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이석기 키즈(kids)는 ‘경기동부 사수대’

집단폭행, 댓글알바, 선거개입…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3-09-23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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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기 그룹 친위세력이자 행동대
    • 어버이날 이석기에 카네이션 바쳐
    • 고교 때 이념교육 받은 후 통진당 진출
    • 쇠파이프 들고 선거현장 난입
    • 노회찬 비방 동영상 유포 활동도
    이석기 키즈(kids)는 ‘경기동부 사수대’

    지난해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강령 개정 통과 직후 단상에 난입한 중앙위원과 당원들이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종북 성향 세력의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각인된 것은 지난해 4·11 총선 직후다. 총선 한 달 뒤인 5월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는 아수라장이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경기동부(이석기 그룹) 성향 학생 50여 명과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 200여 명이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

    이석기 그룹의 학생 전위대 격인 이들은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폭행하는 데 가담했다. 일부에선 이들을 ‘이석기 키즈(Kids)’라고 불렀다. 고교, 대학 때부터 경기동부의 이념적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2007년 이후 한대련에 가입해 주요 포스트를 차지했다. 이들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이석기 의원의 19대 국회 등원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종북 성향 세력이 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일까. 종북 성향 세력은 10년 넘게 학생들을 공들여 키워왔다. 고교 시절 경기동부와 연을 맺은 후 통진당 간부로 활동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어버이날(5월 8일) 이석기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의 페이스북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바쳤다.

    정의당(대표 천호선)의 한 인사는 “경기동부가 오래전부터 학생 조직을 장악하고자 이념 노선을 학습시키는 지도사업을 벌였다”면서 “경기동부총련에 소속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경희대 수원캠퍼스, 경원대 등에서 특히 활발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으로 사실상 지목한 김재연 통진당 의원이 이석기 키즈의 선두주자 격이다. 김 의원은 “RO 조직원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단, 방법 안 가려

    2001년 12월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 선거 때 경기동부총련 학생 100여 명이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 경기동부 성향의 후보가 학생 수가 많은 체육대 후보에 밀리자 쇠파이프를 들고 들이닥친 것. 이들은 단과대를 돌며 투표함을 빼앗은 후 체육대 투표함을 빼놓고 개표를 시작했다. 지난해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때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석기 그룹이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쥐기 전까지 경기동부의 학생조직은 한총련 내에서 비주류였다. 한대련은 한총련의 후신 격으로 2005년 ‘이전과 다른 새로운 학생운동’을 주창하며 출범했다. 한대련에서 이석기 그룹과 가까운 학생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세를 부풀린 것은 종북 성향 세력의 지원을 받은 덕분이다. 일부 학생들은 CNC (옛 CNP 전략그룹)와 사회동향연구소 등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운영한 CNC는 대학 졸업앨범 제작, 축제 등의 총학생회 행사 기획을 맡아 돈을 벌었다. 각종 선거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홍보대행을 맡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A노조는 2년간 4억 원 가까운 광고대행 업무를 CNC에 맡겼다.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CNC에 몰아준 일감은 40억 원에 달한다.

    CNC는 대학 총학생회 선거 컨설팅 사업도 했다. RO 회합 참석을 부인하고 있는 금영재 현 CNC 대표는 2009년 한대련이 주최한 선거학교 강사로 나서 ‘선거전략전술 수립’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경기동부 성향의 후보를 당선시킨 후 총학생회로부터 수익사업을 수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CNC가 각급 노조 선거에 뛰어들면 한마디로 난장판이 됐다. CNC를 비롯한 기업체의 수익이 경기동부의 토대다. 노동조합 선거를 도와준 후 해당 조합에 이석기파(派) 인사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9월 4일 트위터에서 “종교단체와 기업체가 한 몸이 된 창가학회(미쓰비시)나 통일교(일화 등)처럼 정치단체와 기업체가 한 몸이 된 좀 이상한 조직 안에서 이석기는 새끼수령 놀이를 즐긴 거죠. 상부구조는 과대망상과 피해망상, 물적 토대는 CNC를 비롯한 기업체의 자금”이라고 비꼬았다.

