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호

“정보통신강국? 마하티르에게 한 수 배워야”

  • 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입력2006-11-03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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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PC(퍼스널 컴퓨터) 제조업체의 대명사라 할 삼보컴퓨터의 인터넷 홈페이지(www.trig em.com)는 무척 단순하다. 검은 바탕에 보석을 상징하는 붉은색 심벌 마크가 가운데 있고 좌우로 5개의 흰색 단어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이 단어를 마우스로 클릭하는 순간 삼보컴퓨터의 거대한 왕국이 펼쳐진다. 이 왕국안에는 연간 1080만대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올해말까지 3조5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판매망이 자리잡고 있다.

    이 왕국의 주인은 바로 이용태(李龍兌·67) 삼보컴퓨터회장이다. 1980년 서울 청계천의 자그마한 방에 6명이 모여 무명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삼보컴퓨터를 경기도 안성과 중국 선양(沈陽)에 대규모 공장을 갖추고 미국과 일본에 현지 판매조직을 둔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지금은 비록 삼보컴퓨터의 경영권을 장남인 이홍순(李洪淳·40) 부회장에게 물려줬지만 자신이 세운 왕국의 영토 확장을 위해 ‘갑옷’을 벗지 않고 있다. 올해초 삼보컴퓨터는 이용태 회장의 ‘전략구상’에 따라 정보화시대의 새로운 영토인 사이버 공간을 제패하겠다며 ‘인터넷 토털 서비스 그룹’으로 변신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고 진용도 새롭게 짰다.

    컴퓨터 제조 전문회사에서 인터넷 정보통신 종합회사로 변모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컴퓨터 통신 부문’과 ‘인터넷 부문’, 그리고 이 부문들을 지원하는 ‘관리지원 부문’ 등 3개 사업부문과 이들을 총괄 지휘하는 ‘코퍼레이트 센터’로 전면 개편한 것이다.



    특히 신설되는 인터넷 부문은 휴대형 인터넷 단말기 등 하드웨어 사업과 네트워크, 콘텐츠, 인터넷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데 삼보컴퓨터가 인터넷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고, 삼보의 자회사인 나래이동통신, 두루넷, 메타랜드, (주)솔빛, 삼보정보시스템 등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조직 변화에 따라 삼보컴퓨터는 3월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을 담은 정관도 바꾸었다. 기존 사업목적 중 몇가지를 삭제하는 대신 전자 상거래 관련 통신 서비스, 정보 제공, 중개, 마케팅을 새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삼보컴퓨터의 올해 사업 전망은 벌써부터 청신호를 켜고 있다. 올해 1, 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5% 늘어난 7억1000여억원에 달했다는 것. 1MF사태로 한때 부도설까지 나돌았던 삼보컴퓨터를 이처럼 급성장시킨 이용태 회장을 3월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삼보컴퓨터 회장실에서 만나보았다.

    컴퓨터와는 천생연분

    ─이회장은 연륜으로 볼 때 정보통신업계에서 원로입니다. 서정주 시인은 자신이 쓴 시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는 표현을 했습니다만 오늘날의 이회장을 만든 것은 ‘10할이 컴퓨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서울대 문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당시에는 컴퓨터를 제조하는 사업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중 통계물리학을 연구하는데 컴퓨터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실험물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듯 저는 시뮬레이션을 위해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최신 컴퓨터가 있는 전자계산실에서 수많은 밤을 새우며 컴퓨터와 씨름했어요.”

    이회장은 1960년대 후반에 미국 유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1970년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한국에서는 KIST가 가장 큰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 생각으로는 근무시간에는 연구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돕고 저녁시간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물리 연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제가 너무 안이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KIST 전산센터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정부 기업 은행 등의 전산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도와주는 기관이었다. 정부와 기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고 전산센터의 운용 비용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용역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이회장이 개인적으로 물리공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리공부를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KIST의 생활이 결국은 이회장의 인생을 ‘컴퓨터쟁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남들이 컴퓨터 쓰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이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게 되었고 결국은 스스로 컴퓨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컴퓨터를 만들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입니까.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출현입니다. 미국의 인텔사가 1971년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만들어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한국이 첨단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컴퓨터 분야는 한국이 세계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70년대 초에 마이크로 컴퓨터의 국산화를 외쳤습니다. 1974년 무렵에는 KIST에 전자계산기 국산화 연구실을 만들어서 정부에서 100명의 연구원만 대주면 3년내에 세계 제일의 마이크로 컴퓨터 개발그룹을 만들어보겠다고 간청을 했어요.”

