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기업 화제

세계 1위 한화큐셀 폭풍 성장

新기후체제 이끄는 태양광 발전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02-22 14: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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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000억 원대 영업이익 예상
    • 태양광 모듈 생산원가 70% 하락
    지난해 12월 12일 유엔 파리 기후협약이 채택되면서 친환경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신기원이 열렸다. 한화큐셀(대표이사 남성우) 등 에너지 신사업에 투자해온 기업들은 변화한 비즈니스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은 글로벌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다 신기술 개발로 생산원가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은 약 58GW로 지난해(44GW)보다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의 20GW와 비교하면 시장이 2.9배로 확대된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 태양광 제품의 수급 불균형 해소 등 친환경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며, 태양광 회사의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신(新)기후변화체제에 적극 참여키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이번 유엔 기후협약에서 2030년 예상 배출량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온실가스 배출제한이 엄격해지면 석탄과 가스 발전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그 반사이익을 신재생 에너지산업이 누릴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산업에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미국의 ITC(투자세액공제)도 2022년까지 연장돼 미국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에는 올해 말까지 30%를 유지하되 2017년 이후 10%로 축소할 계획이었다. 바뀐 ITC는 2019년까지 30%, 2020년까지 26%, 2021년까지 22%, 2022년 이후 10%다. 셀(태양 빛을 흡수하는 전지) 생산량 기준 글로벌 1위 기업인 한화큐셀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는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처지다.



    다결정 셀 양산 성공

    그동안 태양광업계의 화두는 생산원가 낮추기였다. 친환경 에너지이지만 생산효율이 떨어져 비즈니스로서의 매력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로 생산원가가 급락하고 있다. 최근 6년 사이 태양광 모듈 생산원가는 약 70% 하락해 충분한 경제성을 갖췄다. 태양광 전력 생산비용이 혁신적으로 줄고 있어 저유가 국면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생산원가 하락은 셀 효율의 상승에 따른 것. 일반적인 BSF(뒷면 전기장) 셀 효율이 향상됐고 새로운 PERC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셀도 상용화하고 있다. PERC는 셀 후면에 방지막을 추가해 출력 손실을 방지하고 셀 내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한화큐셀은 PERC 셀 기술을 적용해 최초로 다결정 셀 양산에 성공했다. PERC 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한화큐셀의 퀀텀(Q.ANTUM) 기술은 BSF 단결정 셀 제품에 준하는 출력을 낼 수 있는 다결정 셀 제품이다. 셀 전환효율이 19.5%로 높은 데다 다결정 제품이라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다.
    이런 환경에서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약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태양광 사업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화그룹으로선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2월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로 통합하면서 셀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 태양광 회사로 거듭났다.
    한화큐셀의 성과가 두드러진 건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분기 최대 기록인 4억2720만 달러(4938억 원)를 기록하면서부터. 2분기 대비 26.4%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9.4%, 12.3% 늘어 4030만 달러(466억 원)와 5240만 달러(606억 원)를 기록했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탄 것. 합병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 마무리뿐 아니라 한국·말레이시아·중국 생산법인의 라인 자동화, 지속적인 공정 개선, 고효율 셀 양산에 따른 제조원가 하락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화큐셀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1.5GW에 이르는 태양광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약 250만 명)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넥스트에라는 한화큐셀로부터 공급받는 모듈 전량을 미국 내에 건설할 자체 태양광 발전소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큐셀과 넥스트에라는 2017년 이후 넥스트에라가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도 한화큐셀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올여름부터 우선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한화큐셀은 넥스트에라로부터 2015년 5월 4851억 원의 선수금을 받았다. 올 1분기에는 총 5.2GW의 셀 생산량을 보유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한화큐셀은 지난해 10월 미국 오스틴 에너지와 PPA(전력 구매계약)를 체결했다. 한화큐셀USA는 텍사스 주에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부지(580만㎡)를 확보하고 17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오스틴 에너지에 판매하게 된다. 2017년 말까지 발전소 건설을 완료해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기술력 인정

    신흥국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한화큐셀은 인도 신재생 에너지 회사인 리뉴파워와 공동으로 인도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인도 중부 텔랑가나 주 2개 지역에 148.8MW 규모의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인도 아다니그룹과는 70MW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모듈은 아다니그룹이 올해 2월까지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전량 사용된다.
    한화큐셀의 기술력과 추진력은 해외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9월 30일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 상(환경부문)을 받은 것이 일례다. 한화큐셀USA는 2014년 4월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 지역에 10.9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는데, 이곳은 미국 연방환경청(USEPA)이 지정한 환경오염부지였다. 환경 개선 작업이 완료된 이후 모니터 대상 지역이던 이곳에 친환경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다.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독일 태양광 산업대전 2015’에서 한화큐셀은 모듈 제조 혁신상을 받았다. 태양광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2개월 동안 진행한 온라인 투표에서 한화큐셀 큐플러스(Q.PLUS) 제품이 모듈 제조혁신 부문 1위에 오른 것. 이 제품은 셀 후면의 보호막으로 유해환경을 차단하고 반사판을 통해 재발전하는 퀀텀 테크놀러지를 적용한 태양광 모듈이다.
    한화큐셀재팬은 지난해 10월 일본 태양광업계 선두업체인 교세라와 태양광 관련 기술에 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교세라는 이전에 한화 측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취하했다. 김종서 한화큐셀재팬 대표는 “일본 신재생 에너지의 중심인 태양광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교세라사와의 협력은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탄소 사회로 가는 여정에서 태양광 발전의 역할을 크게 부각한 파리협약에선 지구 기온 상승 1.5도 이내 유지, 5년마다 이행점검,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 설립, 선진국의 연간 100조원 이상 재정지원 등을 핵심 항목으로 담았다. 삼정KPMG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 탈피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의 탄소 규제나 저탄소지원책 확산으로 INDC 지속적 상향 압력 △선진국 재정 지원과 개도국 시장 기회(구글과 애플의 전기차 비즈니스 진출 등) △국제 탄소시장 형성 등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위기 아닌 기회”

    국내에서도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신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연간 100조 원 시장을 만들기 위해 20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수출산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설비투자, M&A, 지분인수 등의 투자 결정에 탄소가격을 고려해야 하고,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기후변화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며 “한국의 CO₂ 배출량 중 40%를 차지하는 게 발전분야인데 화석연료 위주의 대규모 발전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는 가정용 냉장고처럼 보편화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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