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취재

탁현민 자르면 文 지지도 추락한다?

청와대 떠도는 4가지 설(說)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탁현민 자르면 文 지지도 추락한다?

1/5
  • ● “文의 대국민 소통 이벤트에 卓 관여”
  • ● “임종석, 서울시장 찍고 후계자 될 것”
  • ● “외교수장 노릇 정의용, 얼굴마담 강경화”
  • ● “文정권 실력자는 양정철·변양균 지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70~80일이 돼 간다. 그는 직무 지지율 70~80%대를 유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 내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청와대 주변을 떠도는 흥미로운 설(說)을 취재했다. 


 1. 탁현민 관련 설 
요즘 여권 관계자에게서 관심을 끄는 화두는 ‘문 대통령이 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자르지 못하는가?’이다. 탁 행정관은 ‘성도착’ ‘여성 비하’ 논란을 야기하는 글(아래 네 부분)을 책에 반복적으로 썼다.




‘비뚤어진 여성관’

여성 비하 논란 표현 :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대중교통 막차 시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남자들이 정말 성적인 욕구를 채우려고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그럴 때는 절대적으로 예쁜 게 최고의 덕목”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 나쁘면 안 되겠구나. 얘길해야 되니까!”

성매매 옹호 논란 표현 :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클럽으로 이어지는 일단의 유흥은 궁극적으로 여성과의 잠자리를 최종 목표로 하거나 전제한다. 청량리588로부터 시작하여 터키탕과 안마시술소, 전화방, 유사성행위방으로 이어지는 일군의 시설은 나이트클럽보다 노골적으로 성욕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예절과 예의의 나라다운 모습이라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8만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종목과 코스는 실로 다양하고, 그 안에 여성들은 노골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진열되어 스스로를 팔거나 팔리고 있다. 해가 지면 다시 해가 뜨기 전까지 몰염치한 간판들로 가득한 이 도시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향락이 일상적으로 가능한, 오! 사무치게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그러니 이 멋진 도시의 시민들이여, 오늘도 즐겨라. 아름다운 서울의 유흥시민이여!”



여교사 표현 : “뭐 남자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건 나도 대부분 상상해 봤지. 그룹섹스, 스와핑, 어렸을 때의 선생님!” “이상하게도 학창시절에 임신한 여선생님들이 많았어. 심지어는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임신을 하려면 섹스를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일단 연상이 되는 거야.”

여중생과의 성관계 표현 : 탁 행정관은 고교 1학년 때 중학교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히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지.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고 했다. 친구들과 공유했던 여자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응, 걘 정말 쿨한 애야”라고 했다. 임신 걱정에 대해선 “그녀를 걱정해서 피임에 신경 썼다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조심했지”라고 했다.



박영준, 우병우, 그리고 ‘왕 행정관’

일부 친(親)노무현계 인사들은 탁 행정관을 옹호했지만, 여야의원 상당수는 탁 행정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탁 행정관의 해임을 청와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여성을 같은 시민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며 공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국민은 개, 돼지’ 발언으로 파면당한 공직자와 하등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성 평등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을 해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청와대는 “성매매 문화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취지로 썼던 글”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측은 또 탁현민 경질 보도와 관련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경질을 결정한 바도 논의한 바도 없다”고 했다. 탁 행정관은 한 인터뷰에서 여중생 관련 글에 대해 “전부 픽션”이라고, 여교사 글에 대해 “성적 호기심에 대한 기억과 상상을 덧붙여 했던 말”이라고, 성매매 글에 대해 “성을 사고파는 실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탁현민 방어는 ‘왕(王) 행정관 탁현민’ ‘우병우 같은 탁현민’ 논란을 낳았다. ‘공직자로서 비난받을 소지가 많고 정치권으로부터 경질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행정관 한 명에게 왜 이리 집착하느냐’는 것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러니 그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왕 행정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을 내치지 않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탁 행정관이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설이 있고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에게 일정 정도 의존해 현재의 높은 여론 지지도를 유지한다는 설도 있다”고 했다.

탁현민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노무현 정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산실인 광흥창팀에서 활동했다. 양정철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청와대 입성을 포기했지만 광흥창팀 멤버들이 사실상 지금의 청와대를 ‘접수’한 형국이다.

구체적으로, 양정철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상수동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조기 대선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꾸렸다. 이 ‘광흥창팀’은 선거 전략과 메시지의 기초를 다지고 인물 영입에도 나섰다. 멤버는 나중에 합류한 임종석 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13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무려 10명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임 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탁현민은 직급이 가장 낮지만 ‘실세’로 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팔 트레킹을 할 때 양정철과 탁현민이 동행했다. 양정철은 최근 뉴질랜드에서 일시 귀국했을 때 지인을 통해 “탁현민 행정관이 젊었을 때 철없던 시절에 한 일인데 안타깝다. 뉘우치고 열심히 하면 좀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철옹성을 쌓았던 ‘박영준 라인’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고민정, 이은미도…

공연기획자이자 겸임교수인 탁현민은 2009년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열었고 이를 감명 깊게 본 양정철과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탁현민은 양정철의 제안으로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노무현재단 창립기념공연’을 기획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운명’의 북 콘서트를 열면서 문 대통령과도 직접 연결된다.