    민혁당 때도 고교생 포섭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이던 이석기는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졌다. 당원 30명을 모으라고 지시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민혁당 시절 중앙위원장으로 이 의원을 지도했다.

    이 의원은 민혁당 시절부터 고등학생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했다. 이 의원이 민혁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한 내용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HS(고등학교 사업부) 현황으로 동창회 1명, 동문회 3명,친목회 17명이고, 지지기반으로 5개 단체 100명, 12개 연대모임 250여 명, 29개 동아리 180여 명이다.”

    동창회는 민혁당의 위장 명칭, 동문회는 반제청년동맹의 위장 명칭이다. 고등학생 1명, 3명이 각각 민혁당, 반제청년동맹에 가입한 것이다.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한 종북 성향 세력은 민혁당 시절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등학생, 대학생 조직을 구축해온 것으로 보인다.

    7월 6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규명 시국회의’(시국회의)가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집회 때 고등학생 30여 명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희망) 소속인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 몸 바칠 각오로 나섰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7월 17일 청소년 717명을 모아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날 통진당 인사들과 함께 국정원 규탄 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희망’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지난해 통진당 폭력사태 때도 맹활약했다.

    이석기 키즈(kids)는 ‘경기동부 사수대’

    지난해 5월 12일 통합진보당 당권파 계열 중앙위원들이 중앙위원회의에서 중앙위원 명부 확인을 요구하며 회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7월 초 출범한 ‘청소년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가 8월 29일 ‘희망’의 활동을 문제 삼으면서 해체를 선언했다. 시국회의는 전국 464개 학교 중·고생 817명의 이름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곳이다. 시국회의가 갑작스럽게 해체한 이유는 이러했다.

    “저희는 ‘희망’이라는 단체에서 청소년 지도를 맡은 성인들이 청소년 시국회의 활동에 개입하는 걸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막지 못해 해체하기로 했다.”

    이석기 그룹 인사들과 촛불집회 현장에 나타난 ‘희망’은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희망’ 이사진에 참여하고 있다. ‘시국회의’ 소속이던 한 학생은 “처음에는 활동가들이 어느 곳에 속한 분들인지 몰랐는데, 스마트폰을 보고 통진당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문서 파일에 통진당 상징인 보라색 물결무늬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기 그룹은 국정원 규탄 집회 때 학생들에게 ‘빵빵’이라는 노래의 안무를 익혀 공연하게 했다. 이 노래는 지난해 이정희 대표가 대선 유세 때 사용한 곡이다.

    또 다른 학생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순수한 청소년 단체로 시작한 ‘시국회의’가 통진당 청년당원들과 ‘희망’의 청소년 회원들 때문에 정치색을 띠는 게 싫었다”고 밝혔다.

    통진당 사무국 간부 중 상당수가 ‘희망’ 출신이다. ‘희망’에서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 후 ‘희망’ 소속 학생을 가르치는 이도 있다. 요컨대 종북 성향 세력의 손길이 고교생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이’ ‘심상정이’

    지난해 5월 12일 통진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에 경기동부 계열의 청소년위원회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조진호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위원장 강기갑)는 “청소년위원회는 정당법상 입당이 불가능한 미성년자 조직”이라면서 “중고생 당원의 권한 박탈과 출당 조치”를 결의했다.

    이석기 그룹인 안동섭 전국운영위원(현 통진당 사무총장)은 ‘강기갑 비대위’의 조치에 반발하면서 “죄 없는 당원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희망’ 출신인 통진당 청소년위원장 신모 씨도 거세게 반발했다.

