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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親박근혜 사이 불안한 줄타기 속사정

일본 아베 정권 정밀 분석

  • 장제국 │동서대 총장 jchang@dongseo.ac.kr

우경화-親박근혜 사이 불안한 줄타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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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체제도 제대로 못 갖춘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특사로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당선인 측 일정상의 이유로 특사 파견은 연기됐지만 아베가 무척 서두르는 자세를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이는 한국 새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당초 국가 차원으로 격을 높여 시행하기로 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도 종래대로 지방 차원에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도 한국을 의식한 유화적 신호다.

누카가 전 재무상이 이끈 일본 특사단은 1월 4일 박근혜 당선인을 만났다. 누카가 특사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과 면담 중 황 대표가 조만간 재일동포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진해서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에 대한 아베 총리의 우호적 태도는 그의 최근 저서 ‘새로운 나라로’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일본은 오랫동안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흡수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붐은 절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나는 일한관계에 대해서는 낙관주의다”라고 썼다. 그는 2006년 첫 총리 재임 시절에도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아베는 왜 이렇게 말과 행동에서 모순을 보이는 걸까. 일각에선 이러한 모순이 7월 참의원선거를 의식한 ‘안전운전’에서 기인한다고 해석한다. 우경화에 부정적인 표심(票心)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국회 발언에서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한 7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분석이 맞다면 아베 내각의 현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하는 시점은 참의원선거에서 아베가 승리한 이후가 될 것이다. 헌법 개정 등 그간의 주장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이 초래할 동북아 긴장이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아베의 본질적 성향은 그가 어떠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역사인식은 저서와 국회 답변에서 엿볼 수 있다.

먼저, A급 전범에 대한 인식이다.

아베는 A급 전범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 해도 국내법적으로는 무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어느 나라든 국가를 위해 순직한 사람에 대해 국가지도자가 존중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 “외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기자회견에서는 “(첫) 총리 재임 시 참배를 하지 못했던 것이 통한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했다.

내재적 관점으로 본 일본

둘째, 아베는 일본이 이제 보통국가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은 60년에 걸쳐 자유민주주의와 기본적인 인권, 그리고 법률의 지배 아래 겸허하게 국제공헌에 힘써왔다”고 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중국에 21번이나 사죄한 바 있고, 또한 중국 경제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3조 엔이 넘는 지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젠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한국과 중국의 일반적 인식과는 괴리가 크다.

일본이 처한 현실을 ‘내재적 관점’에서 설명해보자. 일본은 20년 동안의 경기침체와 잦은 정권교체로 국가적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 올해만 해도 재정적자가 국민총생산(GDP)의 6.9%인 33조9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공공부채는 위험 수준인 GDP의 230%에 육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때 잘나가던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대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도산한 기업이 1000개가 넘는다. 동일본대지진은 정부에 대한 일본인의 신뢰를 산산조각낸 일대 사건이었다. 효과적으로 대처해줄 것으로 믿었던 정부가 무능력으로 일관하자 국민은 망연자실했다. 이는 전후 일본의 강력한 동력이었던 ‘엘리트 중심의 선단호송식 모델’의 수명이 다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끝없이 불거진 도쿄전력 등 거대기업의 정경유착 비리, 그리고 조직을 국민보다 우선시하는 공기업의 구태는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커다란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 신뢰의 ‘일본 시스템’이 상당부분 허상이었음을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며 직접 목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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