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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변화에 대한 美 정책엘리트들의 시각

진전은 필연, 밀착은 경계

  • 글: 정재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한·중 관계 변화에 대한 美 정책엘리트들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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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야, 특히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급속도로 친밀해지는 한국과 중국에 대하여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국내에서 급증하는 친중(親中)적 경향이 최근 늘어가는 반미(反美)의 목소리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북핵 문제의 해결을 뛰어넘어-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구조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외교궤도에 진입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우려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인한다. 첫째, 한미 관계의 역사는 한중 관계에 비하면 매우 일천하며, 실증적으로 규명하기는 어려워도 한중간에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친밀성’이 한미간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이 수교 후 단기간에 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2수출기지로 부상한 것이나, 중국과 한국을 뜨겁게 달구는 ‘한국열기(韓流)’와 ‘중국열풍(漢流)’에 미국이 주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둘째, 한중 양자관계가 급속도로 다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은 이미 무역, 투자, 기술, 문화, 관광 및 교육의 교류에 있어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해군 함정의 상호방문 등 군사협력도 이루어지고 있어 한중간에 합의한 ‘전면적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에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더 나아가 2002년 말 현재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총수의 42%에 달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향후 한국에 소개할 ‘대안적 세계관’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미국이 과연 한중간의 양자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이 세계를 보는 시각에 대한 논의를 통해 미국의 대외전략 속에 위치한 한중 관계의 좌표를 찾아본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다양한 의식조사 보고서들, 보다 구체적으로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 해리스 조사연구소(Harris Interactive), 시카고 외교협회(Chicago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등에서 발표한 자료를 활용하여 미국의 대외인식 구조를 새로이 재구성해보았다.

이어서 미국인들이 보는 중국과 한국에 대한 인식을 각각 살펴보고, 대중들의 인식에 대한 자료가 없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필자가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1년간 재직하면서 56명의 미국인 정책 엘리트들의 인식에 대해 수행한 면접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면접조사는 워싱턴 주변의 순환도로(I-495) 내에 거주하는 외교정책 및 동아시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50.6세, 정부재직 평균연수는 17.8년이었다. 이들 중 13%(7명)와 52%(29명)는 자신들이 ‘상당한’ 내지 ‘적잖은’ 정책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자평하였다. 이들의 정당 지지도는 공화당(13), 민주당(22)과 무소속(21)이었으며, 배경에서는 싱크탱크(19), 행정부(12), 학계(10), 군부(8), 의회(6) 그리고 언론(1) 등이었다. 물론 이들이 무작위 추출로 선정된 표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조사결과는 일반적 추론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나 이들이 지닌 인식의 공통성이 제시하는 ‘밑그림(sketch)’에 주목하고자 한다.

‘미국은 세계 그 자체’

미국은 오랜 기간 자신을 ‘예외적’ 존재로 여겨왔으며 이런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미국의 대외인식 형성과 재생산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학술적 저술들은 대부분 예외주의가 ‘다르다’는 것일 뿐 ‘더 나음’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도덕적 우위에 기반한 일방주의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쩌면 이런 배경 하에서 미국이 전세계를 향해 민주주의, 인권 및 자유의 확산을 위한 이분법적 구도를 활용했다고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미국은 ‘세계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영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며 놀랍게도 젊은 세대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다. 그러나 실제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세계 총인구 대비 비율은 6%이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까지 포함하더라도 27%(16억 8천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필자의 면접조사에 응했던 미국인 엘리트의 대다수(83%)는 영어가능 인구가 20%에 불과하다고 응답했지만 미국 정치과정의 특성상 일반 미국인의 대외인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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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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