    이석기 그룹은 지난해 6월 8일 당내에 청소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최모(17) 군이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김모(18), 박모(17) 군이 사무총장, 대변인에 각각 임명됐다. 청소년비대위는 6월 16일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권파의) 출당 결정은 청소년들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진보정당이기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소년비대위 사무총장이던 김모 군은 활동에 회의를 느껴 조직을 이탈했다. 김 군은 지난해 7월 10일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비대위에 가담한 고등학생들이 킨텍스 중앙위 폭력사태 현장에 참관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심상정이가 날치기 처리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폭력은 정당한 수단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은 유시민 전 의원, 심상정 의원을 호명할 때는 ‘유시민이’ ‘심상정이’라고 낮춤말을 썼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의원님’이라고 불렀다. 한 학생은 “대한제국에는 이완용이 있고, 통진당에는 조준호라는 배신자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석기 그룹은 학생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친 것일까.

    ‘희망’은 전교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교조는 1990년대 초부터 서울의 ‘참배움 일꾼 청소년회’ ‘푸른벗’ ‘희망’ ‘나눔터’ ‘샘’, 인천의 ‘내일’, 대전의 ‘청춘’, 대구의 ‘우리세상’ 등 청소년 조직에 관여했다. 1995년 서울의 5개 단체가 모여 ‘서울지역 청소년단체연합’을 결성했으며, 2000년 11월 ‘희망’이라는 단일 조직이 구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희망’은 2003년 10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경기동부 위한 의식화 기관”

    ‘희망’은 ‘동아리 운영 방법’ ‘두발 자유화 추진 운동’ ‘학생회 자치운영 방법’ 등 문제 삼을 게 없는 이슈를 내세워 회원 수를 늘렸다. 전교조 교사들이 지도교사로 참여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의도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희망’ 조직을 모태로 통진당 청소년위원회가 결성돼 댓글 알바, 인터넷 여론조작 등에 동원됐다”는 게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2004년 7월 유선희 민노당 최고위원(현 통진당 최고위원)은 이석기 그룹의 기관지 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민중의 소리’를 통해 “중요 현안 제기 시 청년·학생들의 활동이 기폭제가 되고 투쟁의 파고를 높일 수 있다”면서 당의 선봉대 성격으로 청소년 조직을 건설할 것을 제기했다. 유 최고위원은 지난해 통진당 당내 토론회에서 삶의 멘토를 묻는 질문에 “이석기 의원”이라고 답한 인물이다.

    2004년 8월 민노당에 ‘청소년위원회 준비위’가 구성됐다.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할 때 주축으로 참여한 이들이 ‘희망’ 출신 인사들이다.

    통진당 내분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26일 조직에서 이탈한 이모 씨는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청소년위원회는 유선희의 지원을 받아 경기동부를 위한 청소년 의식화·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중·고등학생 시절 ‘희망’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던 학생들은 졸업 후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경기동부의 기관지인 ‘민중의 소리’ 기자나 ‘희망’의 간부로 활동한다”고 덧붙였다.

    ‘통일’ ‘민족’ ‘반미’ 강조

    이석기 키즈(kids)는 ‘경기동부 사수대’