탁현민은 18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거리 유세 중 상당 부분을 기획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걸어 내려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 여러 가지 독특한 유세 방식을 도입했다. 중진급 의원들도 거리 유세 무대에선 탁현민의 명령에 따라야 했을 정도로 그는 거의 전권을 쥐고 문재인의 흥행을 연출했다.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영입도 탁현민의 손을 탄 것이었고, 문재인 지지에 발 벗고 나선 이은미 등 유명 가수들도 탁현민과 가까운 사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탁현민이 청와대에서 맡은 임무도 그의 전공을 살린 ‘행사기획’이었다. 특히, 탁현민은 문재인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악수와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정체성)팀’을 가동했는데, 이러한 탁현민의 역할은 청와대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감성적이고 시각적인 이벤트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시의적절하게 창조해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보좌진은 몇몇 있다. 행사를 기차게 기획하는 연출가도 몇몇 있다. 그러나 정치적 메시지와 행사를 함께 잘 엮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탁현민이 바로 이런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다양한 대국민 소통 이벤트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80%가 넘는 여론 지지도를 얻고 있는데, 이러한 이벤트에 탁 행정관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 진다”고 전했다. 아래는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에 기여한 이벤트 중 일부다.

-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비서들이 근무하는 여민관으로 옮겼다.
- 문 대통령이 작은 회의실에서 수석들과 함께 닥지닥지 앉아 회의를 했다.
- 문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직접 커피를 뽑아 마셨다.
- 문 대통령이 수석들과 점심 후 셔츠 차림에 커피를 들고 청와대 녹지를 산책했다.
- 문 대통령이 양복 웃옷을 손수 벗었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다.
- 문 대통령이 주말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등산을 했다.  
- 문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터치스크린을 누르며 일자리 상황을 점검했다.
-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이 유가족 쪽으로 가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 문 대통령이 현충일 기념식에서 직접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을 자리에 안내했다.
- 문 대통령이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 앞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 문 대통령의 독일 교민 간담회에서 개그맨 김영철과 고민정 부대변인이 사회를 봤고 김영철이 ‘따르릉’을 불러 흥을 돋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벤트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 하나의 앵글 안에 메시지를 명료하게 담아낸다. 세심하게 기획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을 보면서 일자리 상황을 점검할 때 옆에 있었다. 독일 방문 때도 수행했다. 탁 행정관은 “두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제 일을 수행했다. 지금 하는 일도 임기 초반 대통령 행사의 변화를 위해 잠시 맡은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卓 내보내면 지지율 추락?

한 여권 인사는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미지 정치가 필요하고, 탁현민은 이를 잘 구현하는 연출가다. 문 대통령으로선 웬만해선 버리기 아까워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탁현민에 대한 여론 동향을 살필 것이다. 부정적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으면 탁현민을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 정치’ 기획자의 일탈이 드러난 이상 그를 계속 기용하더라도 예전 같은 이미지 정치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탁현민 방어가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

“첫째, 이미지 연출도 중요하지만 청와대 안에 과거 정권처럼 이너서클이 구축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 이 소문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둘째, 왕 실장, 왕 수석, 왕 비서관도 아닌 ‘왕 행정관’이라는 자극적인 어휘까지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청와대의 ‘십상시’를 연상시킨다. 문 대통령은 이 무게를 감당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셋째, 탁 행정관의 유임은 내정 단계에서 낙마시킨 안현호 전 일자리수석,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청와대와 내각의 규율에 금이 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탁현민을 내보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할 것’이라는 괴담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탁현민 딜레마’에 빠진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2. 임종석 관련 설 


지방선거는 아직 멀리 있지만, 여권 내에선 서울시장 선거에 누가 나올지가 벌써 관심사다. ‘민주당 후보=당선’ 등식이 어느 정도 성립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1위에 올랐고,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낙승하리라 보는 여권 인사는 별로 없다. 박 시장도 “시장 선거 때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으로서 계속 일할지 다른 차원의 길을 열지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지지율 80%대의 문 대통령은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이 ‘진짜’ 긴밀한 관계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대선 경선 때의 내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박원순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문재인을 인정사정없이 공격했다. 또한 박 시장은 경선 룰을 줄기차게 문제 삼았다.  

한 여권 인사는 “대선 경선에서 박 시장의 대중적 한계가 뚜렷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박 시장은 1월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3%도 안 되는 그의 낮은 여론 지지율이 꼽혔다.



