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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드 철수’ 요구… “노력은 해야” 남북대화… “美 허락 불필요” 〈문정인 대통령특보〉

시계(視界) 제로 ‘문재인 외교’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시진핑 ‘사드 철수’ 요구… “노력은 해야” 남북대화… “美 허락 불필요” 〈문정인 대통령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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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드 환경영향평가 법대로”
  • ● “남북 정상회담 이르면 이를수록 좋아”
  • ● “북·중 혈맹, 뭐가 이상한가?”
  • ● “文, ‘B-’ 학점” <김종대 의원>
  • ● “최악의 갈지(之)자 정상외교” <외교소식통>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핵·미사일’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국제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한국의 5년 진로’를 제시했다. ‘문재인 외교’는 옳은 방향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일까?



두 마리의 토끼

국민은 문재인 외교와 관련해 ‘뉴스의 홍수’에 빠져 있다. 그래서 판단력이 마비될 지경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지엽적 내용들로부터 ‘사실관계의 큰 줄기’를 분리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이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았다는 점이 확인된다. 하나는 ‘북한과의 대화’고,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의 강화’다.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의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한미정상 성명’에 포함시켰다. 고무된 그는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남북 관계를 주도하겠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이어, 북한에 한층 유연해진 내용의 베를린선언(흡수통일 배제, 북한 체제 보장, 평화협정 체결, 경제공동체 추진)을 내놓았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지도부에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갖고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중단시켰고 1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르는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불필요한 절차를 왜 밟는가?”라면서 불만과 의구심을 표출해왔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이를 진정시켰다. 이어 문 대통령은 G20 회의에선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적지 않은 국내 언론은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지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외교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와는 다른 논조의 반응도 감지된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은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사드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더 강화됐다. 짐은 더 무거워졌고 상황은 더 꼬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귀국 후 국가원수로선 이례적으로 “우리에겐 북핵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이제 진보·보수 진영 모두에선 문재인 외교에 대해 “어정쩡하다” “명분도 실리도 잃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진보 쪽에선 “자주외교의 명분을 잃고 있다”는 게 불만이다. 보수 쪽에선 “태도가 애매하다. 이로 인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미FTA 조기 재협상을 초래하는 등 실리를 잃고 있다”고 본다. 

시계(視界) 제로 상태인 문재인 외교와 관련해 ‘신동아’는 대통령 측근(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진보 성향 외교안보 전문가(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보수 성향 외교안보 전문가(대미외교 소식통)의 견해를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문재인 외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차별화된 시각과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는 문재인 외교가 ‘어둠을 걷어낼 희망의 빛’인지 ‘더 어둡게 할 암운’인지 판단할 단초를 제공한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문 대통령이 남북 당국자 간 접촉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현안을 풀어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7월 13일 기자에게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평화구상(新베를린선언)이라는 대화 메시지를 제시했으니까, 북한이 이에 화답할 차례”라고 했다. 남북 접촉 방식과 관련해 문 특보는 “대북 특사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고 하여튼 뭐든 간에 당국자 간 비공식 접촉 같은 게 있어야겠지”라고 했다.




“내곡동에서 준비까지 해야”

궁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까지 가면 좋겠다는?
“물론이지. 그런데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하니까(남북 당국자 간 사전 접촉이 필요하다는 의미임).”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도. 정상회담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겠지만, 여건이 형성되어야 하고 정상회담을 하면 성공해야 하므로 남북 간 사전 조율이 잘되어야겠죠.”

대북 특사와 비공식 접촉은 어떻게 다른가요?
“특사는 만천하에 드러나죠. 비밀리에 특사 보내는 건 쉽지 않겠죠. 내곡동(국가정보원)에서 비공식 접촉을 통해 특사 가는 것을 준비까지 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특사 보내겠다고 해서 이북에서 덥석 받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가 지금 북한과의 직통전화도 없고 휴전선에서 확성기로 북한과 소통하는 입장이니까. 우리 통일부 장관도 이야기했지만, 남북한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빨리 확립해야겠죠.”

들리는 이야기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에 대북 특사를 먼저 북한에 보내는 문제가 청와대에서 논의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노코멘트.”