    8월 31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주최로 열린 ‘국정원 내란 음모 조작과 공안 탄압 규탄 대책위원회’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쓴 채 장난감 총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청소년위원회는 그간 이석기 그룹의 친위세력 노릇을 해왔다. 2007년 대선 민노당 대선후보 경선 때 노회찬 당시 후보를 비방하는 동영상을 유포하는가 하면 ‘댓글 알바’에도 나섰다. 노회찬 전 의원, 심상정 의원 지지자가 올린 글에 비판 및 반박 댓글을 달았다. ‘노회찬 비방 동영상’은 경기동부 쪽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기 그룹은 정치 관여 댓글 등 국정원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경쟁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게 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댓글 알바’를 한 학생은 지난해 인터넷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선거팀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두 달 동안 댓글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등포 한 모텔에서 단체로 숙식하며 활동했다. 선배가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고, 어디서 나오는 돈인지 모르겠지만 한 달에 70만 원씩 받았다. ‘희망’이라는 청소년 단체 사무국장과 청소년위원회의 제안으로 온라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 의원이 첫 위기를 맞은 지난해 5월 폭력 사태 때 ‘희망’ 출신 인사들은 이석기 그룹의 사수대 노릇을 했다. 희망에서 활동한 신모, 봉모, 이모, 문모 김모 씨 등 18명이 ‘강기갑 비대위’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추진에 반발하는 ‘통합진보당 사수와 부당징계 철회 서울당원 선언’에 가담했다. 이 선언에 참여한 김모 씨는 2002년 고교 2학년 때 ‘희망’에 가입한 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때 청소년대책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희망’에서 활동하다 통진당에 입당한 이들은 당 청소년위원장을 지낸 구모 씨, 18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한 박모 씨, 당 중앙위원을 지낸 전모 씨, 현재 당 청소년위원장 신모 씨,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관악사무소 전 홍보부장 임모 씨, 당 기획팀 국장 백모 씨, 당 홍보미디어실 국장 윤모 씨 등이다.

    이정희 대표의 전 홍보부장 임모 씨는 지난해 총선 야권연대 단일후보 경선 때 “40~50대가 모두 찼으니 앞으로 ARS를 받으시는 사람은 20대로 답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당원에게 보낸 장본인이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난 후 국회의원 후보직을 사퇴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희망’ 출신으로 통진당에 입당한 백모 씨가 ‘미친소닷넷’을 개설한 후 학생들을 모집해 시위에 대거 참여시켰다. ‘희망’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고 때 청소년대책위를 구성해 ‘청소년 행동의 날’ 집회를 열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이듬해 여중생 사망 1주기 추모집회 때는 성조기 화형식을 주도했다. 2004년 10월 민노당 청소년위원회, 전교조 통일위원회 등과 함께 한성대 강당에서 ‘국보법 폐지! 도전 골든벨’ 행사를 열었다. 같은 해 12월엔 ‘희망’ 출신 인사들과 ‘희망’ 회원 3명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면서 삭발했다. ‘희망’의 활동은 이렇듯 ‘통일’ ‘민족’ ‘반미’ 등 이석기 그룹이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희망’에 협찬

    일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실상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이석기 키즈’를 지원했다. LG그룹은 2002년 7월 20일부터 사흘간 ‘희망’과 전교조 서울지부 등이 건국대에서 개최한 ‘희망과 통일을 여는 배움터 청소년 열린학교 학생회 교실’ 때 행사 비용을 지원했다.

    2009년 10월 국회사무처는 ‘희망’에 ‘학생인권실태 조사 및 만 16세 교육감 선거권 획득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청소년 휴카페’(청소년들의 휴식·놀이공간, 마을공동체 사업) 사업과 관련해 ‘희망’에 4000만 원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또 ‘2013년 서울시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 선정권을 ‘희망’에 위탁했다. ‘희망’은 청소년 동아리 192개를 선정했고, 각 동아리에 100만 원씩(총 1억9200만 원)을 지원했다. 2007년 ‘청소년문화유산체험’ 프로젝트 때도 서울시가 1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희망’은 건전한 청소년 운동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표방했지만 이념교육을 받은 후 통합진보당에 진출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이수호 ‘희망’ 이사장은 “서울시 지원사업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정된 것이다. ‘희망’은 학생 및 자체 운영위원 중심으로 자치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통진당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희망’이 지난 10년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촉구, 국가보안법 폐지 등 좌파 진영의 주장을 지지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으나, 이념과 소신에 따라 의견을 표출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어쨌거나 종북 성향 세력이 포섭 대상으로 삼은 고교생, 대학생에게 가르친 것 중 하나는 목표를 위해선 때로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폭력도 사용해야 할 때가 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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