    이회장은 마이크로 컴퓨터의 국산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얻으려고 여러해동안 정부를 조르고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회장이 이렇게 헛수고를 하고 있는 동안 대만과 싱가포르는 1980년에 컴퓨터 산업을 국가 주요산업으로 지정하고 10개년의 장기계획을 출발시켰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이회장은 스스로 컴퓨터 제조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오늘날의 삼보컴퓨터를 설립했다.

    한민족의 교육열에 대한 자부심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이래봐야 라디오나 흑백 텔레비전을 조립하는 수준이었는데 무엇을 믿고 국산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습니까.

    “우리 민족의 교육열을 믿었습니다.”

    이회장은 그 교육열의 원인(遠因)을 조선시대에서 찾았다. 퇴계 이황에 대해 남다른 조예가 있는 이회장은 조선시대를 문약했던 시대로 보는 것은 식민 시대를 일본이 심은 잘못된 역사의식의 결과라며 ‘조선시대 예찬론’를 꽤 오랫동안 펼쳤다. 말끝마다 “그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를 붙였다.

    “세계 인류 역사 중에서 무력이나 권력이 아니고 교화와 교육으로 나라를 500년 동안 유지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조선시대 500년을 두고 보면 다른 나라를 침범할 만한 군대는 거의 없었거든요. 의장대 스타일의 군대가 있었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일본의 일개 소대가 조선왕궁을 점령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 다음에 지방에 내려가면 수령 방백들이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행정요원인 아전들은 있었지만 경찰 병력은 거의 없었어요. 아마 칼 차고 창 든 포졸들도 의식용이었을 뿐이지 실제로 범인을 잡기 위해서 칼 빼고 돌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무력 없이 그렇게 유지된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습니까.

    조선시대에는 방방곡곡 어느 산골을 가더라도 글 읽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곳에는 반드시 선비가 있고 그 선비는 시를 지을 수 있고 역사를 논할 수 있었습니다. 명색이 양반이면 농부의 자식이라도 과거에 급제할 경우 정승도 될 수 있었어요. 그런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습니까.”

    ─그런 조선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문약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뒤져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잠재력으로 봐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세상에 한국보다 열심히 교육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의 교육열이라는 건 일종의 유전자(DNA)거든요. 우리 민족의 몸속에 체화된 거란 말이죠. 어느 누구든지 자기 자식을 대학 보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영토도 작고 풍부한 지하자원도 없는데 교육열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무력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고 그 다음에는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앞으로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만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은 최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예요. 교육에 대한 에너지입니다. 교육에 대한 에너지는 무서운 폭발력을 가졌거든요. 그러면 어느 때 우리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바로 지식정보화시대입니다.”

    이루지 못한 꿈

    우리 민족의 교육열이 조선시대에는 붓과 한지에 표출됐다면 정보화시대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표출된다고 할 수 있다. 이회장의 사업영역도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정보통신이나 인터넷으로 점차 넓혀왔다.

    ─1982년에는 삼보컴퓨터에서 잠시 손을 떼고 초창기 데이콤의 사장을 맡기도 했는데 하드웨어 제조만으로는 비전이 없으니까 정보통신쪽으로 눈을 돌린 겁니까.

    “그렇죠. PC가 모든 가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해야 효과를 발휘하니까 데이터통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당시 삼보컴퓨터는 젊은 경영자에게 맡기고 나는 88년에 삼보컴퓨터로 오기까지 전적으로 데이콤에 있었어요.”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진출했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죠.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의 하나가 한국을 세계 소프트웨어 생산 기지로 만드는 겁니다. 이건 제가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왔는데, 결국 한국에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 규모는 20억달러정도입니다. 인도는 2008년이 되면 500억달러를 수출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500억달러면 하드웨어 1조달러에 해당합니다. 인도는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니에요. 이미 소프트웨어 생산기지가 됐으니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겁니다.”