문 특보의 아이디어 같다고 하던데….
“그건 나뿐만 아니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죠.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고민도 이해가 될 거예요. 문 대통령이 후보 때 이야기한 많은 것은 후보로서 이야기한 것이고요. 지금 정권을 잡아 대통령이 되어 종합적 시각으로 외교통일 정책을 전개하려면 아무래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미국 발언을 충분히 이해해요. (청와대) 밖에서 주장하는 것과 (청와대) 안에 들어가 선택하는 것이 일치할 수는 없죠. 이게 현실이니까.”


“네 시즌(계절)에 맞춰…”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사드 배치)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미국 의원들에게 말한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미국 측은 ‘환경영향평가에 1년이 넘게 걸린다고 하는데 문 대통령이 이렇게 질질 끌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기대한다. 사드 신속 배치 여부는 한미 간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해석할 게 뭐 있나. 절차대로 하면 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네 시즌(사계절)에 맞춰 해야 할 테니까. 대통령이 법 위에 있을 순 없는 것 아닌가? 법을 따라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미국 측 기대와는 다른 뉘앙스다.

이어 문 특보는 “왜 편법을 쓰는 걸 자꾸 이야기하나? 일각에선 ‘북한 위협이 급하고 미국이 원하니까 (사드 배치를) 빨리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는데 민주적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으니까 그 제약 안에서 현 정부는 빨리 하려고 노력은 하겠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칙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계절별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1년 정도 걸린다면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이 약속을 어긴 것으로 여기지 않을까?’라는 직접적 질문에도 문 특보는 “대통령이 외교적 언사를 할 수도 있을 거고 원해서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대통령이 한국 법을 피해 미국에 해줄 수 있을까? 이건 좀 회의적이다. 법적 제약하에서 그걸 신속하게 해줄 순 있겠지만 법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문 특보의 말에 따르면, 사드 조기 배치가 문 대통령의 미국 의회 발언으로 확정됐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배치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기일이 소요되느냐가 앞으로도 한미 관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도 문 특보에게 물어봤다.



“한·중 동반자 관계 상당히 중요”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했는데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글쎄 잘 모르겠지만, (시진핑 주석의 ‘사드 철수’ 요구에 대해) 하여간 노력은 해야 되겠지. 우리 입장에선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나 동반자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요. 쉽진 않을 건데, 우리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미국과의 약속은 지키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지키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중국을 설득력 있게 접촉해 한중 관계를 개선하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되겠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중국이 북한의 혈맹’이라고까지 말했는데요.
“중국군 20만 명 이상이 6·25전쟁에 와서 사망했는데, 그 말이 뭐가 이상해요? 중국 입장에선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한국과 미국이 혈맹인 건 괜찮고 북한과 중국이 혈맹인 건 이상하다? 이런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이런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힘들어질 거예요.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중국을 다룰 순 없죠.” 이후 ‘동아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중 관계에 대해 “혈맹”이 아니라 “선혈을 나누는 관계였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고, 청와대가 이 발언을 잘못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미국 쪽 눈치를 너무 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건 내가 코멘트할 수 없고.”

오히려 문 특보께서 이야기해온 게 문 대통령의 원래 생각이고 그 방식으로 가는 게 자주적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보는 사람이 상당히 많죠. 문 대통령을 찍은 사람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해오던 말과 문정인 특보가 해온 말이 거의 일치한다는 거죠.
“몇몇 사람이 나와 대통령 사이를 모순적 관계로 자꾸 보던데요. 그런 것 아니고요.”
문정인 특보는 한미 정상회담 전 미국에서 핵·미사일 동결과 폐기라는 두 단계로 나눠 북핵 문제를 다루자고 하면서 북핵 동결 시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제안해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큰 파문을 불러왔다. 대통령 특보라는 그의 위상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문 특보는 한미 정상회담 후에도 이 소신을 유지한다.  


“이제 대화의 시작”

북핵 동결과 폐기, 이렇게 두 단계로 가는 게 현실적인 북핵 해법이라고 보는 거죠?
“당연히, 지금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동결 먼저 해야 비핵화로 가는 거죠.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걸어서 비핵화해야 대화하겠다고 하면 결국 시간만 가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고 상황은 더 어려워지죠. 2단계 제안이 지난 정부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죠.”

