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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북한 연고권 주장 명분 쌓기?

  • 글: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yhwytak@hanmail.net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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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려사=중국사’라는 논리대로라면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 현재의 북한 지역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할 근거를 갖게 된다. 한국은 중국에 그럴 의사가 있는지 물어 확실한 답변을 받아두어야 한다.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정식 명칭은 ‘중국 동북 변강지구의 역사와 현실에 관한 연속 연구 프로젝트’)은 중국의 민족관·영토관·국가관이 응축된 산물이다.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 중국 동북지구(만주)에 새롭게 적용되면서 파생된 중국의 만주관(滿洲觀)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민족학 연구는 문화대혁명 시기만 해도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다. 1958년 ‘반우파(反右派) 투쟁’과 ‘민족정풍운동’ 시기에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가 기승을 부리면서 소수민족의 발전을 위한 요구는 ‘지역민족주의 경향’으로 비판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 지도자들은 처형되거나 탄압당했으며 조선족도 갖가지 고초를 겪었다. 실제로 연변 조선족 관련 사건은 3만5000여건으로, 사망자 2000여명, 불구자 3000여명에 달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반역자’ ‘외국특무’ ‘지하 노동당 당원’ ‘지하 국민당 당원’ 등의 누명을 쓴 사람들이었다. 이 시기에 조선족 다수가 북한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람이 늘어났고, 또 선진적인 동남연해(東南沿海)지역과 낙후된 내륙지역(주로 소수민족의 집단거주 지역이 분포해 있음) 사이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내륙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중국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게다가 그때까지 금기시되었던 민족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일부 소수민족(신장 위구르족, 티베트족) 사이에서 분리독립운동도 일어나게 되었다.

심각한 만주의 ‘한국 동화’ 현상



중국이 동북공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이런 내부의 위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동북공정의 직접적 대상지인 조선족자치주의 경우 그 절박감은 더 크다 하겠다. ‘옌볜(延邊)’이라고 불리는 조선족자치주는 남한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에 조선족이 자치주장, 자치주 내 각 도시의 시장으로 임명되어 일정정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행정구역이다. 자치주 내에선 조선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로 인정받고 있다. 자치주 내 인구의 40~50%가 조선족이며 조선족이 정치, 경제, 문화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최근 조선족자치주와 한국 사이에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증대되어 한국에는 이미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0만여명에 이르는 조선족이 상주하고 있다. 또 많은 한국인이 옌지(延吉), 하얼빈과 서울을 잇는 항로를 통해 만주와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에서 5~6년 체류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조선족은 이미 한국식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에 물들어 있는 상태다.

조선족들은 한국인의 차별 대우에 불만을 품는 동시에 비교적 풍요롭게 사는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지니는 이중적인 심리상태에 빠져 있다. 그런가하면 만주에선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중국보다 한 차원 높은 한국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조선족자치주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주 내에선 요즘 한족들 사이에서도 한국어 배우기 열기가 뜨겁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조선족자치주에선 같은 민족 국가인 한국에 ‘동화(同化)’되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이는 ‘중국인’으로서의 조선족의 정체성에 혼돈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족의 한국 국적 회복운동이 중국정부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동북지구에서는 매년 탈북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도 조선족 사회에 은거·접촉하면서 조선족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뿐 아니라 탈북자도 ‘고구려사는 한민족의 역사이며 만주의 조선족, 연해주의 고려인, 북한인, 한국인은 모두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라고 교육받아왔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탈북자 지원 법률이 통과되었는데, 법이 발효되면 탈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상하이박람회의 성공적 개최에 국운을 걸고 있는 중국으로선 인권문제를 외면한 채 마음대로 탈북자문제를 다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는 인민군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이와함께 대내적으로 조선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대외적으로 중국정부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구의 역사적 상관성을 부정함으로써 동북지구와 한반도를 영구히 단절시킬 필요성도 깨닫게 됐다. 그리하여 고구려사가 중국역사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중화민족론의 前근대성

한편 중국에서는 경제건설을 위주로 한 개혁·개방정책과 아울러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에 접목되면서 자본주의 가치관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종래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에 입각한 계급투쟁 위주의 역사관은 점차 빛을 잃고 그 대신 ‘각 민족의 단결과 인민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자’는 ‘신중화주의(新中華主義)적 민족주의 역사관’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정부에서는 교과과정, 각종 매체, 연설 등을 통해 ‘애국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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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yhwy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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