    ─우리 나라가 인도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뒤떨어진 것은 영어 경쟁력 때문입니까.

    “한국을 세계 소프트웨어 생산기지로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하면 사람들이 저한테 하는 소리가 인도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알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한국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인도는 우리 나라에 비해 그런 이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부족합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만명 정도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수입하고 있지만 30만명 정도가 부족합니다. 일본, 독일, 프랑스도 3만~5만명이 부족하고 캐나다도 2만명이 부족합니다.

    그건 소프트웨어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인력이 부족해요. 하드웨어는 일단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오래 쓰지만 소프트웨어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고 예쁘게 만들고 싶고 역동적으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버전을 자주 업그레이드합니다.

    가장 좋은 예로 윈도우95가 98로 업그레이드 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2000으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다른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일거리가 많으니까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 30만명을 채우면 채우는 그 날로 또 부족할 겁니다. 그런 것이 소프트웨어의 특성입니다. 따라서 교육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얼마든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로세대인 이회장은 소프트웨어에 비전을 거는 데 비해 젊은 벤처사업가중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는 미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하드웨어에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휠씬 유리하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돈을 벌려면 그 방법이 좋겠죠.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세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라기보다 당위성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쉽고 잘될 수 있기 때문에 하자는 게 아니라 안 하면 큰일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당위성이 현실이 되려면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합한 인력이 우리나라에 충분합니까.

    “인구 비례로 따져볼 때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세계에서 미국 캐나다 다음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한국이 미국을 능가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은 누구든지 대학에 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사이버유니버시티가 나오면 전국민이 대학생이 될 겁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일거리를 줄 겁니까. 기존 제조업은 자동화가 되면서 고용자가 줄어듭니다. 서비스업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이 자리에는 구태여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소프트웨어가 최고입니다.”

    이회장은 우리 나라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IMF로 그렇게 많은 기업에서 감원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블루칼라는 사람이 없어서 수입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고학력자는 소용이 없고 블루칼라가 필요하다고 캠페인했는데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이 가진 교육에 대한 에너지를 촉발해 높은 수입을 갖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켜야죠. 제가 수십년간 이런 주장을 열심히 했지만 정부는 나서지 않습니다.”

    소신있는 장관이 없어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성공 가능성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불투명한 거죠.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자기 자리를 걸고 해보겠다는 장관이 없는 거예요.”

    ─이회장이 보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까.

    “소프트웨어 시장은 앞으로 늘어나니까 세계 시장에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팔아먹을 수 있어요. 한국도 세계 소프트웨어 생산기지가 되어서 인도처럼 소프트웨어를 세계에 수출해야 합니다.”

    ─인도는 주로 미국에서 하청받아서 하는 거죠?

    “하청이 많았습니다. 맨처음에는 하청을 받아 일하다가 이제는 하청이 아니라 미국에 이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가고 있죠. 그 발전 속도가 굉장합니다.”

    ─하청을 통해서라도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시원찮은 사람이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똑똑한 사람이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차이가 큽니다. 블루칼라의 경우 땅을 잘 파는 사람과 못 파는 사람의 차이가 2:1 이상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10:1, 100:1 차이가 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한 사람을 육성하면 100명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중요하면 예전에 직접 컴퓨터를 만들었듯이 이회장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육성하셔야죠.