▼문 대통령이 귀국 후 ‘북핵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고 무력감을 표현했는데요.
“현실적으로 북한이 응해주어야 하는데 북한이 응해주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미국은 한국이 미국 편이 되기를 원하고, 중국은 한국이 균형적이 되기를 원하고, 북한은 한국이 더 큰 제스처를 보여주기를 원하죠. 이런 단계에서 대통령은 상당히 어려움이 있죠.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유산을 넘겨받았어요.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사드 문제로 인해 미중 간 갈등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어요. 여기에다 한국 사회 자체가 (이념적으로) 양극화한 상황이죠. 이런 것들이 대통령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좁혔기에 이런 말씀이 나온 것 같아요. 지난 보수 정부로부터의 유산이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거죠.”

미국 정부는 왜 2단계 안에 동의하지 않는 거죠?
“미국 내 주류 인사들은 다 지지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에서 왜 ‘노(No)’라고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아마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정부에서 온 관성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북한 핵이 실전 배치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실전 배치됐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잖아요. 북한이 지금 미사일 갖고 있고 핵탄두 갖고 있고. 논쟁거리가 될는지 모르지만, 해외의 한 교수는 ‘핵보유국’을 ‘핵무기국가’와 ‘핵무기 사용능력의 잠재가능성이 아주 높은 국가’로 나눠요.”

문 특보의 한미 정상회담 전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은 “대통령특보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자에게 “본업이 교수니까 학문적 입장을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금 여론은 바뀌었어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포함해서, 내 발언을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 방어무기(사드) 하나 때문에 그것 빼면 주한미군 빼고 한미동맹 끝낸다? 그러면 그런 동맹을 우리가 어떻게 믿어요? 우리가 남북 대화하는데 미국 허가받고 하나요? 미국이 오토 웜비어(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나 사망한 미국인) 빼내 오려고 할 때 한국에 알렸나요? 북한이 핵 동결하면 한미군사훈련 축소하자는 것도 미국 내 주류 학자나 전직 고위관료들이 해오던 이야기예요. 내가 같은 이야기하는 것을 가지고 대통령과 나를 이간질하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돼요.”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운전석 티켓이 날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문 특보는 “왜 날아가나? 미사일 쏜 게 세상의 끝인가? 이제 대화의 시작이다. 그렇게 단순하게 대통령을 평가하는 건 국익을 위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 시즌2”

진보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비(非)청와대 관계자’로 통한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B-’ 학점으로 비교적 박하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요?
“요즘 칭찬 일색이니 말하기가 좀 그래요.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돼요. 문 대통령이 취한 조치들은 보수정부 때도 없던 (북한을 너무 압박하는) 상당히 많이 나간 것이죠.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그렇고요. 사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도 ‘사드 배치 철회 없다’는 수준을 넘어 중국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 거죠. 또, 사드 환경영향평가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건 사드를 역설적으로 기정사실화한 거죠. ‘이럴 거면 환경영향평가를 왜 하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나올 수 있어요. ‘이렇게 다 해줄 것 같으면 애당초 재조사한다고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거죠. 사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되니 많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는데, 대통령이 말한 것을 보면 의외입니다.” 

미국으로부터 북한 문제에서 주도권을 인정받은 부분은….
“그 점은 긍정적이죠. 우리가 오래 전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죠. 그러나 분위기를 산뜻하게 잘 만들었다는 정도고요. 성과로 연결하는 건 다른 문제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정인 특보가 사전에 ‘배드 캅(bad cop·나쁜 경찰)’ 역할을 맡아 남북 대화 수위를 한껏 높인 뒤 문 대통령이 ‘굿 캅(good cop·좋은 경찰)’ 역할로 수위를 낮추는 양상으로 전개된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일주일 가까이 미국에서 문 특보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죠. 문 선생과 청와대 사이에 조율된 건 확실히 없습니다. 다만, 문정인은 문재인의 철학과 가치를 설명한 것이고 하나도 틀린 이야기가 없어요. 그러면 문 대통령은 자기 철학과 소신대로 했느냐? 그건 별(개의) 문제라는 거죠.”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외교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나요?
“저도 요즘 이것 때문에 머리가 돌 지경이에요. 문 대통령의 이런 의외의 행보는 세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죠. 첫째, 이렇게 가야 한다고 실제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둘째, 본심은 아니지만 당분간만 이렇게 간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국제정세도 있고 초기 관리 차원도 있으니까. 전 두 번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남북 대화가 열린다는 확신을 갖고 보수적인 강경한 목소리를 미리 냈을 가능성이 있어요.”


