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특집 | 朴의 전쟁

“유승민, ‘권력 탄압받는 피해자’ 전략 쓰고 있다”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 直說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 song@yeongnam.com

    입력2016-03-07 14: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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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대통령 ‘견제 과잉’ 시달려”
    • “대구·경북 민심은 대통령 돕기”
    • 친박 정종섭 “‘대통령 팔지 말자’ 했는데 ‘완장 찬 진박’ 오도”
    대구에서 출마하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은 1월 20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은 이들의 바람과 다르게 ‘진박(眞朴, 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 논란으로, ‘짐박’ ‘잡박’ 풍자로 흘러갔다.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이 이들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를 두고도 새누리당 내 비박계는 “진박 감별”이라고 비꼬았다. ‘배신의 정치’ 심판 대상으로 지목돼온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그의 측근인 대구지역 의원들은 이후 여론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며 진박 후보들을 따돌렸다.
    ‘진박 논란이 확산되느냐, 아니면 진정되느냐’는 새누리당 공천과 총선 본선의 판세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가 됐다. 최경환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의 헌법 발언과 그 이후 행보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을 주도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이야기를 듣고 원내대표 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일갈했다. 



    “여, 야, 언론, 시민단체 모두…”

    최 의원은 “유 의원의 헌법 발언은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아 저항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에 탄압받는 거니까 나를 좀 구해달라’ 이런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지 북한의 인민공화국이 아니지 않으냐”라고 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의 입에서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부분에 대해 유 의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다 할 설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원내대표가 (유 의원처럼) 개인적으로 잘못해서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원내에서 뭐가 잘못돼서 그만두는 것 아닌가요? (유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 같은데, 자기 정치를 잘하는 것 같진 않아요. 인정할 것은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어요. ‘왜 저렇게 하는 걸까…’ 싶어서.”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견제 과잉’에 시달린다고 했다. 여당까지 박 대통령을 견제하겠다고 나서면 박 대통령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최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여당과 정부의 관계는 이중적이죠. 우리 여당은 함께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니 같은 집권세력으로서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게 도와야 해요. 동시에 여당은 삼권분립하에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전

    자를 간과하고 후자를 지나치게 강조해요. 여당이 견제하지 않아도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주변에 넘쳐납니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막무가내로 견제하고 있지 않나요? 언론과 시민단체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견제 과잉’이 오히려 문제라고 봐요.”
    그는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의 민심은 ‘대통령을 조금 도와줘서 일을 하게 하자’인 것 같다. 시민들에게 도리를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 사람들이 온 지 얼마나 됐나. (몇 년째 지역구를 다진) 의원들과 바로 비교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알아야 지지를 하든지 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두 군데 빼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진박) 역풍이 분다는데, 한 지역구에서 한 후보가 좋아지면 다른 후보들이 손해 본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악의적으로 ‘진박’ 낙인”

    최경환 의원과 행보를 함께해온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은 전화 인터뷰에서 “1월 20일 (조찬 모임에 참석한 대구 출마자) 여섯 명이 ‘대통령 이름 팔지 말자’ ‘대통령 마케팅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진박이 완장 차고 기고만장하게 세(勢) 과시한다’고 오도되더라. 우리로선 좀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진박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진박이니 친박이니 이런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 진박도 친박도 아니면 뭔가요.
    “이 정부와 한 몸이죠. 내가 교수(서울대 법대) 시절 꿈꿔온 ‘국민을 섬기는 전자정부’라든지, 이런 생각과 이 정부의 국정철학이 일치해요. 나는 장관 때 옆에서 박 대통령을 잘 모셨고 앞으로 이분이 임기를 다할 때까지 이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자 해요. 그런데 누군가가 ‘진박’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악의적으로 낙인찍고 퍼뜨리고….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나 봐요.”
    ▼ 왜 대구에서 출마합니까.
    “궤도에서 이탈한 진박 논란으로 대구 현역 의원들이 오히려 피해자로 비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그분들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앞으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봐요. 중요한 국정 현안이 터져도 늘 침묵하고 뒤로 빠지는 의원은 좋은 의원이 아닙니다. 이런 분들은 ‘대신 지역 발전에 매진했다’고 말하지만, 지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의문이죠. 저는 박 대통령의 개혁을 입법화하는 일, 대구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일, 이 두 가지 모두에 총력을 쏟으려고 출마했어요. 대구 총선의 어젠다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누가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느냐’가 돼야 합니다. 저는 제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러나 진박 논란이 쉽게 진화될 것 같지는 않다.  ‘MB(이명박)맨’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새누리당 대구 북구을 예비후보)은 2월 14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진박 마케팅으로 대구 선거는 진흙탕이 됐다. 최경환 의원은 당장 진박 논란을 중단하고 대구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회견 직후 김두우 전 수석과 따로 대화를 나눴다.



    진박이냐, 진진박이냐

    ▼ 요즘 대구 시민을 많이 만날 텐데, 진박 논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명함 드리면 주민들이 물어요. ‘진박입니까’ ‘진진박(진짜 진실한 친박근혜)입니까’라고요.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놀리는 거죠.”
    ▼ 대구는 전략공천보다는 상향식 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까.
    “아마 대구 현역 의원들은 경선을 원하겠죠. 이 사람들이 진박 논란 때문에 이득을 본 측면이 있거든요. 진박 논란이 아니었으면 공천받기 어려웠을 몇몇 사람이 분명히 반사이익을 얻은 것 같아요.”
    ▼ 당사자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그걸 회수할 수도 없고. 허허. 사람들은 진박 논란을 더 싫어하나 봐요.”
    대구 의원 몇몇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민감한 현안엔 자기 실명을 걸고 나서지 않는 편이다. 유승민 국회법 파동 때도 유승민 지지 서명을 하기에 “실명으로 한 말씀 해달라”고 하니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이들은 안 좋을 때나 좋을 때나 한결같이 존재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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