    “삼보컴퓨터는 제가 처음부터 장사하기 위해서 만든 회사가 아니고 정부한테 하라고 해도 안하니까 만든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우리 회사 1년 순이익이 1조원정도 되면 정부 대신에 해볼 수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회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빈말은 아니다.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성사될 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 무렵 당시 포항제철회장이던 박태준 총리가 포철이 1년에 1조원씩 투자하겠다며 정보산업을 일으키는 프로젝트를 저하고 구상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포철 고문으로 정보산업입국방안을 구상했는데 만약 그대로 갔으면 정부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지요. 그런데 그때 박태준 회장이 정치 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자주 만날 수 없었고 포철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박태준 회장이 정치적으로 실각하는 바람에 성사가 되지 못했어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원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소프트웨어 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좋은 모델이 말레이시아의 슈퍼코리도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마하티르 총리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서 96년부터 추진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목적은 말레이시아에 ‘멀티미디어 슈퍼코리도’라는 소프트웨어 단지를 만들고 거기에 세계 일류기업들을 유치해서 세계 소프트웨어 생산기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단지만 만들면 세계 일류기업들이 몰려 올까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사회적 기반시설이 잘되어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에 가든지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단지가 있는 인도에 가면 되지 구태어 말레이시아까지 오겠어요? 그래서 마하티르 총리가 유인정책을 폈어요.

    첫째는 말레이시아를 정보화사회의 세계 모델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7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플래그십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사이버 학교, 사이버병원, 사이버 정부, 전자상거래, 로봇 자동화공장, 전국민에게 IC카드 보급, 연구소 건립 등 분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처럼 7개 분야의 프로젝트를 만든 후 세계의 기업들을 실리콘 밸리에 모아놓고 ‘내가 여러분에게 선물을 주겠다. 내가 돈을 내고 실험 장소를 제공하겠으니 여러분이 말레이시아에 와서 7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해달라’고 선언한 겁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신기술 개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 팔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한 겁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는 모든 측면을 고려한 뒤 연구에서부터 프로젝트 발주견양서까지 외국기업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 유인책이 성공했어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실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죠

    “제가 빌 게이츠에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물어봤어요. 그때 빌 게이츠는 ‘우리는 어차피 미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미래에 대한 개발을 위해서 돈 대주고 실험 장소 제공해준다니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대답해요.”

    ─말레이시아가 이웃나라에 비해 세계 일류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첫째 요인이 돈과 공간의 무상 제공이었다면 둘째 요인은 무엇입니까.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인도 사람, 중국 사람, 발리 사람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는 영어까지 포함해서 처음부터 4가지 언어로 개발합니다. 그러면 중국어로 개발한 건 중국에다 팔고, 인도어로 개발하는 건 인도에다 팔고, 발리어로 개발한 건 인도네시아에 갖다 팔 수 있어요. 인구가 중국은 13억, 인도는 8억, 인도네시아는 3억이니까 모두 합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아닙니까. 말레이시아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그만큼 유리한 것이지요.”

    ─그러면 셋째 요인은….

    “아시아에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정부가 많지만 말레이시아가 제일 좋은 조건을 제공한 겁니다. 법인세 면제해주고 관세 면제해주고, 이민 자유롭게 하게 해주고, 인터넷 검열하지 않으니 온갖 기업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마하티르 총리의 정책이 제가 보기에는 현명합니다.”

    소프트웨어, 정부가 지원해야

    ─좋은 조건을 제공하면 반대급부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마하티르 총리는 그런 식으로 외국 기업을 모아가지고 프로젝트를 주면서 조건을 붙였어요.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쓰라는 겁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어라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는 한 번만 만들어보면 기술이 체화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로 봐서는 초기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더라도 장차 돌아오는 효과를 생각하면 굉장한 거죠. 우리도 그 모델로 해야 되는데 그걸 어떻게 개인이 합니까. 삼보컴퓨터가 아무리 애써도 그런 약속은 할 수 없거든요.”

    인천 송도에 미디어밸리라는 소프트웨어 단지를 만들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한 이회장으로서는 말레이시아의 슈퍼코리도가 상당히 부러운 눈치였다. 이 부러움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원망으로 바뀌었다. 시종 차분하게 일관된 톤을 유지하던 이회장의 목소리도 약간 높아졌다.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초기에 집어넣어야 될 돈이 몇조원이면 그걸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그건 정부가 해줘야 됩니다. 정부가 지원해서 한국이 소프트웨어 생산기지가 되면 앞으로 천년간 우리 국민이 잘 먹고 잘 삽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1조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에서 돈 쓴 것 보세요. 기아자동차 처리하는데 7조원, 제일은행 파는데 4조원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데….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자기 자리를 걸고 결심해야 하는데 소신이 없으니까 아무도 시작을 하지 않아요. 한국 정보산업의 미래가 밝은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까 안타깝고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더이상 정부에 기대할 수가 없어 미디어밸리도 만들었습니까.