“쫄 필요 없었는데…”

그렇다면 미국은 문 대통령을 신뢰하나요? 아니면 아직도 미심쩍어하나요?
“워싱턴에 갔더니 (문재인 정부에 대해) ‘탈레반 정권 시즌2’가 나왔다는 둥 별 이야기가 다 들려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미국 내 분위기가 안 좋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어요. 한미 정상회담이 트럼프에게 면접시험 보는 게 아닌데 그렇게 몰고 갔어요.”

이런 압박이 문 대통령에게 영향을 줬다?
“트럼프의 취지에 안 맞으면 윽박지르고 해서 문정인 발언의 정치적 논란이 구성된 겁니다. 사실은, 면접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트럼프도 문재인을 잘 몰라요. 쫄 필요가 없었는데 실제 모양이 그렇게 됐다는 거죠. 이번 정상회담은 탐색전 정도인데 압박감 때문인지 스스로 키워서 문제가 증폭됐어요. 그 결과, 트럼프 코드 맞추기가 많이 나온 거죠.”

이번 초기 문재인 외교를 학점으로 매긴다면?
“평가하기 난처하긴 한데 일단 뭐 ‘B-’ 정도.”

언론보단 박하네요.
“요즘 분위기로 봐선 후하게 줘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 초기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이 떠올랐어요. 그때 노무현이 괜히 쫄았죠. 왠지 자꾸 그때와 오버랩돼요. 저는 허탈해요. 이 정도까지 안 나가도 됐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갔을까, 특히 ‘사드는 한국의 주권 사항이고 중국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한 문 대통령의 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설이 결정타죠.”

예컨대, 문 대통령은 사드 환경영향평가로 오히려 사드 배치를 정당화해줄 수 있고 탈(脫)원전 논의로 원전을 정당화해줄지 모른다?
“우리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파심을 갖는 게 바로 그런 점이거든요. 사드고 원전이고 시작해놓고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리는. 이렇게 싱겁게 끝났을 때 과연 이 정부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되는 거냐?”

문 대통령을 지지한 진보개혁 세력은 ‘지금 뭐 하냐?’ 할 것 같은데요?
“저부터 그럴 것 같아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저 자신도 발언할 겁니다.”
사드와 원전에서 ‘도로아미타불’ 결론이 난다면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진보 세력의 실망으로 직결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문 대통령으로선 아예 시작을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 주고도 신뢰 못 얻어”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보수 성향 외교소식통 A씨는 김종대 의원과는 정반대의 잣대로 문재인 외교를 혹평했다.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성과가 뭐 있습니까? 몇몇 국내 언론은 한미 정상회담의 본질인 공동성명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요. 대신, ‘기내에서 서서 인터뷰했다’ ‘비빔밥이 나왔다’ ‘4초간 악수했다’ ‘영부인이 옷을 줬다’ 같은 비본질적 내용을 주로 보도해요. 본질이 보잘것없으니 비본질적 내용을 과대 포장하는 거죠.”

본질인 공동성명의 내용은….
“첫 문장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천명했죠. 트럼프의 대북 강경 태도가 그대로 반영됐어요. 반면, 북핵 동결▼폐지 2단계 접근법은 공동성명에 전혀 들어가지 못했죠.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열망하니까, 공동성명은 ‘올바른 여건하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문구를 넣었어요. 올바른 여건이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 직후 북한이 ICBM 도발을 해서 올바른 여건이 아니게 됐어요. 또한, 공동성명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북핵 문제’라는 현실적 영역에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이라는 다소 모호한 영역에서죠.”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 ‘주도적 역할’을 얻은 대가로 지불한 것은 무엇인가요?
“한미FTA 재협상의 근거가 되는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 조건을 증진하는 공약’을 해주어야 했죠. 여기에 더해 40조 원에 이르는 한국 경제사절단의 선물을 미국에 안겼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이렇게 많이 투자하면서 국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모르겠네요.”

