중국, 러시아, 일본 문제에 관해서 야당과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 여야는 첨예한 대결 속에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지지도하에 있는 정부의 대외 행보가 힘을 받을 개연성은 적다. 정부가 나서서 초당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

아마도 새해에는 북·중·러발(發) 반작용이 밀려올 것이다. 정부가 이 파고에 잘 대처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어렵거나 내키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신동아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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