“박원순, 7년이면 오래했다”

최호정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기자에게 “박 시장의 3선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상으론 박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중 1위인데요.
“박 시장으로선 당내 경선 통과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보는 근거는?
“‘슈즈 트리(서울시 예산을 사용해 헌 신발로 트리 모양을 만든 작품)’ 같은 건 공공미술이라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시민들이 편하게 보고 아름다움을 느꼈을까 싶어요.”

악취 논란도 있었죠.
“박 시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서울로 7017’ 사업도 조금 더 생각했으면 더 나았을 듯해요. 의도는 좋았으나 나타난 결과가 좀. 박 시장은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으면 끝까지 그러든지. 박원순의 시정은 ‘시민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미명하에 여기저기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행정’ 같아요. 시민은 시장이 소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시장이 자기만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게 봐요.”

박원순 하면 떠오르는 그 무엇이 없다?
“그가 서울시장을 7년이나 하면서 어떤 방향이나 철학을 보여줬을까요? 그냥 여기저기 산만하게 손을 대긴 했는데 말이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열할 것 같다고 보는 건 어떤 이유인가요?
“제가 주워들은 것도 있고요. 민주당엔 다선 의원도 많고 인지도가 높은 서울지역 국회의원도 많아요. 이런 분들이 자신이 원하는 서울시를 꿈꿔볼 수 있죠. 박 시장이 이런 분들과 경쟁해야 하고 자신의 업적과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쉽기야 하겠어요?”

박 시장에겐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보나요?
“제가 봐도 그래요. 역대 서울시장 중에 제일 오래 재임했을 걸요? 서울시의회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이고요. 이제 제대로 평가받아야죠.”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는 박 시장을 포함해 8~9명이 족히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 우상호 의원(전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이인영 의원, 김영주 의원, 신경민 의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권 내부에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주요 간부들 중 임 실장(시 정무부시장),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시 정무부시장), 김수현 사회수석(서울연구원장), 조현옥 인사수석(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출신들이다. 이렇게 박 시장이 청와대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임 실장도 그 당사자 중 한 명인데 과연 임 실장의 출마가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내각의 사정에 밝은 한 정무 파트 공직자는 “박 시장이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역시 형님이다. 경선 뒤 잘 품어줬다’고 말하지만, 둘의 관계는 대선 경선 때 균열이 한 번 났다. 임 실장은 그 문재인 후보의 비서였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인사의 설명이다.

“여권 내에서 차기 서울시장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후보군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임종석 실장이다.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으로 진출한 것을 두고 박원순 시장의 입지 강화로 해석되던데 그건 잘못된 해석이다. 이들은 박원순 사람이 아닌 임종석 사람으로 봐야 한다. 여권 내에서 박 시장의 입지가 좁다. 임종석 실장은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대권을 꿈꾸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비서실장 출신 대통령’이라는 문재인의 길을 따라 걸으려 하는지 모른다.



얼굴 붉힌 상대보단 측근?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자신에게 온갖 험한 말을 한 박 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보다는 자신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준 광흥창팀 최측근 참모인 임 실장에게 더 마음을 둘 수도 있다. 대중적 상품성에서도 임종석이 박원순보다 못할 게 없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과 친문계가 당을 거의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임 실장이 경선에 출마하면 낙승이 예상되며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어진다면 본선에서 수월하게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임 실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 출신이 주요 선거에 차출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임종석 서울시장 출마설은 이른 감이 있다. 일찍 공론화되면 임 실장 본인에겐 좋을 게 없다”고 했다.

임 실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당 대표와는 긴장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대선 때 추 대표 측 김민석 전 의원의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추 대표는 국민의당의 녹취조작 사건을 놓고 ‘머리 자르기’ ‘미필적 고의’ 발언으로 안철수 전 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 연루 의혹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이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과 관련해 준용 씨 대학 동문의 증언 녹취를 조작해 폭로했다가 들통 난 일이다. 추 대표는 ‘머리 자르기’ 발언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지지세를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추경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어려움에 처했다. 임 실장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는 임종석에 의한 ‘대리 사과’ ‘추미애 물먹이기’ ‘추미애 패싱’으로 비쳤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과 청와대를 상징하는 추 대표와 임 실장이 한양대 동문이지만 묘하게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3. 정의용·강경화 관련 설 
문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는 중요한 행사였다. 일부 여권 관계자와 외교안보 전문가에 따르면, 천신만고 끝에 외교부 장관이 된 강경화 장관은 이 두 행사의 주무장관이었지만 역할이 미미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도덕적 흠결 논란으로 인해 상당 기간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고위공직 부적격 문제에 시달리다 문 대통령에 의해 간신히 임명됐다.