    “그렇죠. 정부에 건의안을 내고 자금 지원을 해달라고 했지만 반응이 없기에 여러 기업에서 각각 7억원씩 걷어서 166억원으로 인천 송도에 주식회사 미디어밸리를 만들었어요. 인천 송도에 하려고 하는데 중앙 정부도 냉담하고 인천시도 관료주의에 젖어 되지도 않는 말만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 정체돼 있어요.”

    미디어밸리 외에도 이회장이 현재 속타는 문제가 있다. 96년 한국전력의 요청으로 설립한 두루넷이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는데 케이블망이 부족해 두루넷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한 줄에 가입자가 약 300명만 매달려 있으면 셀을 분할해야 속도가 살아나는데 한전이 케이블을 더 이상 깔아주지 않으니까 한 줄에 1000명이 매달리면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수는 적은데 차가 폭주하면 도로를 하나 더 깔아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한전이 안 해주는 겁니다. 우리가 깔겠다고 하니까 한전은 자회사인 파워콤이 깔아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겁니다.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두루넷으로 봐서도 손해고 국가적으로 봐서도 손해입니다.”

    “비즈니스 모델 성패의 관건”

    이회장은 40대 중반에 벤처기업을 시작한 셈이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이회장은 성공한 벤처기업과 실패한 벤처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갈립니다.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장사를 하지 않고도 빌리언 달러의 회사가 됩니다. 좋은 예가 홍콩에 있는 PCCW라는 회사예요. 리처드 리라는 사람이 사장인데 리 카이싱이라는 홍콩 재벌의 아들이에요. 그 사람이 PCCW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비즈니스 모델만 써놓고 주식을 팔았더니 회사의 가치가 300억달러가 됐어요.”

    ─그 비즈니스 모델이란 것이 특별한 것이었습니까.

    “그 모델의 핵심은 중국 본토를 무대로 한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주식을 판 돈으로 사회기반 시설이 좋은 홍콩에다가 개발단지를 만드는 거죠.”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됩니까.

    “아이디어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경영을 할 줄 아는 핵심 멤버가 있어야 합니다. 거짓말하고 속임수 쓰고 너무 과대한 욕심을 내는 사람들만 모여가지고는 안 됩니다. 경영이라는 걸 알고 제대로 회사를 이끌어가야죠.”

    기왕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 김에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대한 화제를 꺼내 보았다. 손정의 회장은 이용태회장과 가까울 뿐 아니라 이회장의 차남인 이홍선씨(李洪善·38)가 사장으로 있는 나래이동통신과 합작으로 소프트뱅크코리아란 지주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손정의씨가 한국의 100대 기업에 투자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벌써 몇 개 기업에 투자도 했습니다만 손정의씨의 이런 행보에 대해 한국의 벤처기업의 자금줄을 독점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정의씨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손정의 그룹에 들어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이해의 차이가 큽니다. 아무래도 손정의 그룹에 들어가는 기업은 소수이고, 못 들어가는 기업은 다수일 테니까 못들어가거나 못들어갈 것 같은 다수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본다고 생각하겠죠. 이들 기업들이 다소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손정의씨의 대한 투자가 전혀 우려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까.

    “손정의씨도 어디까지나 사업가니까 애국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한국의 벤처비즈니스가 굉장히 좋고 잘 해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외국인들의 인식도가 낮아서 남의 주목을 끌지 못하지만 손정의씨 같은 사람이 나서서 소개를 하면 먹혀들어간다는 말이죠.

    한국에 진짜로 좋은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세계 시장에 나가서 소개하는데 손정의씨의 영향력이 굉장히 큰 이점이 됩니다. 그리고 벤처기업가가 혼자서 기업을 세우는 경우와 손정의 그룹과 같은 영향이 큰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손정의씨와 손을 잡으면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경쟁력도 키울 수 있죠.”

