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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대안교육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대안학교·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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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학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퇴학생 학교에 다닌다”는 말이다. 이것은 대안학교 교사나 관계자들도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다. 특성화고등학교 법제화 초기에 언론매체와 교육당국에서 대안학교가 갖고 있는 여러 성격 중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안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라는 측면을 너무 부각해, 아직도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한 이른바 ‘불량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 정부에서 대안학교를 제도교육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된 것은 96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중도탈락자 종합대책’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여튼 시행 초기에 퍼진 이러한 시각 때문에 요즘도 대안학교를 설립하려면 지역주민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충북 청주에 있는 양업고등학교는 지금의 터에 학교를 세우기까지 네 번이나 자리를 옮겨야 했고 공청회에 아홉 번 불려가야 했다. 퇴학당한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학교라는 소문이 퍼질 때마다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시작됐다. 학교 부지(敷地)를 매입하려는 마을 입구엔 플래카드가 걸리고, 공사현장에 주민들이 몰려와 공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 학교 조현순 교감은 “우리 학교 설립을 반대한 어느 마을 입구에 혐오시설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았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지난날을 회고한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옮겨야 했다.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윤병훈 교장이 나서 자란 고향 마을인 덕택이 컸다.

화랑고등학교도 경주시 양북면의 현재 위치에 자리잡기까지 경남·북의 여러 지역을 전전해야 했다. 폐교 부지를 매입해 계약하려 하면 곧바로 그 지역 주민들 사이에 반대여론이 일었다. 화랑고의 경우 지금 있는 곳이 세 번째 자리다.

대안학교치고 이런 과정을 밟지 않은 곳이 드물다. 일단 대안학교라 하면 ‘불량한 학생들의 집합처’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안학교 설립취지에 중도탈락자 및 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11개 대안학교 중 중도탈락자 및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양업고·영산성지고·화랑고·원경고·동명고·두레자연고 등 6개교이며, 이 여섯 개 학교 중에도 순수하게 중도탈락자만 선발하는 학교는 몇 되지 않는다.



또 ‘학교부적응’ 의미도 폭력, 절도 등의 전과가 있다든지 가출 경험이 많은 탈선형보다는 엄격한 제도교육을 거부하고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정도인 경우가 많다. 화랑고등학교 서종만 교장은 “학교부적응 학생을 문제아로 보지 말고 좀 다른 개성을 가진 학생으로 보아달라”고 당부한다. “독특한 개성을 좋은 쪽으로 승화하면 사회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서교장의 지론이다.

◇ 양업고 - 우수한 시설, 자유로운 분위기

양업고(良業高)는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파된 1800년대, 전교(傳敎) 활동 중 과로로 숨진 최양업 신부의 이름을 따 지은 학교다. 천주교 계열로 학교장인 윤병훈 신부가 부적응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자고 정진석 대주교에게 건의해 설립됐다. 교감을 비롯 사감, 상담교사 등 3명의 수녀 교사도 있다.

양업고에 들러본 사람은 먼저 우수한 시설에 감탄하게 된다. 학생회장으로서 다른 대안학교를 찾아볼 기회가 몇 번 있었던 3학년 명환이는 “우리 학교가 전국에서 최고”라며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보통 7억~8억원의 비용으로 폐교부지를 매입하여 설립한 다른 학교들과 달리 양업고는 학교건물에만 40억 원을 투자했다. 단과대학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양업고 기숙사는 12개의 홈(home)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홈은 방 세 개짜리 아파트 형태며 이중 두 개 방은 학생들이, 나머지 한 개는 담당 교사가 생활한다. 홈의 이름이 귀엽고 예쁘다. 남학생들이 생활하는 홈은 느티나무·참나무·박달나무·대나무 등 나무 이름에서 따왔고, 여학생 홈은 오리온·물병·페가수스·카시오페이아 등 별자리 이름을 빌려왔다. 홈에는 1, 2, 3학년이 고루 섞여 있고 홈장(長)은 3학년이 맡는다. 모든 학생들은 3층과 별관(여학생)에 있는 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아래층에 있는 교실로 등교한다.

양업고의 특징 중 하나는 교무실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교육지원실’이 있는데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가끔 들르거나 교사·학생의 휴게실로 쓰인다. 방송시설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어, 점심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나 들어와 새로운 음반으로 갈아 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실은 과목별로 나뉘어 있다. 국어실, 영어실, 수학실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교실의 이름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새롭게 고쳤다. 현재 국어과목을 수업하는 곳은 ‘버들내’, 과학실은 ‘유레카’, 사회실은 ‘집강소’, 컴퓨터실은 ‘클릭’, 가사(家事)실은 ‘인생과 사랑’이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각 교실은 담당 교사의 집무실이기도 하다. 교실마다 담당 교사의 책상이 있고, 교사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기다린다. 물론 학생들은 수업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닌다. 운동복 차림,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모습, 혹은 아직도 잠에서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그러나 이를 탓하는 교사는 없다. 여기에선 학교, 혹은 선생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강제는 거의 없다. 윤병훈 교장은 “격려하고 지지해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자란다는 것이 그 동안 학교장을 맡아오면서 새삼 느낀 점” 이라고 말한다.

1시간 30분의 긴 점심시간 동안 교사와 학생이 어우러진 축구 한 판이 벌어졌다. 이어 시작된 오후 수업. 시작종이 울린 지 꽤 지났는데도 재웅이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느긋하게 샤워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까지 취하며 교실을 찾아간다. 세계사 수업시간. 한쪽에선 기영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여학생들이 모여 인터넷 사이트를 감상하고 있다. 담당교사인 김덕수씨(39)는 전혀 당황하거나 화난 기색 없이 “얘들아, 우리 공부하자”는 말을 나지막이 반복할 뿐이다.

미안했는지 딴전 부리던 아이들이 하나 둘 책상에 둘러앉는다. “자, 382쪽 펴고…” 이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한발을 옆 걸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듣는 아이, 수업은 반쪽 귀로만 듣는 채 이어폰을 끼고 머리를 흔드는 아이, 모자를 눌러 쓰고 무언가를 열심히 긁적거리는데 자세히 보니 만화를 그리고 있는 아이…. 옛 미국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수업장면이다. “그럼 진도는 언제 나가느냐”는 질문에 조교감은 “진도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라며 “대학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에겐 희망에 따라 보충수업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1층 로비에 있는 게시판에는 이색적인 대자보가 붙어 있다. “공개사과문. 며칠 전 제가 무지한 생각으로 술을 사 학교로 가져오다 수녀님께 걸렸습니다. 선배들께는 저의 방종함을 보여드려 모범이 되지 못했음을 사과드리며 추후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학년 진욱이가 써 붙인 것이다. 대현이도 옆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써 붙였다. 진욱이와 대현이가 밤에 기숙사에 술을 갖고 들어오다 걸린 것이다. 학교 한켠에 흡연장소가 마련되어 있지만, 교내 음주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학교의 처벌은 없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이렇게 사과문을 붙이고 화장실 청소라는 벌을 택했다.

“전국적으로 매해 실업계 고교 3만5000여 명, 인문계 고교 1만5000여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마지못해 학교를 다니는 잠재적 탈락자를 합치면 10만 명에 근접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중 40명만 품에 안을 수 있어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조현순 교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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