한 여권 인사는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정의용(66)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실상 외교수장 노릇을 했고 강경화(62) 장관이 얼굴마담 역할 정도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영향력 없는 외교장관”

이번 문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에서 주도적으로 일한 사람은 정의용 실장인가요? 아니면 강경화 장관인가요?
“정 실장이죠. 강 장관은 일이 한참 진행된 다음에 나중에 들어오신 분이고.”

정 실장은 ‘자주파(대북포용정책과 자주외교를 중시하는 진보적 인물)’인가요, ‘동맹파(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에 두는 보수적 인물)’인가요?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것을 보니 그는 우리가 아는 동맹파보다 더 동맹파이더군요.”

강 장관은?
“대미외교를 했다기보다 다자외교를 한 분이죠.”

G20 회의는 다자외굔데….
“강 장관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 이전에 모든 게 기획되어 있었기에 맞추기 급급했겠죠.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다고 봐요.”

강 장관은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를 지냈지만 국가적 현안에 관해 협상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지 않으며, 국회 인사 청문회 때에도 북핵 문제에 관해 기초 지식이나 식견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야당의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힘없는 외교 장관을 세워둔 채 청와대가 외교 현안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양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내에선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대북 특사를 먼저 보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종대 의원은 “바쁘게 움직였다고 한다. 이때 청와대 논점은 ‘대북 특사를 보내느냐 안 보내느냐’였다”고 말했다.

“‘교황’ 이야기도 나왔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민간교류에 딸려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느냐 마느냐’ 이야기도 있었다고 해요. 이게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류의 접근방식인데, 한미 정상회담보다 대북 특사가 우선이라는 것이죠. 한미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일단 북한과의 대화의 지렛대 정도는 확보해야 미국에 대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었어요. 이런 사고가 작동되어 내부에서 토의된 것 같아요. 그러나 얼마 못 가 동맹외교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더 검토할 것도 없이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기정 2차장 내정이 취소되는 등 안보실 인사도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고.”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군 출신 김장수·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오히려 대화파 내지 자주파에 가깝다. 문재인 청와대 내에 골수 자주파가 많으니 정 실장이 상대적으로 동맹파로 비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정 실장조차 통상·다자외교 전문가이지 안보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대북 대화파의 대세 장악

군 출신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도 남북 군사회담에 수차례 참석한 대북 대화론자다. 남관표 2차장,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은 외교관 출신이다. 여기에 남북 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관료로 통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가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좁게는 ‘청와대 친정체제 강화와 외교부 약화’ 현상이, 넓게는 ‘대북 대화파의 대세 장악’ 현상이 일정 정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4. 양정철·변양균 관련 설 


청와대와 내각을 두고 떠도는 또 다른 흥미로운 설(說)은 노무현 정부 때 신정아 스캔들로 망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이 있다. 현재 벤처기업컨설팅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회장으로 알려진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쳤지만 ‘가짜 예일대 박사’ 논란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연루된 일이 주홍글씨가 돼 국정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노무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으로 손발을 맞춘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이르기까지 변 전 실장의 조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변 전 실장은 대선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장·차관 인사들을 모아 ‘10년의 힘’을 결성하고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변양균과 가까운 경제 관료들은 중용되고 있는 편이다. 김동연 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기재부 전략기획관으로 재임하면서 변 장관을 보좌했다. 둘은 노무현 정부의 중장기 복지정책 플랜인 ‘비전2030’을 만들었다.

홍남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비전 2030’ 입안에 참여했다. 홍 실장은 변양균 정책실장 시절 그의 정책보좌관이었다. 반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가균형발전비서관을 지내면서 변 전 실장과 호흡을 맞췄다. 이 비서관은 변 전 실장이 차관이던 시절부터 줄곧 비서관으로서 그를 보좌한 ‘가신(家臣)’에 해당한다. 이 비서관은 변 전 실장이 신정아 스캔들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할 때엔 예정된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옥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의 집사’ 격인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된 것인데, 이는 문 대통령과 변 전 실장이 막역한 사이일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변 전 실장과 가깝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가 주도한 ‘비전2030’은 소득 중심 성장을 내세운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 경제정책)의 뿌리다. 조만간 ‘비전2030’을 업그레이드한 ‘비전 2050’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변 궁금증 커져”

한 정치권 인사는 “‘문재인 정권의 실력자는 양정철·변양균 지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양정철이 주도한 광흥창팀에서 10명의 청와대 고위 간부가 배출된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정철의 ‘탁현민 구명’ 메시지도 이런 관측의 근거로 비친다고 한다. 이 인사는 “양·변 두 사람이 언론 인터뷰 같은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궁금증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도 “양 전 비서관은 여전히 여권 내에선 실력자로 비친다. 문재인 캠프 내에서의 그의 막중했던 비중에 비춰볼 때 그가 언제든 공직에 들어와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1/5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목록 닫기

탁현민 자르면 文 지지도 추락한다?

댓글 창 닫기

2021/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