사드 문제는 어떤가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먼저 미국에 가서 설명했어요.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사드 배치가 늦어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죠. 이어 문 대통령도 방미 기간에 비슷하게 약속했어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미국 행정부나 의회가 더 이상 뭐라고 하겠습니까?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는 수밖에요.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미국엔 이렇게 말해놓고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서는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적 정당성으로 시간을 확보한 만큼, 그 기간에 북핵 동결 등 해법을 찾아내게 되면 사드 배치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어요.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미국에 하는 말과 중국에 하는 말이 다르다는 느낌을 주죠. 마치 시간 벌기 용도로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으로, 북핵을 동결시키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들리죠.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실리를 양보했지만 문 대통령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요.”


“美, ‘청와대가 쇼 한다’ 여겨”

A씨는 성주의 사드 검문과 한미FTA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성주에서 몇몇 민간인이 사드 기지로 가는 경찰 차량과 군 차량을 검문해요. 그래서 미군이 헬기로 물자를 수송하죠. 미국인들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요. ‘청와대가 쇼 한다’고 생각하죠. 이런 게 우리나라에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요청이 예상보다 빨리 온 것도 이 맥락이죠.”

한미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측은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을 합의하지 않았다” “FTA 재협상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우리가 무역불균형 문제를 완벽하게 반박했다”고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내년 정도로 예상되던 미국의 FTA 재협상 요청은 정상회담 후 12일 만에 날아들었다고 한다. A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줬으니 계속 이것저것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측은 국내법상 사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보수야당은 국내법상 환경영향평가가 불필요하다고 말하죠. 국방부도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엔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를 배제했죠.소파(SOFA·한국에서의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에 보면 주한미군의 안전과 군사장비의 보호를 위해 한국에 들여오는 추가적 장비는 통보만 하게 되어 있어요. ‘사드 환경영향평가는 불필요하다’는 미국 측 논리도 일리가 있죠. 사계절 환경영향평가를 해본 뒤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미국 의회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동맹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죠. 문 대통령이 사드를 그냥 배치해 사드 이슈를 없애버렸으면 정상외교에서 미국에 경제적 실리를 양보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계속 받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김대중·노무현 방미와 비교

남북 대화에 관한 문 대통령의 집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요?
“북한과 대화할 국면도 아닌데 문 대통령은 자꾸 대화 의지를 천명해요. 그러다 창피하게  장웅 같은 이에게 면박까지 당합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자’면서 북한의 협조를 요청했고,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체육으로 남북 관계를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다’고 했다.) 북한은 나라경제를 올인해 핵미사일을 만들고 있어요. 그걸 미국과 협상하지 왜 한국과 협상합니까. 다음 상대는 일본이죠. 김정일 정권 시절에 식민 지배에 대한 대일청구권으로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120억 달러가 이야기되다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죠. 한미동맹 강화와 국제 공조 외에 문 대통령이 선택할 만한 카드가 별로 없어요.”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을 김대중-부시 정상회담이나 노무현-부시 정상회담과 비교한다면?
“김대중과 노무현은 대북포용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가 미국으로부터 면박을 받았죠. 반면, 문재인은 대북포용 정책이나 사드를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고 접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요. 이러니 문 대통령에게 진보진영도 불만이고, 보수진영도 불만이죠.”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A씨는 “전작권은 전쟁이 나면 써먹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나면 미군이 와야 이긴다. 이건 자주나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북한은 핵무장을 했는데, 전작권을 선뜻 환수하면 서울에 있는 한미연합사는 없어지고 한미군사동맹은 약화될 게 뻔하다.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전작권 환수를 넣은 것도 성급한 처사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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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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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드 철수’ 요구… “노력은 해야” 남북대화… “美 허락 불필요” 〈문정인 대통령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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