    “손정의씨의 투자 이점 많아”

    ─그러나 손정의씨도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돈을 벌어가지고 나갈 것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문을 닫아놓고 외부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죠. 그건 시대착오적인 겁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외자를 많이 꿨습니다. 돈을 꿔가지고 사업을 일으킨 것은 애국적 행위고, 외국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건 매국적 행위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외국 사람들한테 돈을 꿔오면 원금에 대한 이자를 반드시 받아갑니다. 외국인이 손정의씨를 믿고 국내의 어떤 회사에 직접 투자를 하지요. 손정의씨가 그 회사를 팔아가지고 일본으로 들고 가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중요한 인터넷 시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두고 갈 겁니다. 자기 재산이 증식되면 어느 나라에 두든 만족하는 거지요.”

    ─국민경제의 측면에서는 손정의씨의 투자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국내 벤처기업가 중에는 손정의씨가 우리 벤처기업들을 독식해버리면 국내 벤처산업이 손정의 그룹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손정의씨가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의 벤처기업만 독식하겠어요? 극히 일부일 겁니다. 그러니까 독식한다는 주장은 생트집이죠. 물론 국내 기업이 잘 하고 있는데 손정의씨가 미국 기업을 끌고 들어와서 누를 끼쳤다면 한국 경제가 부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쇄국주의를 고수할 수는 없지 않아요? 이 문제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개방했기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고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나라는 많습니다. 결국은 개방해야 한다는 것은 IMF사태를 통해서 증명이 된 겁니다. 대통령이 해외를 순방하면서 열심히 자본을 유치하려고 애쓰는데 국내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되겠습니까.”

    ─손정의씨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92년인가 93년에 국제회의에서 만났어요.”

    ─그때는 손정의씨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을 터인데 잠재력을 본 겁니까?

    “그 당시 국제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사람들은 몇 명 안됐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으로서 손이라는 우리 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연히 친근감을 가지고 대했죠.”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 회장과도 친분이 있으시죠?

    “빌 게이츠 회장은 두루넷의 주주 아닙니까.”

    이회장은 빌 게이츠 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한 두루넷에 빌 게이츠 같은 거물도 투자했다는 것을 은연중 자랑하고 싶은 듯했다.

    이용자에게 편안한 환경 제공할 것

    이회장도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다. 삼보그룹의 계열사 중에는 TG벤처라는 벤처투자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20여명밖에 안 되지만 이 회사의 순이익은 수천명이 일하는 삼보컴퓨터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TG벤처에서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60여개.

    “지금까지 TG벤처는 완전히 독립된 벤처캐피탈로 운영했습니다. 삼보컴퓨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순수한 독립회사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삼보그룹이라는 네트워크가 있으니까 덕을 볼 것 아닙니까. 가능하면 인터넷에 집중투자를 해서 시너지 효과를 살려서 덕을 보려고 합니다.”

    ─삼보컴퓨터는 제조업체로 출발해서 인터넷 정보통신 종합 업체로 발돋움했는데 경영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극히 간단합니다. 인터넷 이용자가 우리가 만든 네트워크에 가입을 해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아주 편하게 얻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주일에 1시간정도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터넷을 하루에 12시간은 사용할 겁니다. 왜 그러냐 하면 휴대폰, 텔레비전, 냉장고, 오븐 등 생활 필수품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니까 하루에 12시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게 됩니다. 결국 하루의 절반은 현실에 살면서 나머지 절반은 사이버 월드에서 살게 되는 거죠. 사이버 월드에서는 우리한테 오면 가장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겠습니다.”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은 간단한 조립 수준에 불과한데 앞으로 이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갈 생각입니까.

    “PC 생산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연간 700만대를 공급한다고 하면 700만대가 전부 인터넷에 연결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인터넷 사업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든다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삼보컴퓨터의 사용자를 늘려 인터넷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나중에는 컴퓨터를 무상으로 줄 수도 있겠습니다.

    “광고를 받는다든지, 상품을 어느 정도 사준다든지, 유용한 정보를 창출한다든지 그렇게 한다면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터넷까지도 공짜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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